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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선거 사무실을 열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다. "붉은(공화당) 미국도 푸른(민주당)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 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오바마 선거 사무실을 열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다. "붉은(공화당) 미국도 푸른(민주당) 미국도 없습니다. 오직 미 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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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불문한 오바마 자원봉사자들.
 남녀노소를 불문한 오바마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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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보내온 당선 축하파티 초청메일

"맨 앞줄에 앉아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시라."

미국 대선을 불과 사흘 남겨둔 지난 1일 '버락오바마닷컴'에서 내게 보내온 이메일이다.

나영,

투표 결과가 나오는 선거일 밤, 나는 당신이 나와 함께 있게 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시카고 시내의 그랜트 파크에서 수만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큰 이벤트를 벌일 계획입니다. 

일요일 자정 전에 처음 기부금을 내는 다섯 분을 뽑아 가장 좋은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만약 당신이 뽑힌다면 다른 한 분을 더 데리고 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비행기로 모셔오고 역사적인 그 날 밤을 호텔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날 우리 지지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의 맨 앞줄에 앉아 새로운 역사를 맞이할 것입니다. 

당신의 형편에 따라 어떤 기부금도 환영합니다. 중요한 이 순간에 5달러, 또는 그 이상의
기부금을 통해 당신의 지지를 보여주십시오. 당신은 우리와 함께 선거일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바라는 이 운동은 특별한 것을 이루기 위해 모인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증거가 되어 왔습니다. 선거일 밤에 당신을 그곳에서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버락

결국 오바마가 보낸 메일은 기부금을 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위 메일에서 보듯 오바마 측은 내일(4일)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장담하며 대대적인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대선을 하루 앞둔 3일 오후(미국 시간), 기자는 버지니아주 해리슨버그에 있는 민주당 선거사무실과 공화당 사무실을 방문했다.

현재 미국의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은 부동층이 14%인 가운데 오바마가 8-10%P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3일 낮 12시 경에 나온 AP 여론조사는 오바마가 53%, 매케인이 44%로 오바마가 9%P  앞서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지지자들이 적어 놓은 격문. "오바마 파이팅!"
 오바마 지지자들이 적어 놓은 격문. "오바마 파이팅!"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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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로 북적대는 민주당 선거 사무실

할로윈데이 오바마 호박과 냉장고에 붙어 있는 버락과 미셸.
 할로윈데이 오바마 호박과 냉장고에 붙어 있는 버락과 미셸.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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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버그 다운타운에 있는 민주당 선거 사무실. 그리 넓지 않은 선거 사무실 안은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사무실 한 쪽 벽에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적은 오바마 지지 벽보가 붙어 있었다.

"Go Obama! (오바마 파이팅)"
-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
- 변화는 피할 수 없어.
- 버락, 내 남자!
- 오바마, 내 세계!

다른 한 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전화기를 들고 마지막까지 오바마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선거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 총 책임자인 마리 리트만(51)을 만났다.

-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이곳 분위기는 어떠한가?
"너무나 흥분된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 현재 여론 조사는 오바마에게 대단히 유리한데 내일 승리를 장담하는가?
"우리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아직 장담을 하기엔 이르다. 막판에 매케인 측에서 어떻게 나올지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오바마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수치에서 5%P를 줄여 이번 선거가 박빙의 승부인 것으로 가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 전화를 걸고 있는 사람은 모두 자원봉사자인가?
"그렇다. 지금은 많지 않지만 이따 오후가 되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주말이면 이곳 사무실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지난 토요일만 하더라도 약 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 와서 우리를 도왔다."

- 버지니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고 아직도 격전지로 분류되는 '스윙 스테이트'인데 어떻게 승리를 예측하는가?
"이 지역은 대단히 보수적인 곳이어서 아직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와는 투표 양상이 다르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현재 공화당 측에서는 추악한 트릭을 쓰고 있다. 매케인 사람들이 오바마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우리는 그 점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 버지니아 지역이 보수적이라고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인종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 않은가?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사실이 이곳 보수적인 백인들에게 거부감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모두 아담과 하와로부터 온 사람들이다. 모두가 한 형제이고 자매이다. 이곳 해리슨버그보다 더 보수적인 라킹햄 카운티에 사는 어떤 백인은 '이제 더 이상 색깔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절대 동감이다. 우리에게는 색깔, 인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지도자가 우리 나라를 더 잘 이끌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오바마 자원봉사자 총 책임자인 마리 리트만.
 오바마 자원봉사자 총 책임자인 마리 리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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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몇 시쯤 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출구 조사가 바로 나오긴 하겠지만 확실히 믿을 수 없는 만큼 CNN 등의 TV를 보며 기다려 보려고 한다. 어쩌면 예상보다 빨리 정확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 내일 오바마가 승리를 거둔다면 혹시 파티라도 열 계획을 갖고 있는가?
"물론이다. 우리는 노스 메인에 있는 이디오피아 레스토랑인 <블루 나일>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 이미 예약을 해두었다. 5달러 티켓을 사면 당신도 내일 블루 나일에서 우리와 함께 승리를 자축할 수 있다."

인터뷰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는 해리슨버그 민주당 선거사무실을 방문한 외국인은 내가 두 번째라고 했다. 바로 전날 일본에서 TV팀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마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 왜 다른 나라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지난 8년간 부시가 집권하는 동안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많은 적도 만들었다. 미국의 국가 위신도 크게 실추되었다. 우리 미국인들 역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잃었다.

그래서 외국의 많은 나라들은 부시의 공화당이 계속 집권하기 보다는 오바마가 집권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바마는 부시 정권과는 달리 많은 나라들과 협력을 해 나갈 것이다. 그래서 그들 역시 오바마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오늘로 끝이 나는가?
"아니다. 선거 당일도 이들의 활동은 계속된다. 내일 자원봉사를 할 사람은 모두 500여명이다. 이들은 투표장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차량을 제공하기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투표를 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또한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팅도 하게 될 것이다."

매케인 선거사무실.
 매케인 선거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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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이 전화로 매케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전화로 매케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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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미디어는 본래 진보적이어서 믿을 수 없어"

이번에는 발길을 돌려 공화당 선거사무실을 방문했다. 민주당 사무실보다 3배 가량 넓어 보이는 사무실이었다. 이곳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활발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나와서인지 선거 종사자들은 다소 초조해하는 느낌이었다. 사무실 벽에는 매케인과 페일린 이름이 적힌 포스터가 많이 내걸려있고 공화당의 캐치 프레이즈도 군데군데 보였다. (민주당에서는 직접 쓴 문구였는데 이곳에는 거의 인쇄된 문구였다.)

- Go McCain!
- Country First.
- 내 세금 올리지 마.
- 정직한 리더십, 매케인.

이곳에서 선거 업무 종사자인 마이클 밴로우를 만났다. 그에게 이번 선거에 대해 물었다.

매케인 선거 사무실의 마이클 밴로우. "여론조사? 믿을 수 없어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아요."
 매케인 선거 사무실의 마이클 밴로우. "여론조사? 믿을 수 없어요. 뚜껑을 열어봐야 알아요."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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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 같은가?
"그렇다."

-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재는 매케인이 많이 불리한데.
"원래 미디어의 속성은 리버럴하다. 그들은 보수주의자들을 마구 내려치고 하나님도 깎아내리려 한다. 그러므로 믿을 수 없다. 그들 미디어는 정통 보수인 우리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그러므로 그들이 내보내고 있는 여론조사는 신뢰할 수 없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은 내일 투표에 모두 참여할 것이기에 우리는 승산이 있다고 본다."

- 당신은 보수주의자인 데 대해 매우 자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나는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국가를 우선시하고 교회를 존중하는 보수주의가 매우 자랑스럽다."

- 만약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파티를 열 계획인가?
"이곳 선거 사무실에서 파티를 열 계획이다. 당신도 오면 좋겠다. 누구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아무나 데려와도 좋다."

공화당 사무실에서는 민주당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흥분과 기대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풀뿌리 자원봉사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들락거리고 있던 민주당과는 사뭇 그 분위기가 달랐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최고령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양 진영은 긴장하면서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매케인을 찍어줘요. 페일린 사랑해요.
 매케인을 찍어줘요. 페일린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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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 대선, #오바마, #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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