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뮤지컬의 영화 버전 중 가장 영리하고 믿음직한 발걸음. 독야청청 빛난다.”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아바의 추억과 뮤지컬의 향수로 전해지는 친숙한 영화의 즐거움.”
- 이상용·영화평론가

맘마미아 포스터 영화 맘마미아 포스터

▲ 맘마미아 포스터 영화 맘마미아 포스터 ⓒ 출처 : 맘마미아 홈페이지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 대한 영화평론계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맘마미아!>는 지난 9월 초 국내에서 개봉한 이후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최근에는 <해리포터>를 꺾고 영국 영화사상 최고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리스 지중해의 외딴 섬이라는 낭만적인 배경, 70년대 전설의 팝그룹 아바(ABBA)의 음악, 40-50대 중년여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력 등 대중영화로서 손색없는 매력을 두루 갖춘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사랑과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끌어가는 요소는 여주인공 소피의 결혼식이다. 결혼을 앞둔 소피는 자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엄마(도나)의 옛 애인 세 명(샘, 해리, 빌)을 섬으로 초대한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결혼식장에 함께 입장해줄 것을 요청할 생각에서다. 이 세 사람은 자신이 초대된 영문도 모른 채, 단지 옛사랑에 대한 향수로 섬을 방문한다.

소피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운명적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 모두 자신의 아버지라고 주장하자 혼란에 빠진다. 아버지가 누군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군지도 알게 될 거란 믿음이 깨져버렸고, 소피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결혼식을 유예하고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에 활용된 사회적 장치, 즉 '결혼'이라는 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결혼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고 있지 않지만, 영화를 깊이 있게 본다면 그 안에 숨겨진 결혼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 먼저 영화에 나타나는 결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식은 중요한 행사이며, 그 나름대로의 준비과정이 있다. 도나는 딸의 결혼식을 훌륭하게 치르기 위해 결혼 당사자인 소피보다 더 바쁘게 움직인다. 결혼식의 준비과정이 번거로운 이유는 그만큼 결혼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요즘엔 ‘성공적인’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을 정도로 결혼식이 인생의 중요한 과업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기서 ‘성공적인 결혼식’이란 형식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완벽한 결혼식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근사한 웨딩홀에서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친아빠의 에스코트를 받은 초혼 여성이 초혼 남성의 옆에 서는 순간 성공적인 결혼식이 완성되는 것이다. 소피가 하필이면 결혼 전에 친아빠를 찾고 싶어 했던 것도 ‘성공적인’ 결혼에 대한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아빠 없는 결혼식이 딸을 불행하게 할까봐 염려하는 도나의 모습은 소위 비정상적으로 분류되는 가정의 결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 시사하고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한쪽(주로 여성)의 불완전한 가정환경이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한다는 주제를 많이 다뤄왔으며 이는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는 소피의 약혼자인 스카이 부모의 존재가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혼의 내용적 불완전함이 다소 균형을 이룰 수 있었고, 관객들은 이에 대해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둘째, 결혼준비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녀간의 갈등은 모녀관계를 재강화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도나가 미혼모라는 설정이 아니더라도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자식의 결혼이 주는 의미는 양가적이다. 남편도 없이 홀로 키운 딸이 도나에겐 분신과도 같다. 그러나 자신의 분신을 떼어내는 아픔보다 중요한 건 그 분신의 행복이라는 것을 도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라 할지라도 딸의 배우자로 인정해준 것이다. 그러나 소피는 어머니가 자신의 배우자를 못마땅해 하는 것이 내심 서운하다.

이렇게 어머니와 딸 모두 복잡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사소한 말다툼은 큰 싸움으로 번지기 쉽다. 그러나 이런 갈등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면 모녀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도나와 소피는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나간다. 도나가 다 자란 딸을 무릎에 앉히고 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셋째, 결혼은 사회적 약속이기에 구속력을 가지며, 성인남녀에게 또 다른 사회적 책임을 부과한다. 결혼 전날 소피와 스카이는 처녀·총각으로서의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서서히 결혼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결혼을 하려했던 두 사람은 뒤늦게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스카이는 자유롭게 여행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어딘가에 정착한다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안고 있었다. 단지 소피를 사랑하기 때문에, 소피가 결혼을 원하기 때문에 결혼을 약속한 것이다. 한편 소피는 결혼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먼저 자기 자신을 알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쌓은 후에야 진정한 의미의 결혼이 성립될 수 있음을 깨닫고 결혼식을 유보한 채 더 넓은 곳을 향해 떠난다.

어차피 미래를 함께 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이지만 굳이 결혼식을 미룬 이유는 결혼이라는 관습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일 테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결혼 모라토리움(지체) 현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의 초혼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또한 결혼적령기의 남녀들은 결혼을 관습적, 구속적인 사회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은데 소피와 스카이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넷째, 결혼은 단지 두 남녀의 관계맺음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 더 넓게는 한 사회와 다른 사회의 관계맺음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샘이 사랑하는 도나를 두고 약혼녀에게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미 약혼녀의 집안과 어느 정도 관계맺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때로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감정적 요소보다 집안의 배경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결혼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도나가 결국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샘과 결혼한다는 결말에는 사랑이라는 요소가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꼭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다섯째, 결혼이라는 새로운 관계맺음에 있어서 성이 다른, 혹은 배가 다른 ‘아이’의 존재는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도나의 결혼에 있어서 소피는 결코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도나는 소피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 가치를 깨닫는다.

또한 소피에 대한 세 남자들의 태도도 남다르다. 결국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 증명할 수 없게 되자 그들은 소피의 3분의 1만 아버지여도 좋겠다고 말한다. 소피 역시 한꺼번에 세 명의 아버지를 얻게 된 것을 기뻐한다. 게다가 결혼식장에서 “엄마가 백명과 잤다고 해도 상관없어요”라고 외쳐 도나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해 이 부분을 각색해 본다면, 일단 유전자 조직 검사를 통해 소피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데 영화의 3분의 1을 할애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소피의 약혼자인 스카이도 소피 친아버지의 숨겨둔 자식일지 모른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소피와 스카이는 남매로 엮이게 되고, 두 사람은 현실을 개탄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관객들은 어떤 내용을 더 선호할까? <맘마미아!>는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쾌한 스토리 전개를 택했다.

지금까지 영화 <맘마미아!>에 드러난 결혼제도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러한 특징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알아보았다. 이 영화가 개봉된 나라들에서 보편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바로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해프닝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결혼이라는 소재가 어느 정도 대중문화에 부합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요소를 끌어들인 게 단순히 관객들을 모으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대중영화가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된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대중영화는 대중의 문화적이고도 교육적인 소양에 질적인 도움을 주는 문화재·가치재이자 정보재이기에, 경제적인 시각만으로 대중영화를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장일, 조진희 2007)

<맘마미아!>는 ‘결혼’이란 개념을 ‘미혼모’, ‘만혼’과 같은 사회적 개념과 함께 영화 안에 녹여내어, 때로는 깊게, 때로는 얕게 결혼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짚어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대중들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고, 대중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중영화와 대중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맘마미아!>의 흥행에 자연적으로 기여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맘마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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