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무시국감', '공조국감', '호통국감'

 

18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압축한 열쇳말들이다. 국감을 '감사'한 시민단체들의 평을 요약하면 그렇다.

 

피감기관들은 불성실한 태도로 국감을 '무시'했고, 여당은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의 편에 서 부적절한 '공조'를 했다는 지적이다. 또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감사위원들의 '호통'도 여전했다.

 

[#1 무시국감] 공정택·강만수·최시중 답변 태도 '입길'

 

이번 국감에서는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답변 태도가 입방아에 자주 올랐다.

 

이번 국감을 통해 공 교육감이 학원총연합회 부회장을 지낸 최아무개씨 등 학원 관계자로부터 10억원가량을 빌리고, 현직 교감·교장, 급식업체 대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추진한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한테서 후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교육과학기술위 국감은 '공정택 국감'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공 교육감은 당당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에도 여유로운 웃음까지 흘리며 답변했다. 지난 7일 국감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비웃듯 미소를 지으며 "말씀을 너무 너무 지나치게 한다"고 답한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감을 우습게 안다"는 비난이 나왔다.

 

강만수 장관은 여당 의원의 질의에 역정을 내 위원장에게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6일 재정위 국감에서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단편적으로 말하지 말라", "제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환율 정책을 폈다고 얘기하면 되느냐"며 잇따라 목청을 높였다. 이에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은 "겸손하게 답변해 달라"며 제지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속도 전략'을 썼다. 야당 의원들이 답하기에 곤란한 질의를 하면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답변을 느리게 해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사퇴할 의향이 없느냐는 천정배 의원의 질의에는 "사퇴병 또 도지셨느냐"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국감 막바지인 지난 24일에는 장관이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반말을 하는 일도 있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감이 파행을 거듭하자 정회가 선언된 순간 고흥길 위원장을 향해 "위원장님 이게 뭡니까. 저희 정말 겸손하게 감사받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하십니다"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3~4명의 사진기자들이 이 장면을 찍으려고 하자 유 장관은 갑자기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기자들 찍지 마… 이씨, 찍지 마", "성질 뻗쳐서 정말…", "사진 찍지 마"라며 반말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이) 정권 사기극 벌였다",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낙하산 대기자들, '이명박의 휘하들, 졸개들'"이라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정권 비난 발언에 여야 의원들간 대립이 극심해지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팔짱을 끼고 답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도 있었다. 바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역시 같은 날 국감에서다. 신 차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책을 받고도 "이 자세가 불편하냐"고 되물어 주위를 아연하게 만들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올해 국감에서는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 오만한 태도가 유난히 심했다"며 "일부 기관장은 감사를 받으러 나온 건지, 이 시간만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2 공조국감] 행정부 감싸고 도는 여당

 

여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훈수'도 입길에 오르내렸다. 이은재·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그랬다.

 

이은재 의원은 지난 9일 행정안전위 국감에서 김유정 민주당 의원이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동생의 성매매 업소 운영 의혹을 추궁하자 갑자기 나서 "이게 제대로 된 국감 질문이냐"며 가로막았다. 이 의원은 어 청장에게도 "답변하지 말라"며 답변 거부를 주문했다.

 

정두언 의원도 마찬가지 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지난 7일 교육과학기술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비 의혹을 추궁하자 "함부로 답변하지 말라"고 훈수를 두며, "저라도 7억원을 빌리려면 친인척에게 갈 수밖에 없다"고 공 교육감을 두둔했다.

 

정무위 간사인 박종희 의원은 15일 국감에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게 "안 이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야당의원들의 질의가 있더라도 발끈하지 말라"는 쪽지를 전달했다가 카메라에 잡혀 물의를 빚었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이번 국감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지나친 피감기관 감싸기 행태가 유난히 두드러졌다"며 "여당, 야당을 떠나 입법부로서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감시·견제한다는 국감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팀장은 "'(국감에서) 각 행정부처 장관에 대해 모욕성 질문이 들어올 때는 반드시 대응해줘야 한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이 이런 태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3 호통국감] "소리치고, 윽박지르고... 올해도 여전"

 

올해도 국회의원들의 윽박지르기 행태는 되풀이 됐다.

 

지난 10일 정무위 국감에서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정유사의 폭리 구조를 지적하다 공정거래위의 한 간부에게 학력까지 거론하며 수치 계산을 요구했다.

 

조 의원은 "볼펜 가지고 해보라. 암산할 수 있겠느냐"며 "맞느냐, 틀리느냐"고 비아냥거리듯 질의했다. 조 의원은 이어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오셨는데) 서울대 법대 우습게 만들지 말고..."란 말을 덧붙여 이 간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도 11일 행안위 국감에서 "1분 동안 설명해 보라", "한 줄로 말해 보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다그쳐 눈총을 받았다.

 

알맹이 없는 질문으로 시작해 호통으로 마무리한 의원들도 있다. 김소남 한나라당 의원은 7일 행안위 국감에서 원세훈 행안부 장관이 답변하기 위해 차관과 얘기를 나누자, "내가 얘기하지 않느냐, 날 보라"고 호통을 쳐 원 장관을 당혹케 했다.

 

원 장관이 "아까 (본 질의 때) 의원님이 잘못 들으신 거 같은데"라며 답변을 이어가려 하자, "내 귀가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라고 언성을 높여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13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행안위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유모차 부대' 카페 운영자인 정혜원씨를 마치 죄인 다루듯해 누리꾼의 질타를 받았다. 장 의원은 이날 "말하지 말라",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라"며 장씨를 몰아세웠다.

 

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참고인이나 피감기관장을 죄인 대하듯 하거나 호통·윽박지르기로 일관하는 행위는 월권이자 국감에서 사라져야 할 행태"라고 꼬집었다.


태그:#국정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