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랑은 주례가 봐서 왼쪽, 신부는 오른쪽이 바른 위치
▲ 바른 위치에 선 모습 신랑은 주례가 봐서 왼쪽, 신부는 오른쪽이 바른 위치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지난 주말 토요일과 일요일 연속 주례 집전을 맡아서 진행을 했다. 이렇게 주례를 설 때마다 늘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흔히 일반예식장에서 진행하는 혼인예식을 치르는 동안의 모든 절차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아무리 보아도 개운찮은 것이 신랑과 신부의 위치를 바꿔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신부 입장하는 장면부터 생각을 해보자. 신부가 입장을 할 때 신부의 아버지는 신부의 오른쪽에 서서 오른손을 잡고 입장을 한다. 그리하여 신랑에게 신부를 맡긴다는 뜻으로 손을 넘겨준다. 이 때 신부는 아버지가 잡아 주었던 오른 손을 신랑에게 잡게 해야 맞는 것이다. 옛날 유교적인 생각으로 3종지도(三從之道)의 가르침에 의해서 혼인 전에는 아버지, 혼인을 해서는 남편, 남편 사후에는 아들의 뜻을 따르라 것이었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손을 이끌어 이제 남편에게 넘겨주는 것인 셈이다. 그래야 아버지의 인도를 받아서 신랑에게 인도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요즘 예식장에서 진행하는 대로 하면 여기에서 신랑은 신부의 왼손을 잡게 되어 있다. 그러자니까 입장하면서 왼손에 들었던 부케를 다시 오른 손으로 옮겨 들고 왼손으로 신랑의 팔을 잡고 입장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므로 해서 신부는 처음 들고 들어온 부케를 옮겨 들어야 하고, 신랑은 신부 아버지께서 넘겨주신 손이 아닌 다른 손을 잡고 혼인식장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다음으로 전통 예법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전통예법에서 쓰는 방위의 개념은 우리가 나침반으로 보는 방위와 달리 상석을 기준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예법을 시행하는데 주인공이 선 자리가 기준 점이 된다. 그러므로 혼례에서는 주례단이 기준이 되는 상석이며, 제례에 있어서는 지방이나 신위를 모신 자리가 기준이며 상석이다. 이 상석에서 보아서 동서남북이 예법에서의 방위임을 알아야 한다.

신랑과 신부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 보통 예식장에서 세우는 위치 신랑과 신부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주례가 서는 주례석이 북쪽으로 상석이며, 남좌여우, 남동여서가 방향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신랑은 양이니까 해가 뜨는 동쪽, 즉 주례가 보아서 왼쪽에 서야 하고, 신부는 해가 지는 서쪽, 즉 주례가 보아 오른쪽에 서야 한다.

또한 촛불도 홍촉(紅燭)은 양(陽)을 뜻하므로 남자(男子) 즉 신랑이 서는 측(주례의 좌측)에 놓아야 하며, 또한 청촉(靑燭)은 음(陰)을 뜻하므로 여자(女子) 즉 신부가 서는 측(주례의 우측)에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 신랑의 부모는 신랑이 선 뒤쪽에 앉되 주례석에 가까운 쪽에 부친이 앉고, 주례석에서 먼 쪽에 신랑의 모친이 앉아야 하며, 신부의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기준으로 정한 보건사회부의 공문에도 명시가 되어 있었다.

1994년6월16일 <가정65221-350> 보건사회부장관 이름으로 발송 된 '올바른 예의문화 홍보를 통한 건전가정의례 실천' 공문에 의하면  <예절 방위와 상하석> 위치도는 다음 그림과 같다.

국가에서 정한 공문에서도 현재 흔히 쓰는 위치가 틀려 있음을 알 수 있다
▲ 보건사회부 공문에 명시된 바른 위치 그림 국가에서 정한 공문에서도 현재 흔히 쓰는 위치가 틀려 있음을 알 수 있다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분명히 정부에서 이렇게 바른 위치도까지 주어서 바로잡고자 하였지만, 이미 대부분의 예식장에선 신부와 신랑 위치를 바꿔서 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공문 효력이 지금도 유효한 것이냐고 물었고,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부에서는 국민의 활동을 제한하는 가정의례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자 1999년 2월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건전 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문의하신 1994년 6월의 공문 내용은 지금은 폐지된 1994년 당시의 법률과 관련된 내용이며, 신랑신부의 위치 등에 관한 사항은 현행 법률상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그런 것 따지지 말고 그냥 편한대로 하라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하지만 대부분의 예식장에서는 관례대로 그렇게 세우고 있으니 어쩔 수도 없다. 다만 전통을 알고 근본을 아는 혼주들께서 예식장에 이번 혼인식만은 바로 세우고 싶으니 그리해 달라고 주장을 한다면 예식장 측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바로 잡아 주리라 믿는다.

지난 6월쯤에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는 제자의 주례에서는 예식장에서 바르게 세워주었다. 더구나 그 예식장에서는 주례 대기석의 책상 유리판 밑에 전통예법상 신랑신부의 위치를 이렇게 세워야 맞는 것이라는 근거까지 게시를 하여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 정말 부러웠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혼인예식을 치르면서 예법에 어긋나게 치렀다는 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일이고 산랑산부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예식장 업주들이 나서서 바로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일보디지털특파원,녹원뉴스닷컴, 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혼례식(결혼식), #신랑, #신부, #주례, #바른 위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