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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KBS 사장 퇴진의 결정적 근거로 작용했던 감사원의 KBS 감사가 정권교체 직후 폐기됐다가 정 사장이 퇴진을 거부하자 다시 감사계획을 수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이춘석 의원(민주당, 전북 익산갑)이 '2008년 감사운영계획' 등 감사원의 내부자료를 확인·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이를 근거로 이 의원은 "KBS감사의 필요성이 정권의 이해에 따라 수립과 폐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감사원 측은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국민감사청구가 아니었더라도 원래 올해 KBS감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원래 계획돼 있었던 감사 계획을 정권교체 이후 폐기했다가 다시 수립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감사원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 정권교체 직후 감사계획 폐기했다 다시 수립

 

감사원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2008년 9월에 KBS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권교체 직후인 지난 1월 이 감사계획을 폐기했다가 다시 감사계획을 수립했다.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이 지난 2007년 12월에 작성한 '2008년 업무계획'에는 포함돼 있던 '2008년 9월 감사계획'이 올 1월에 작성된 '2008년 감사운영계획'에는 빠져 있었다가 다시 감사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008년 9월 감사 실시 계획→폐기→재수립'의 과정을 밟은 배경은 KBS 사장 인선과 관련된 이명박 정권의 내부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분석이다. 

 

즉, 정권교체 이후 연임한 정연주 사장을 자진사퇴시킨 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KBS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감사계획을 폐기했다가 정 사장이 강경하게 퇴진을 거부하자 '퇴진 압박용'으로 감사계획을 다시 수립했다는 것이다.

 

이춘석 의원은 "올 1월 8일 인수위 보고 후 KBS 감사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당시 공공기관 감사를 통해 참여정부 때 선임된 사람들을 퇴임시키고 대통령 당선을 도운 사람들에게 나눠줄 자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을 뿐만 아니라 KBS 정연주 사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버틸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이 의원의 주장이다. 

 

"감사를 하기로 한 9월이면 이미 친 정부 성향의 신임 사장이 선임된 이후이기 때문에 감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상 외로 정연주 사장이 강경하게 버티자 감사원이 부랴부랴 감사 계획을 다시 수립했다."

 

"우익단체 국민감사청구 형식을 빌린 표적·정치감사"

 

폐기됐던 KBS 감사계획이 다시 수립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는 감사원이 이 의원에게 국감자료로 제출한 'KBS 감사 추진 경과 및 배경'이다. 이 자료에는 감사원이 KBS 감사를 다시 수립한 배경이 이렇게 언급돼 있다.

 

"언론 모니터링 결과(08년 2. 21. 경향, 동아 등) KBS에 대하여는 노조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사장은 '노조간부를 만나 계속 퇴진을 요구하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지방 송신소에 근무하는 26명 중 10여 명의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다'고 비판하였다는 보도 등이 있어 소관국(사회복지감사국)에서 실지감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KBS의 경영상황 등을 파악."

 

또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정책자료집에서 이 의원은 KBS 감사계획이 다시 수립된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월까지, 방만 경영문제와 노사문제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달라진 사실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정연주 사장이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명약관화해졌다는 점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사원은 감사계획을 수립했다가 다시 폐기하고 또 다시 부활시켰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감사계획의 폐기 사실을 숨겼다는 점은 바로 폐기와 부활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명백한 반증이라 할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감사원의 손을 빌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뜻이 된다."

 

이 의원은 "감사원은 5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공공기관 2단계 감사에 KBS감사를 끼워넣으려고 했다"며 "하지만 당시는 촛불 집회로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를 할 때라서 감사원이 직권으로 KBS감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촛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결국 우익단체의 국민감사청구라는 형식을 빌려 부실·정치·표적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초 감사 계획을 잡았다가 취소한 후, 다시 계획을 수립한 것 자체가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음모와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의원은 국감 첫날인 6일 오후 '국민의 이름으로 진행한 KBS 감사 정당했나'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40여 쪽)을 배포할 계획이다.

 


태그:# KBS감사, #이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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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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