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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진을 찍어달라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오랜만에 사진을 찍어달라며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니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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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몸으로 느낄 만큼 성큼 다가왔습니다. 평소에는 사진을 찍어 드린다고 해도 사양하시던 어머니, 영정사진이나 찍어놓으라고 하시던 어머니께서 오늘은 "얘, 사진 한 장 찍어봐라. 꽃만 찍지 말고" 하십니다.

그 누구에게나 어머니라는 존재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존재일 것입니다.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쓰려면 아버님과 어머님 모두 돌아가신 후에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어머니의 삶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으셨고, 때론 답답하리만큼 자신의 삶보다는 자식새끼들 삶에 웃고 울고 하십니다. 아마, 살아계시는 동안 자신의 삶보다 자식새끼들의 삶이 어머니에게는 전부일 것입니다.

막내며느리의 마흔 다섯 번째 생일, 마냥 어린 아인 줄만 알았던 막내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는데도 여전히 어머니에게 막내는 어린 아이 같은가 봅니다. 간혹, 막내는 그것 때문에 화가 난다는 것도 모르실 것입니다.

문득 고마리를 보며 어머니를 생각했다.
▲ 고마리 문득 고마리를 보며 어머니를 생각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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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닮은 꽃, 그것은 가을이면 물가 근처에 무리지어 피어나는 고마리라는 꽃이라 생각했습니다. 흔하디 흔하게 피어나는 꽃, 생명력이 강한 꽃, 흔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예쁜 꽃, 수질정화작용이 탁월해서 '고마우리 고마우리'하다가 '고마리'라는 이름을 얻은 꽃.

좋은 것뿐 아니라 부족한 것 혹은 자식들의 못남으로 인한 것들까지도 모조리 자신의 탓인양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자식들의 삶의 무게까지 얹고 살아가시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이 세상의 사랑은 빛을 발했을 것입니다.

작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쁜 꽃
▲ 고마리 작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쁜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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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인연이 맺어지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자식의 삶이 어머니의 삶이 되어버립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삶이라고 혹자는 말합니다.

나 혼자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리고 독립하여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되었음에도 어머니에게는 늘 어린 자식으로 남아있는 것을 느낄 때 '어머니, 이젠 어머니의 삶을 사셔야지요. 자식새끼들 때문에 울고 웃지 마시고, 근심걱정하지 마시고 어머니의 삶을 사셔야지요.'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자식들 때문에 웃고 우십니다.

내 삶이 문제없다고 여겨질 때에는 잊고 살다가, 삶이 장벽에 부딪힐 때면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어머니, 마음의 고향인 어머니를 통해 위로를 받습니다. 그런 어머니건만, 자식 낳아보면 부모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고 했건만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어머니의 사랑의 깊이를 알지 못합니다.

수질정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 고마리 수질정화에 탁월한 효과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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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숨어 있다가 가을이면 '나 여깄어!' 시위를 하듯 피어나는 것인지 신비스럽기만 한 들꽃들, 계절 따라 자기의 때가 되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상한 꽃, 못 생긴 꽃도 마냥 예쁘기만 합니다.

하긴, 아무리 못 생긴 꽃이라도 웃지 않는 꽃을 보지 못했고 상처받은 꽃이라도 좌절하는 꽃을 보질 못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들 앞에서는 '다 잘될 거야!' 격려하시던 어머니, 때론 눈물을 흘리시다가도 '네 너희들 때문에 산다.'시며 대충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을 각인하시던 어머니도 절망스러운 상황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어머니에게서 '절망'이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으니 고마우리, 고마우리 어머니입니다.

흰색고마리는 하얀 저고리를 입은 어머니 같다.
▲ 고마리 흰색고마리는 하얀 저고리를 입은 어머니 같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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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어느 해 가을, 도토리를 맷돌에 갈아 도토리묵을 만드시던 어머니가 "이담에 너 장가가면 네 색시가 도토리묵이나 해줄까 모르것다"하셨는데, 이젠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며느리에게 다 전수하시고 못다한 것은 며느리의 손맛 따라 입맛도 변해가신 어머니가 고맙습니다.

생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물, 그 물을 깨끗하게 하는 고마리를 보며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살아오신 세월보다 남은 세월이 적게 남은 어머니의 삶, 남은 여생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태그:#고마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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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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