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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모아서 보여주기 : 사진을 부지런히 찍는 일만으로는 헌책방 모습을 제대로 담거나 적바림하기에는 모자라겠어요. 사진 찍기만 해도 바쁘거나 벅차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바쁜 틈틈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갈무리해서 사람들 앞에 내보이고 구경시키고 나눌 수 있어야겠어요. 애써 쓴 글도 묵히거나 묻어 두지만 말고, 차곡차곡 갈무리해서 뭇사람들이 더 널리 쓰고 즐길 수 있도록 내놓고 말입니다.

 

[98] 좋다고 느끼는 사진 : 내가 오늘 찍는 이 사진이 참말 좋다고 한다면, 내 삶터에서 내 모습이나 내가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로 오늘 찍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99] 사진책이 비싸더라도 사는 까닭 : 그다지 내키지 않거나, 썩 못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아무리 값이 싸더라도 안 삽니다. 그렇지만 참 마음에 들거나, 아주 잘 찍었구나 싶은 사진책이라면 값이 퍽 비싸더라도 주섬주섬 쌈지돈을 모아서 사곤 합니다. 첫째, 자기 모두를 담아서 사진을 엮어낸 분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기 때문에. 둘째, 이 좋은 사진을 기꺼이 책으로 묶어내어 세상에 내놓아 준 출판사가 고맙기 때문에.

 

[100] 안 쓴 필름을 날리다 : 지난주에 맡긴 필름을 찾았습니다. 인화된 필름을 하나씩 들면서 얼마나 제대로 찍었는가 살핍니다. 그러다가 그냥 감겨 있는 필름을 하나 봅니다. 뭔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안 찍은 녀석을 모르고 맡겼습니다.

 

 “아이고, 다른 필름도 아니고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날려 버렸네요.”

 “그러게요. 앞에만 조금 열어 보면 찍은 건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데.”

 “그래요? 몰랐어요. 그래도, 차라리 이게 낫지요. 겹쳐서 찍었으면 큰일나는데요.”

 

비싼 슬라이드필름을 한 통 날렸습니다. 이렇게 새 필름을 그냥 날린 적 여러 번입니다. 이때마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잠깐 들지만, 이보다는 사진을 안 겹쳐서 찍어서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놓습니다. 안 쓴 필름이었지만 감겨 있었고, 감겨 있었기 때문에 찍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러나 이 녀석을 '어, 안 찍은 필름 같은데 왜 감겨 있지?'하고 생각하며 그냥 썼다면… 자그마치 두 통치 찍은 사진을 날려 버리는 셈이니, 필름값 아까운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101]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 : 훌륭하다는 분들 사진책을 보는 까닭은, 내가 앞으로 찍어야 할 내 사진길을 느끼고 싶어서이지, 훌륭하게 잘 찍은 어느 사진작품이나 사진틀거리를 흉내내거나 따를 생각은 아닙니다.

 

[102]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 훌륭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진책을 보면, 하나같이 ‘찍은이’ 둘레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담았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거나 어울리는 모습을 우리한테 보여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태그:#사진말, #사진, #사진찍기, #사진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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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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