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월드 그랑프리 2008 파이널 16강전'이 오는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다.

'K-1 월드 그랑프리 2008 파이널 16강전'이 오는 27일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다. ⓒ 김종수


'신성(新星)' 루슬란 카라에프(25·러시아)는 지난 회에 소개되었던 '악동' 바다 하리(24·모로코)보다도 먼저 K-1의 미래로 지목 받았던 기대주다. K-1 주최측이 세대교체에 목말라하던 2005년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K-1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높은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루슬란은 K-1에서 스타가 될만한 여러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있는 선수였다. 일단 그는 굉장한 미남이다. 외모가 파이터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우리네 속담도 있듯이 대중들의 시선을 먹고살 수 밖에 없는 프로파이터에게 잘생겼다는 사항은 큰 플러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그는 굉장히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는 K-1에서 추구하고있는 기본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으로 피터 아츠(38·네덜란드), 제롬 르 밴너(36·프랑스) 등 전설적인 인파이터들의 후계자감을 찾고있던 주최측에게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나온 대형신인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루슬란은 항상 웃음 띈 얼굴로 팬들을 대하는 이른바 '친절한 남자(?)'였다. 이는 이후 그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게되는 바다 하리(24·모로코)와는 완전히 극과 극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루슬란과 하리중 누가 먼저 거물로 성장할까?'하는 부분이 한참동안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루슬란은 하리와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하게 되었다. 어느덧 하리는 레이 세포-글라우베 페이토자 등을 연파하며 K-1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가 되었고 그에 비해 루슬란은 끝없는 추락을 거듭한 끝에 다시금 지역예선에서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는 입장까지 몰리고만 것이다.

뚜렷한 '장점' 하지만 그보다 더 뚜렷한 단점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루슬란이 데뷔 당시부터 단숨에 주최측과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체할 수 없는 '공격본능'이 자리잡고 있었다. 펀치와 발차기를 끊임없이 내며 시종일관 앞으로 밀고 나가는 인파이터 타입인 루슬란은 일단 공이 울리면 좀처럼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로킥, 미들킥, 펀치연타, 난데없는 백스핀 블로우에 빙글 돌아 상대의 급소를 노리는 러시안 스핀킥까지, 돌진은 한결같지만 공격패턴은 굉장히 다양하다.

피터 아츠나 제롬 르 밴너같은 인기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격본능이 과하다 못해 끓어 넘치는 파이터이다. 때문에 상당수 팬들과 관계자들은 점차 인파이터 스타일이 사라지고 있는 K-1무대에서 특히 그의 희소성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거기에 그러한 완전연소형 스타일을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잦은 출장횟수를 기록하며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루슬란은 엄청난 공격회수에 비해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받았다. 리카르드 노드스트란드(32·스웨덴)전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루슬란은 그렇게 많이 손발을 뻗어대면서도 정작 이긴 경기의 대부분은 판정까지 가는 접전 양상이 많았다. 특히 노드스트란드같은 경우는 어네스트 후스트의 보결선수로 투입되었던 케이스로 불과 며칠 전에 출전통보를 받았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루슬란은 그를 끝내 때려눕히지 못했다.

반면 패한 경기에서는 넉 아웃 패가 많아 대조를 이뤘다. 부실한 가드는 계속해서 지적 받았던 요소이며 거기에 잦은 러쉬를 감행하는 탓에 수시로 빈틈을 드러내 상대선수에게 카운터 타이밍을 노출하기 일쑤였다.

특히 동체시력이 좋고 카운터 타이밍에 능한 일류 파이터들에게는 유독 약했는데 레이 세포를 비롯해 글라우베 페이토자, 바다 하리 등에게 넉다운 당한 경기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루슬란은 디펜스를 무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하다가 상대의 받아치는 공격에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길 때는 어렵게 이기고, 질 때는 허무하게 지는 파이터. 언제부터인가 루슬란에게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루슬란 카라에프(사진 왼쪽) 루슬란 카라예프(오른쪽)는 부실한 가드로 인해 '하드펀처'타입의 선수들에게 잦은 KO패를 당해야만 했다.

▲ 루슬란 카라에프(사진 왼쪽) 루슬란 카라예프(오른쪽)는 부실한 가드로 인해 '하드펀처'타입의 선수들에게 잦은 KO패를 당해야만 했다. ⓒ 오마이뉴스 남궁경상


육체개조 및 스타일의 변화, 강자들에게도 통할까?

루슬란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은 지난해 있었던 멜빈 마누프(32·네덜란드)와의 경기였다. '타격몬스터'로 불릴 만큼 엄청난 공격력을 보유한 마누프지만 그는 입식과 종합을 병행하던 선수로 루슬란보다 아랫체급에서 활동했던 상대인지라 어찌 보면 '미스매치'에 가까웠다.

비록 아쉬운 역전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바다 하리와의 2차전에서 끝까지 승부를 점치기 힘들 만큼 팽팽한 승부를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유 있는 낙승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루슬란의 패배, 그것도 1라운드 초반에 실신 KO를 기록하며 그를 아끼던 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다.

팬들은 더 이상 그를 '신성'으로 부르지 않았고 K-1의 미래라는 수식어는 하리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많은 팬들은 그를 공격적인 젊은 인파이터로 기억하기보다는 강자들에게 커다란 KO신을 만들어준 희생양으로 인식하기 일쑤였다. 그런 루슬란이 얼마 전 돌아왔다. 눈길을 끄는 사항은 복귀한 루슬란은 과거의 그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일단 루슬란은 한눈에 보기에도 확 달라진 것이 느껴질 만큼 체격을 키운 모습이었다. 공격결정력의 보강을 위해 일부러 파워 업을 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첫 스타트는 무난하게 끊은 상황이다. 그는 지난 7월 있었던 'K-1 월드그랑프리 2008 타이페이' 토너먼트에서 토미히라 타츠후미(32·일본)-김영현(32·217cm)-알렉산더 피츠크노프(29·러시아)를 연파하며 대회우승을 차지했다.

첫 경기에서 끈질기기로 소문난 토미히라를 2번의 다운을 뺏어내면서 KO로 눕히더니 다음 경기에서는 장신인 김영현의 코뼈를 함몰시키며 1라운드 14초 만에 TKO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그리고는 '난적'이 될 것으로 점쳐졌던 피츠크노프마저 오른손 어퍼컷과 왼손 훅 콤비네이션을 폭발시키며 1라운드에 제압해버렸다.

이전의 루슬란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는데, 이에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은 "루슬란이 데뷔 초의 신성으로 돌아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체격뿐 아니라 공격스타일에서도 변화를 보여줬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난타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닌 칠 때는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만 위험하다 싶은 상황에서는 클린치도 하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달라진 패턴을 구사했다.

물론 단순히 지역예선 우승 하나로 루슬란이 레벨업을 완성해 돌아왔다고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과거에도 그는 많은 이들을 흥분시킬만한 모습을 종종 보여왔기 때문으로 문제는 그 기대감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실망을 안겨줬다는 사실이다.

과연 루슬란은 타이페이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개막전(16강전)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부활을 꿈꾸는 '러시안 신성'의 행보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영현 코뼈 함몰 러시아 미남 서울대회 신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