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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커피프린스>에 나온 카페
 드라마 <커피프린스>에 나온 카페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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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커피프린스>는 방영된 지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여전히 달콤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집이 <커피프린스>에 나온 집이야."

북악산길 산책로를 걸어 내려온 길옆의 카페를 보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커피프린스>에 나온 커피집은 홍대 앞에 있는 걸로 알았는데, 하면서 보니 드라마 속에 등장하던 최한성(이선균 분)의 집으로 나왔던 곳이랍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뒤로 노란색 소형 승용차가 세워져 있습니다. 딱정벌레를 닮았다는 외제 승용차입니다. 번호판이 없는 것을 보니 구경거리로 세워놓은 것 같군요. 사람이 사는 집인 줄 알았더니 카페랍니다. 들어가서 향이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게 만드는 곳이네요.

늦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북악산길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한성대역에서 북악산길 산책로를 걸어 자하문까지 10km 남짓 걸었지요.

걷기 좋은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한번 걸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악산 길 산책로는 걷기 좋은 길로 입소문이 파다합니다. 어떤 길이기에 소문이 났을까, 궁금증을 해소하러 나섰습니다.

이번 도보여행도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인도행)' 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함께 걸을 수 있는 길동무가 있어 외롭지 않았습니다.

북악산길 산책로는 소문난 길

북악산길 산책로
 북악산길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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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성대역 6번출구에서 도보여행 출발합니다. 여기에서 성북주민회관 앞까지 걸어가도 되고, 마을버스를 타고 가도 됩니다. 성북주민회관 앞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성북주민회관 부근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마을버스를 타는 것보다는 걷기를 권합니다. 15분 남짓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로 오르막이 조금 심한 편이지만 천천히 걸으면 걸을 만합니다. 저는 걸었습니다. 늦더위 탓에 땀을 많이 흘리긴 했지요.

북악산 스카이웨이 산책로는 참으로 친절한 길입니다. 표지판이 여러 개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습니다. 걷기 편하게 나무로 계단이나 길을 만들어 놓아 가볍게 걸을 수 있지요. 일부 흙길에는 고무로 발판을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걷기는 편한데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가장 걷기 좋기 때문이지요.

산책로 옆의 2차선 자동차도로는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라지요.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차가 드물게 지나갑니다. 자동차가 너무 많이 지나가면 매연을 뿜어댈 테니 아무래도 차가 별로 없는 것이 반갑겠지요.

산책로 옆에는 시를 쓴 나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시를 감상하는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소리 내어 낭송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비오톱
 비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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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에서 멀지 않은 숲 속에 나무들이 규칙적으로 쌓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야생동물이나 새, 곤충들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소규모 생태공간'으로 비오톱(Biotop)이라고 한답니다. 걷다보니 이런 것들도 볼 수 있네요.

산책로 중간 중간에 있는 소규모 쉼터에는 운동기구가 많이 놓여 있습니다. 성북구 주민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가 봅니다.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좋은 공기도 마실 수 있다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길을 걸으면서 약수터는 보지 못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 약수터가 하나쯤은 있던데 이곳에는 약수터가 없는 건지 아니면 꽁꽁 숨어서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해서 이 길을 걸으실 분들은 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걷다보면 목이 마르게 되니까요.

산책로에서 시를 만나다

팔각정
 팔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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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정자가 있는 곳에서 마른 목을 축이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힌 뒤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팔각정이 보입니다. 푸른 하늘을 이고 서 있는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팔각정 2층에 올라가 한 바퀴를 빙 돕니다. 산 아래 마을이 보이고, 멀리 산이 보입니다. 저 산이 북한산이여, 인왕산이여?

팔각정 옆의 화단에서 봉숭아꽃을 보았습니다. 무더기로 피어난 빨간색, 분홍색 꽃들이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꽃을 보니 어린 시절, 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이던 생각이 납니다. 꽃잎과 잎을 따다가 돌로 콩콩 찧어서 백반을 넣고 손톱 위에 올려놓은 뒤 봉숭아 잎으로 감싸서 실로 꽁꽁 묶었지요. 느슨하게 묶으면 실이 풀어지니까요. 피가 안 통할 정도로 힘껏 묶었답니다.

묶은 실이 풀어질까봐 손을 들고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몇 개는 손가락에서 빠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지요. 잠을 험하게 잔 탓이지요. 그래서 손톱 몇 개는 붉은 물이 들다가 말고, 손톱 몇 개는 손가락에까지 붉은 물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손가락에 든 물은 쉽게 빠지고, 손톱에 든 봉숭아물은 날이 갈수록 점점 색깔이 고와졌지요.

유년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았는데 시들어 가는 봉숭아꽃들은 어찌된 일인지 초라해 보입니다. 하늘이 너무 파란 탓인가?

한련화
 한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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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길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과 만납니다. 한 쪽에는 메리골드가 풍성한 꽃밭을 이루고 그 옆에는 한련화가 잔뜩 피어 있습니다. 메리골드는 꽃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활연화는 화려한 꽃보다 잎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푸른 잎들이 눈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합니다.

이곳에서 상명여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 걷습니다. 길 끝에 유명한 손만두집이 있다기에 찾아가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만두집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에 나온 카페를 먼저 만났답니다. 개성 있게 지어진 집입니다. 주택을 개조해서 카페로 만든 것 같네요. 점심식사를 했더라면 안에 들어가서 차를 마셨을 텐데 점심식사 전이라 그냥 밖에서 구경만 했지요.

이날의 도보여행은 손만두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걸은 거리는 고작 10km 남짓. 산책하기에는 적당한 거리지만 마음먹고 걷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거리입니다. 조금만 더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면 좋겠다, 싶어서 사직공원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손만두집에서 나와 길을 건너니 인왕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옆으로 사직공원으로 가는 길이 나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길로 접어드니 걷기 좋은 숲길이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쉽게 나무가 우거져 있습니다.

길은 자동차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다가 숲으로 숨어들기도 하면서 황학정 국궁장을 지나 사직공원까지 이어집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직공원에는 걷느라고 흘린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었지요.

사직공원 가는 길
 사직공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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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보여행, #커피프린스, #북악산, #산책로, #활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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