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프리카 난민이었던 가난한 육상선수가 베이징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단의 기수로 선정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 AP통신, BBC 등 주요외신들은 한국시간으로 7일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개막식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할 기수로 남자 육상 1500m 대표 로페스 로몽(23)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로몽이 미국 선수단의 기수로 나서는 것은 곧바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난민이었던 소년이 이뤄낸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자칫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신경전으로도 번질 수 있는 민감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미국 올림픽 선수단의 기수로 선정된 육상 대표 로페즈 로몽

미국 올림픽 선수단의 기수로 선정된 육상 대표 로페즈 로몽 ⓒ NCAA

8년 전 로몽에게는 국가조차 없었다. 수단 다르푸르에서 태어난 그는 수단 내전의 희생양이었다. 불과 6살 때 부모와 떨어져 군대로 끌려갔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겹게 케냐의 난민 캠프로 도망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끼니도 잇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로몽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지금의 조국 미국이었다.

미국 정부의 난민 구제 정책에 의해 미국 땅을 밟게 된 로몽은 중산층 가정으로 입양되어 새로운 부모를 만났고 육상선수로서의 재능까지 발견하게 되었다.

미국대학스포츠(NCAA) 육상대회 1500m와 3000m 부문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그는 지난 6월 미국대표선발전에 출전하여 1500m 부문 3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게 됐다.

로몽은 기수로 선정되자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나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 그리고 미국국기를 바로 앞에 두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들은 '미국이 로몽을 선택한 것에 개최국 중국이 당황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수단 난민 출신인 로몽을 앞세운 것은 수단의 원유수입을 조건으로 대량의 무기를 판매해 다르푸르 내전과 학살을 방조하며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에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의 예술고문을 맡던 미국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르푸르 사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며 고문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수단을 탈출하여 '살기위해' 달렸지만 이제는 금메달을 향해 달릴 로몽은 오는 8일 열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9만 관중과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선수단을 이끌고 입장하게 된다.

로페즈 로몽 수단 내전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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