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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욕되게하지 마라. 물에 빠진 개미에게 산비둘기가 띄운 나뭇잎 배부터 배는 내를 건너고 강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며 목숨을 건지고 물길을 타고 그런데 목숨을 건지고 꿈을 실어 나르던 배가 울어요. 군함으로 해적선으로 싸움배가 돼서는 목숨을 해쳐요. - '배를 욕되게 하지 마라' 중

그대로 흐르게 하라
 그대로 흐르게 하라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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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메시지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메시지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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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우리 사는 거 보면 정말 해도 너무들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방에서 옥죄고 있다는 느낌이다. 올해 초부터 서민을 강타한 생필품가격 폭등부터 시작하여 미국 쇠고기 수입,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는 고유가, 가스비 인상, 이제는 독도 문제까지…. 정말 이 한마디가 절실해진다. '내버려 둬'(Let it be)

답답한 요지경 세상 속, 우리 온고을에서는 아주 뜻깊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북 민족미술인협회에서 여는 <뱃길, 그대로 흐르게 하라>가 그것이다. 전북 미술인들이 두팔 걷고 나선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전북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의 2008년 정기전이다. 전시회를 열게 된 배경과 동기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민미협의 이근수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뱃길, 그대로 흐르게 하라"

"한마디로 누구를 위한 대운하냐는 거죠. 운하건설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못하고 이익도 없는 허무맹랑한 사업입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나 실리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거든요. 대운하정책은 마땅히 중단해야 합니다. 대운하 계획의 완전한 폐기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신속한 후속 조치들을 국민 앞에 내놓든가요. 이것이 이번 전시회를 주최하게 된 동기입니다."

인터뷰 시작은 부드러웠으나 '대운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그만큼 이근수 회장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북 민미협에서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정기 전시회의 주제로 대운하가 낙점된 것도 바로 이러한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종이배를 접어 운하반대의 염원을 담았다
 종이배를 접어 운하반대의 염원을 담았다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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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냅둬!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냅둬!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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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초 정기총회에서 올해 정기전의 주제를 뭘로 할까 고민했어요. 두가지가 거론되었는데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과 대운하 두가지였어요. 둘 다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아무래도 대운하 문제를 더 오랜 시간을 두고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서 주제로 정했죠. 회원들도 모두 여기에 공감했고 동의했습니다."

뱃길, 제발 내버려두면 안되겠니

전북 민미협의 이번 전시회는 4년 전부터 꾸준히 행해오고 있는 '길'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민미협은 4년 전부터 '길'을 주제로 전시회를 해오고 있었다. 작년에는 군산앞바다 미군의 폭격장이 되버린 직도 가는 길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2006년도에는 새만금사업으로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부안을 주제로 했다.

대운하 건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올해는 회원들 각자의 '인생의 길'을 조망해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대운하 건이 터지면서 '뱃길'로 급선회를 하게 된 것이다.

그 뒤부터 대운하전을 위해 민미협은 자료를 모으고 모임을 열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생명평화순례단과 함께 국토순례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산하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땅이 파헤쳐지고 갈라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대운하는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한다.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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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민미협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민들이 만든 공동작품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민들이 만든 공동작품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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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5일, 전주국제영화제기간중 영화의거리에서 열린 대운하반대 퍼포먼스
 지난 5월 5일, 전주국제영화제기간중 영화의거리에서 열린 대운하반대 퍼포먼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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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민들이 만든 작품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민들이 만든 작품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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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지난 6월 19일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단서를 낸 것은 단순히 눈가리고 아웅하는 국정수습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돼요. 취임 초기에도 대운하 계획이 국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자 '운하'라는 어감이 안 좋다면서 '뱃길 정비 사업' '4대강 정비 사업'이라고 말을 바꿨잖아요. 이것만 봐도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죠."

ⓒ 전북 민미협

전북 민미협 회원들은 이런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서양화, 동양화, 크로키부터 설치미술, 조각 등 다양한 색깔과 표정을 가진 작품들이 출품되었다. 그 표현방법은 다양해도 목소리는 한결같다. '대운하 팔지않아요' '생명 팔지 않아요' '주권 팔지않아요' 거기다가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독도까지. '독도 팔지 않아요.' 미술인들의 한결같은 목청이 요즘 대낮의 열기만큼이나 뜨겁고 높다.

전북 민미협의 이근수 회장
 전북 민미협의 이근수 회장
ⓒ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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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뱃길은 생명을 살리는 길이었어요.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던 뱃길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뭍과 뭍을 이어주는 생명선이었죠.

뱃길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뱃길은 뭍과도 자연스레 평화를 유지하며 살았습니다. 우리의 젖줄이었죠.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내세운 대운하라는 것을 보세요. 그것을 어떻게 뱃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름을 뱃길 정비사업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이것은 명백히 뱃길을 모독하고 것입니다.

다른 외국의 사례에서도 실패한 운하를, 가장 속도가 느린 배를 이용해 어떻게 물류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국민이 있을지 의아스럽습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아무 득도 되지 않는 이 운하사업, 몇몇 건설업자들 배만 불리는 이 대운하는 전면 철회해야 합니다."

전시장에는 대운하를 반대하는 미술인들의 염원과 의지가 잘 담겨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작품은 시민들의 낙서와 그림이 빼곡이 적힌 글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하다 싶었다. 곰곰 따져보니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때 영화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든 '공동작품'이었다.

"2MB 그리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시민들의 참여를 꾀하는 작품은 이것 외에도 또 있다. 크기 3미터 가량의 대한민국 전도를 출력하여 설치하여 운하가 몰고올 국토파괴 현실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곳에 시민들의 의견과 글을 자유형식으로 붙여놓아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전북 민미협회원이 만든 대운하반대 사발통문
 전북 민미협회원이 만든 대운하반대 사발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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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포크레인식 개발행정을 비판하는 작품
 이명박 정부의 포크레인식 개발행정을 비판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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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전북 민미협 회원이 사발통문 형식으로 대운하에 대한 생각을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하는 작품을 꾸미기도 했다. 사발통문이라면 일반인에게 알리는 호소문이나 격문을 쓰고 나서, 주모자가 드러나지 않게 사발 모양으로 둥글게 돌려가며 적은 통문을 말한다. 특히 동학농민운동의 사발통문이 유명하다.

행사를 꾸리는 처지에서 이근수 회장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행사비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조로 받는 기금 2백만원은 대관료, 팸플릿 인쇄비 등 기초적인 행사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 결국 작가 개인의 작품은 개인 각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말. 굳이 표현은 하지 않지만 좀더 많은 후원과 지원이 아쉬운 눈치다.

"작품을 구상하는데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어요. 그것을 어떻게 작품화시키느냐는 작가의 몫이니까요. 제 개인적으로 작품을 구상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었어요. 못 그려서가 아니라 정말 그리기가 싫었어요. 그리기 싫은데 억지로 그려야하는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덧붙이는 글 | <뱃길, 그대로 흐르게 하라>는 24일까지 전주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립니다.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꼭 한번 들렀으면 좋겠습니다



태그:#대운하반대, #전북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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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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