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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가 날뛰는 세상. 요즘같이 밥맛없고 속 쓰릴 때는 콩나물국밥이 제격이다.
▲ 전주산소콩나물국밥 미친소가 날뛰는 세상. 요즘같이 밥맛없고 속 쓰릴 때는 콩나물국밥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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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으려고 찾아든 집. 들어서자마자 주인장이 돈방석을 내왔다. 세상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방석이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무늬만 돈방석이어도 기분이 썩 괜찮다.

이어서 어찌된 일인지 알약?을 갖다 준다. "이게 뭘까?"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조그만 접시에 물을 담아 받쳐 들고 온 주인장이 알약 같은 걸 접시에 넣는 순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물수건이다. 펼치자 일반 손수건 크기만 하다. 돈방석에 특이한 물수건, 별난 집이다.

알약 같은 걸 접시에 넣는 순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물수건이다.
▲ 물수건 알약 같은 걸 접시에 넣는 순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물수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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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방석이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 돈방석 세상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방석이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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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없고 속 쓰릴 때는 콩나물국밥이 제격

식당 내부의 환경도 깔끔하고 손님을 배려하는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옛 속담에 될성부른 나무 떡잎 보면 안다고 했던가. 아니나 다를까 주인장만 착한 게 아니라 음식 가격도 착하디착하다. 자고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헌데 이집의 메뉴판을 살펴보니 콩나물국밥이 4500원, 비빔밥도 4500원, 선지국밥, 제육덮밥도 4500원이다.

미친소가 날뛰는 세상. 요즘같이 밥맛없고 속 쓰릴 때는 콩나물국밥이 제격이다 싶어 얼큰한 산소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그냥 콩나물도 아니고 특허 받은 산소콩나물을 사용한단다. '산소콩나물을 먹으면 뭐~ 머리가 좋아진 데나 어쩐대나?' 성장촉진제도 전혀 안 쓰고 산소량을 일반 자연수보다 400~500%를 증가시켜서 키웠대나. 아무튼 머리에 좋다고 하니.

10일 전국적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린 날이다. 뚝배기에서 촛불문화제 열기만큼이나 펄펄 끓고 있는 콩나물국밥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가까이 가면 김이 서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을 정도다. 국물 맛은 어떨까? 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한번 드셔보시라.

먹어봐야 맛을 알지. 이걸 어찌 말로 설명해. 그래도 꼭 그 맛을 알고 싶다면 김치의 시원한 맛이 죽여준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국물 맛이 끝내줘요. 어째 설명이 너무 진부한데. 아무튼 좋다. 맛있다.

이집의 콩나물은 숙주나물처럼 가느다란 게 특징이다. 그런데도 콩나물의 아삭한 맛이 살아있다. 국밥에서 독특한 시원한 맛을 내는 김치는 쫑김치다. 묵은지를 도마에 다져 넣은 것이다. 국밥은 얼큰한 맛과 담백한 맛 두 종류가 있다. 얼큰한 맛에는 청양고추가루와 참깨가루를, 담백한 맛에는 들깨가루를 넣었다. 지금 소개하는 것은 얼큰한 콩나물국밥이다.

국밥 한 그릇에 속이 절로 풀리네!

취향에 따라 덤으로 나오는 계란프라이를 국밥에 넣어 먹어도 좋다.
▲ 계란프라이 취향에 따라 덤으로 나오는 계란프라이를 국밥에 넣어 먹어도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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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에 속이 절로 풀린다. 쓰린 속을 달래주는 전주 산소콩나물 국밥의 비밀은 3단계를 거쳐 끓여내는 육수에 있다. 무, 다시마, 멸치 등을 넣어 일차적으로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다 버섯가루 등을 넣어 다시 끓여낸다. 이집만의 특별한 비법인 마지막 단계는 불을 다루는 기술이다. 불 조절이 맛을 좌우한다고 한다.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우려낸 육수에다 데친 오징어 다져 넣고 대파, 마늘, 콩나물, 쫑김치와 갖은 양념을 넣어 끓여서 뚝배기에 담아낸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도 될 만큼 빼어난 맛에 양도 넉넉하다. 아삭한 콩나물, 이따금씩 씹히는 오징어가 추임새가 되어 맛을 상승시킨다.

아참, 콩나물국밥은 송송 썬 청양고추와 새우젓, 김가루를 넣어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취향에 따라 덤으로 나오는 계란프라이를 넣어 먹어도 좋다. 그러나 시원한 국물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계란은 넣지 않는게 좋다.

콩나물국밥에 모주 한잔... 둘의 환상적인 궁합

뜨거운 콩나물국밥에 시원한 모주 한잔, 둘은 환상의 궁합이다. 이들의 어울림이 너무 좋다.
▲ 모주 뜨거운 콩나물국밥에 시원한 모주 한잔, 둘은 환상의 궁합이다. 이들의 어울림이 너무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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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밥에 빠져서는 안되는 게 있다. 바로 모주다. 한잔에 단돈 1천원이다. 생강, 계피 등 몸에 좋은 11가지 한약재로 만들었단다. 뜨거운 콩나물국밥에 시원한 모주 한잔, 둘은 환상의 궁합이다. 이들의 어울림이 너무 좋다. 보약이 따로 없다. 맛도 맛이지만 이건 보신주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기 보충에 아주 그만이다.

깔끔하고 단출한 기본 상차림도 넘친다. 맛도, 정성도, 찬의 가짓수도…. 설렁탕집의 깍두기마냥 큼지막한 새콤한 깍두기도 맛을 거드는데 한몫 단단히 한다. 돼지고기 안심장조림도 먹을 만하다. 돼지고기 안심살을 된장에 삶아내 살코기를 일일이 손으로 찢어 만들었다. 이건 미친소가 아니니까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깔끔하고 단출한 기본 상차림도 넘친다. 맛도, 정성도, 찬의 가짓수도….
▲ 기본찬 깔끔하고 단출한 기본 상차림도 넘친다. 맛도, 정성도, 찬의 가짓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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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집의 깍두기마냥 큼지막한 새콤한 깍두기도 맛을 거드는데 한몫 단단히 한다.
▲ 깍두기 설렁탕집의 깍두기마냥 큼지막한 새콤한 깍두기도 맛을 거드는데 한몫 단단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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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안심장조림도 먹을 만하다.
▲ 장조림 돼지고기 안심장조림도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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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정남순(36)씨가 국밥집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회사 생활을 하던 남편이 당구장을 드나들다 그 근처에서 어느 날 콩나물국밥을 먹어보고 와서는 그 맛에 반했다며 아내에게 자랑을 했다. 아내가 생각하는 남편은 사실 입맛이 까다로운 편인데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그럴까싶었다.

내심 궁금하던 차에 남편과 찾아가 처음 먹어본 그때의 콩나물 국밥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내 역시도 그 맛에 반한 것이다. 그래서 국밥집을 열게 됐다는 아내는 남편이 그 좋아하던 당구장에도 못가고 하루 종일 일에 메여 사는 게 안쓰럽다고 한다. 이곳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콩나물국밥, #돈방석, #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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