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 모자와 채찍을 들고 선 추억 속의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19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1편 <레이더스>(1981)의 성공을 시작으로 2편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1984), 3편 <인디아나존스: 최후의 성전>(1989)에 이르기까지 잇단 흥행으로 수많은 화제와 마니아를 양산했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4편은 제목 하여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입니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갖춘 마야문명의 유물인 크리스탈 해골을 두고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이를 뺏으려는 소련 특수부대 요원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간의 한치 양보 없는 싸움이 4편의 핵심 줄거리입니다.

 

3편<인디아나존스: 최후의 성전>의 경우 11억8천만불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사실만으로도 19년 만에 개봉되는 4편에 대한 언론과 관객 그리고 평론가들의 관심은 강렬했습니다. 영화 제작자들은 스토리 공개를 막기 위해 가림막까지 친 상태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나 어울리는 B급 서부활극이니, 제3세계인들을 비하한다느니, 미국의 반공 논리를 강요한다는 등 여러가지 다양한 혹평에 시달리면서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데는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듯합니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영화의 스토리를 끌고나가는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유물의 등장에 있습니다. 시리즈 이전편에 등장했던 성궤, 샹카라의 돌, 성배, 누루하치의 유골들이나 4편에 등장한 '크리스탈 해골'등이 바로 그 요소입니다.

 

이런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관객이 영화 속 가상의 전설을 마치 실존한 역사 속 사실처럼 믿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화칼럼니스트 김정대는 이를 영화용어인 맥거핀으로 분류하면서 "이런 영화속 맥거핀들이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액션신을 이어주며 특수효과신이 등장할 구실을 마련해 준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액션신들을 컴퓨터 그래픽 효과에 의존하기 보다 주인공과 조연들의 실연을 통해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1편 제작 당시 30대였던 주인공역의 해리슨 포드는 4편에 이르러 60대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거친 몸싸움과 액션은 이번 편에서도 변함 없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이런 액션신들은 자칫 판타지로만 흐를 수 있는 영화의 흐름 속에 리얼리티를 더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고초를 무릅쓰고 유물을 찾아 헤매는 영웅의 활극을 긴장감 넘치고 흥미롭게 하는 섬뜩한 볼거리의 등장에 있습니다. 1편에 등장했던 뱀, 2편의 벌레, 3편에선 쥐가 등장해 여주인공과 비위 약한 관객들을 쩔쩔매게 했다면 4편에서 오싹한 즐거움을 주는 소재로 등장한 것은 거대한 크기의 병정 개미떼입니다.

 

시리즈마다 등장한 인디아나 존스와 난공불락에 가까워 보이는 적과의 무모한 싸움에 이어 등장하는 이런 섬뜩한 볼거리들은 B급 시대활극에 그칠 수 있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스릴감을 더해 관객들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3편이 끝난 이후 19년이 지난 1957년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과거 시리즈의 플롯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유물을 찾아나서게 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과 위기, 수없는 격투신과 추격신 그리고 인간의 탐욕과 탐욕이 가져온 비참한 말로 등의 흐름 역시 변함없습니다.

 

30대에 1편을 시작해 모두 60대로 접어든 조지 루커스,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 3총사가 만든 4편에는 전편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아날로그 액션이 녹아있고 그들의 탁월한 상상력 역시 극에 달해 있습니다.

 

다만, 이번 편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터스의 영화제작 경험이 다분히 반영된 소재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크리스탈 해골과 이를 둘러싼 초자연적인 현상, 다소 의외의 결말 등이 전편들에 비해서 좀 생뚱맞은 인상입니다. 스토리 구성에 15년간을 고심했다는 제작자와 감독의 고민이 충분히 반영된 듯도 하지만 이전편들과 비해서 좀 의아하다는 관객들의 의견도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로 등장한 머트(샤이아 라버프)에게 계곡 추격신, 오토바이 탈출신 등 많은 분량의 활극을 의지하는 듯 가끔은 숨이 턱에 차 보이는 60대의 해리슨 포드를 지켜보며 아날로그 활극의 대명사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5편 제작을 점치기에는 좀 성급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008.06.09 17:1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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