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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향해 피어난 은종을 닮은 꽃
▲ 때죽나무 땅을 향해 피어난 은종을 닮은 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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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과의 쪽동백과 거의 비슷한 꽃을 피우는 때죽나무는 쪽동백과 사촌격이다. 때죽나무와 쪽동백을 척척 구분할 수 있으면 어느정도 식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헛갈리는 꽃이다.

아카시아꽃이 한창 피어날 무렵에 아카시아꽃과 자웅을 겨루는 꽃을 들라면 나는 때죽나무의 꽃을 든다. 향기도 향기려니와 꽃의 숫자로 쳐도 아카시아꽃에 밀리지 않는다. 때죽나무 아래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꽃 외에는 보이질 않는다. 꽃은 땅을 바라보고 나는 하늘을 바라보지만 꽃을 맨땅을 볼 수 있으되 나는 때죽나무꽃에 가린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꽃을 총총히 달고 피어나는 것이 때죽나무다.

차받음물에 많이 사용되었던 니뭇가지 중 하나다.
▲ 때죽나무 차받음물에 많이 사용되었던 니뭇가지 중 하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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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의 열매껍질은 세척제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비우대용으로 기름때를 제거하는데 사용을 했으며 한방에서는 구충제나 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때죽나무 열매에는 '에고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것엔 독성이 있어 물고기를 잡을 때, 때죽나무의 열매를 찧어 냇물에 풀면 물고기를이 기절해서 떠오른단다. 그야말로 떼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모든 풀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독도 약이 될 수 있고, 약이 되는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지 않음의 미덕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향기가 은은한 것이 레몬의 향을 닮았다.
▲ 때죽나무 향기가 은은한 것이 레몬의 향을 닮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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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는 때죽나무를 '족낭'이라고 부른다. 화산섬 제주, 옛날 그곳엔 물이 귀했기 때문에 지신물(지붕에서받은 물)이나 차받음물(나뭇가지로 받은 물)을 많이 사용했다. 차받음물에는 때죽나무가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차받음물은 몇 년씩 두어도 상함이 없고, 석달이 지나면 오히려 물이 깨끗해지고, 물맛도 좋아졌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 그것을 천수라고 한다. 땅에서 길어온 물은 다 상해도 천수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깨끗해졌다니, 참으로 신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때죽나무의 열매
▲ 때죽나무 때죽나무의 열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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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죽나무의 꽃도 꽃이지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면 그 또한 멋있다. 꽃이 그랬듯 열매도 하늘이 아닌 흙을 바라보고 있다. 자기가 온 곳을 바라보는 때죽나무의 꽃말을 붙여주라면 '겸손 혹은 자기성찰'이라 하고 싶다.

땅을 바라보는 마음, 모든 꽃이 하늘을 바라볼 때에도 묵묵히 흙을 바라보면서 내 근원이 저 흙에 있음을 잊지 않는 듯하다.

때죽나무 열매의 겨울나기.
▲ 때죽나무 때죽나무 열매의 겨울나기.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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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때죽나무아래에 선 적이 있다. 꽃받침과 열매의 흔적들이 남아 잔뜩 찌푸린 겨울하늘에 추상화를 그린 듯했다. 자연의 모든 때는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양한 삶의 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그냥 무미건조하게 상관없는 듯 존재할 때도 있다.

만나는 것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만나는 것들마다 소소하게 여기지 말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자신의 삶을 더 깊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때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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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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