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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EBS)'이 '광우병'을 다뤘다는 이유로 이미 방송한 프로의 재방송을 취소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재방을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EBS TV는 12일, 13일 이틀에 걸쳐 이미 방송한 <지식채널e> '17년 후'를 14일부터 재방하지 않기로 했다가 15일 이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지식채널e>는 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온갖 '지식'을 다루는 프로다. EBS에서 평일 저녁 9시 45분에 방송하는 프로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지식을 망라한다. EBS-TV '지식채널 e'는 2006년엔 여성가족부가 시상하는 <제8회 남녀평등상> 방송부문 최우수작품상도 수상했고, 지난 4월엔 <지식채널e>란 단행본도 발간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17년 후'는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다뤘다.

논란이 됐던 <지식채널e> '17년 후' 내용은 이렇다. 

1990년 5월16일 영국 BBC뉴스는 "존 검머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오늘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딸 코델리아까지 동원해, 쇠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시민들 설득했다"며 존 검머의 "저 자신도 아이들과 함께 쇠고기를 먹을 겁니다. 이래도 못 믿으시겠습니까?"란 인터뷰 내용을 방송했다. 이어 17년 후, 2007년,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존 검머는 친구의 딸이었던 엘리자베스 스미스가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

<지식채널e> '17년 후'를 연출한 김진혁 PD는 표현에 따르면 "예민한 내용인 만큼 현재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는 협정 관련 내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과거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우병 관련 일들을 팩트만 나열하는 형식"이요, "영국의 잘못을 거울삼아 안전하다고 장담 말고 미리 대비를 잘 하자 정도"로 "메시지도 굉장히 건전"한 프로였다.

이 프로가 14일부터 재방송을 내보낼 수 없게 되자 김진혁 PD는  "그저 '광우병' 관련 아이템이란 이유로 월요일과 화요일 방송이 된 내용을 수요일부터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EBS 사내게시판에 이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광우병' 을 다뤘다고 이미 나간 방송 프로가 EBS 경영진 결정으로 재방 취소 논란을 겪은 EBS TV의 <지식채널e>의 '17년 후'.
 '광우병' 을 다뤘다고 이미 나간 방송 프로가 EBS 경영진 결정으로 재방 취소 논란을 겪은 EBS TV의 <지식채널e>의 '17년 후'.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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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는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감사원 직원분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E>두 편에 대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며 감사팀으로 전화를 하셨다"며, "그냥 요즘 광우병 관련 내용이 민감하니까 개인적으로 궁금해 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 생각 없이 프로그램 콘티를 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 PD는 "그리고 나서 팀장님을 통해서 오늘부터 '17년 후'를 내리라는 본부장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때 <지식채널e> '17년 후'는 이미 이틀이나 방송됐고, 인터넷에는 이미 퍼져나간 상태였다. <지식채널e>는 같은 내용을 일주일 동안 여러 번 재방한다.

이어 김 PD는 "본부장님께서는 내용은 문제가 없다고 하시더"라며, 이어서 만난 부사장이 김 PD에게  "EBS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방송을 내리는 것이 맞다. 본인이 결정하신 것이 아니라 EBS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진혁 PD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EBS 직원 하나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네티즌이 이 글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옮기며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한편, 김 PD의 문제 제기를 받은 EBS 노조가 경영진에 이의를 제기했고, EBS측은 노조의 문제를 전격 수용, 다시 재방을 결정했다.

<지식채널e> '17년 후'를 연출한 EBS 김진혁 PD를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청와대 파견 직원 전화 뒤, EBS 경영진 '불방' 결정

- 현재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는 감사원 직원이, 광우병을 다룬 <지식채널e> 두 편이 궁금하다며 감사팀으로 전화를 했다면서?
"그래서 물어봤더니 큰 건 아니고, '내용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셨다더라. 그래서 콘티를 드렸다. 영상을 보니까 문제가 있다가 아니라 광우병에 대해 이례적으로 다룬 영상이 있다는데, 내용도 잘 모르고 문의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콘티를 복사해 드렸다."

- 그 다음에 '17년 후'가 재방송을 안 하기로 했단 건가?
"내부 경영진이 불방을 결정했다."

'광우병' 을 다뤘다고 이미 나간 방송 프로가 EBS 경영진 결정으로 재방 취소 논란을 겪은 EBS TV의 <지식채널e>의 '17년 후'.
 '광우병' 을 다뤘다고 이미 나간 방송 프로가 EBS 경영진 결정으로 재방 취소 논란을 겪은 EBS TV의 <지식채널e>의 '17년 후'.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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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상황에 대해 김 PD가 쓴 글로 인해 이 사태가 알려졌다. 어떻게 쓰게 됐나?
"EBS 사내(직원) 게시판에 올렸다. 제 생각에 이 문제가 우스꽝스러운 상황 같았다. 폭로할 상황은 아니라 판단했고 내부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서였다. 내부적으로 노조나 이의 제기할 방식이 존재한다. 사내 공론화시키기 위해 올렸던 거다. 그런데 한 분이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게 퍼져나갔다."

- 당황했겠다?
"모르고 출근했는데, 와보니까 기자들 전화가 5분마다 오고 난리가 났다. 노조에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정당한 근거 없이 방송을 내리라고 한 것이라는 노조 주장을 (EBS) 사측이 인정하고 사과했다. 재방송하기로 결정했다."

- 방송 나간 프로가 재방하지 않기로 하고, 이런 일이 예전에도 있었나? 처음인가?
"먼저 심의 쪽에서 한 번 거른다. 심의 쪽에서 의견 차이 나서 티격태격하는 경우는 있어도 방송 나간 뒤 내린 경우는 없다. 어떤 언론사나 꽉 막혀있는 게 아니라면 이 정도 수준은 내부에서 티격태격하지 않나?"

- 그럼 '17년 후'가 심의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방송 불가 정도는 아니다. 심의 의견도 '시기적으로 민감하다' 정도였다. 내용 갖고 문제 삼진 않았다."

- 그런데 경영진이 부담이 컸나 보다? 재방 불가 방침을 재빠르게 철회했다.
"부담감은 크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사내 게시판에 부담 없이 썼던 거라서……. 네티즌이 무서운 것 같다. 순간적으로 오전 한 순간에 퍼져나갈 줄은 몰랐다."

- '17년 후' 재방송을 다시 한다던데?
"수요일(14일) 하루 결방하고 15일(목)부터 정상 방송한다. 16일도 17일도 방송한다.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알려주셔서 감사한다기보다 네티즌 여러분이 성원해서 존재 의미가 있다."


태그:#광우병, #방송, #광우병 쇠고기, #EBS, #지식채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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