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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자전거에 호연이를 태우고(작년 봄) 
하영이는 당시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다녔음
 노란 자전거에 호연이를 태우고(작년 봄) 하영이는 당시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다녔음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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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보유 대수로만 치면 우리가족은 명실상부(名實相符) 자전거 가족이다. 팔순 부모님부터 4살배기 아들 호연이까지 자전거를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총6대). 시골(충남예산)에서 농사짓고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전거를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버지 자전거는 삼천리 자전거 '고전형(다목적 생활용)'이다. 특별한 이름이 없기 때문에 '고전형'이라 이름 붙여 본다. 70~80년대 도로를 누비던 자전거를 연상하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신사용' 자전거 보다 짐받이와 바퀴가 약간 크다.

아버지 자전거에는 한상 삽이 실려 있다. 자전거 프레임 사이에 1년 내내 삽을 매달아 두신다. 이 자전거를 타고 논에 물꼬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짐받이에 낫을 매달고 다니며 논두렁 풀을 깎기도 한다. 여름휴가 때 집에 가면 이 자전거는 내 차지가 된다.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 녀석들을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지금도 난 이 자전거가 편하다. 똑같은 모양의 자전거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난 9살 때 자전거와 처음 만났다. 비쩍 마른 꼬마가 제 몸뚱이 보다 더 큰 자전거를 어떻게 끌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엎어지고 넘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중심 잡는 법을 배웠다.

겁 많은 어머니 자전거 타고 무작정 신작로에 가다

어머니는 칠순 넘어 자전거를 배웠다. 150cm가 갓 넘는 작달막한 키의 어머니가 숙녀용 자전거(여성용 클래식)를 타고 논누렁을 질주하는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머니는 이 자전거를 타고 논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위해 새참도 나르고 일요일이면 성당도 가신다.

어머니는 무릎이 아파서 반평생을 고생하셨다. 고된 농사일 때문이다. 걷는 것이 힘들어서 자전거를 배우게 됐다. 이후, 자전거는 어머니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어머니는 겁이 많다. 처음 자전거에 오를 때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했다.

"남들 다 하는데 까짓것 나라고 못할 것 없다고 생각했지! 무작정 자전거 사가지고 신작로로 나갔어."

이 말을 듣고 역시! 어머니답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비록 겁은 많지만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강단' 있는 분이다. 어머니가 자전거 타는 것이 때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씽씽 달리는 자동차가 어머니 자전거 옆을 지날 때는 위태로워 보인다.

어머니는 아직 자전거 운전 실력이 서투르다.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한다. 150cm 갓 넘는 작달막한 키의 할머니가 뒤뚱거리며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더라도 좀 천천히 달려주기를.

11살 하영이 자전거(미니벨로)
 11살 하영이 자전거(미니벨로)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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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자전거는 기어 1단 노란색 숙녀용 클래식이다. 자전거 대리점 앞을 지나다가 노란색 자전거가 너무 예뻐서 그 자리에서 사버렸다. 네 살 된 둘째를 낳기 전 아내는 마을에서 화원을 했다. 노란 자전거에 꽃다발을 싣고 달리는 모습은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둘째가 세 살이 되면서 아내는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앞쪽 바구니에는 가방을 싣고 뒤쪽 짐받이에는 둘째 호연이를 태우고 다닌다. 그 모습도 꽃다발을 싣고 다닐 때처럼 아름답다. 마을 사람들은 건강미가 넘쳐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내가 호연이를 뒤에 태우고 외출할 때 11살 하영이는 '미니벨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뒤쫓아 간다. 기어 없는 접이형 미니벨로다. 이 자전거 장점은 보관이 용이 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영이는 기어 있는 자전거로 개비해 달라고 가끔 투덜거린다.

아내와 하영이는 이런 모양으로(아내는 호연이를 태우고, 하영이는 미니벨로로 뒤쫓고) 경기도 안양 석수동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26km를 왕복한 적도 있다. 하영이는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작달막한 다리로 미니벨로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멋지게 완주했다.

생활용 자전거는 저렴한 것이 좋다

후줄근 하기 짝이 없는 내 자전거(접이식)
 후줄근 하기 짝이 없는 내 자전거(접이식)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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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는 접이식 이다. 사연이 있는 자전거다.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서 걸어 다니기 힘들 때 다리가 되어줬다. 절뚝거리며 걸을 때 후배가 선물한 것이다.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답답해 보였는지 집에서 묵고 있는 자전거라며 가지고 왔다.

너무 낡았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한눈에 봐도 후줄근하기에 길거리에 며칠씩 세워둬도 자물쇠만 잘 채우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달릴 때 소리가 좀 나고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비며 2007년 4월부터 지금까지 자전거 관련 글을 15꼭지나 썼다. 내 자전거를 본 사람들은 "이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어떻게 글을 썼느냐?"고 묻는다. 난 "이정도 되니까 글이 나오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실제로 값비싼 자전거 타고 다녔으면 중간에 도둑맞고 자전거 타는 것을 포기 했을 지도 모른다. 그동안 자전거를 몇 번 잃어버린 적이 있다. 잃어버린 다음에는 한동안 자전거 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생활용 자전거는 탐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한 것이 좋다. 그래야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 일을 할 수 있고 친구 만나 술 한 잔 했을 때도 부담 없이 길거리에 세워둘 수 있다.

마지막으로 4살배기 호연이 자전거를 소개한다. 물론, 세발자전거다. 겨우내 집안에서 프라스틱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봄이 된 후 금속으로 된 야외용 세발자전거를 탄다. 다리가 조금만 더 길어지면 제 몸뚱이만한 자전거를 사줄 계획이다. 제 몸뚱이만한 자전거를 끌어본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호연이는 커다란 자전거를 타고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중심 잡는 법을 배울 것이다. 어릴 적 나처럼.

우리 가족 봄나들이는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으면서 시작된다. 벚꽃 흐드러진 길을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1년전 '자동차 보다 자전거가 진보 교통 문화'라는 취지의 글을 썼다. 그 다음 '자동차 보다는 자전거 핸들을 잡을 생각'이란 글을 썼다. 아직도 이 생각에 변함없다.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자전거가 자동차 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진보적 교통수단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핸들 보다는 자전거 핸들 잡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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