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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등장하는 지명을 중심으로 표시
▲ 이란 이동경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지명을 중심으로 표시
ⓒ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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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한을 떠난 후 카비르 사막과 수도 테헤란을 지나, 국경도시인 타브리즈(Tabriz)에 들어왔다. 날씨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이제 곧 이란을 떠나 터키로 가게 된다. 이란에서 터키로 넘어 가려면 대부분 이란 측 국경도시인 이 타브리즈라는 도시를 경유하게 된다.

타브리즈 4일째, 우리는 마지막 자전거 점검을 위해, 자전거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자전거 수리를 무료로 해 주는 걸로 널리 알려진 시마노(Shimano) 자전거 숍을 찾았다. 이 시마노 자전거 숍은, 돌아가신 아버지 때부터 자전거여행을 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수리 및 점검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곳이다.

현재 숍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형제들 역시 젊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여행 했다고 한다. 우리의 피곤한 자전거를 손봐주며 형제는 물었다.

“이란 여행은 어땠죠?”
“한국에서는 이란과 이란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
“이란을 여행한 후, 이란에 대한 생각 중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어떻게 가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는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세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도대체 어디선 온 것인가?' 우리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든 것들, 부모님을 통해서 선생님을 통해서 그리고 책을 비롯한 각종 매채가 전하는 소식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게 된다.

그런데 길을 떠나 세상을 둘러보면서 부터 점점 더 뚜렷해지는 의문점 한 가지가 있다. "이들이 전하는 소식들이 만일 사실과 다르다면, 그리고 이런 매체들이 특정 나라와 권력층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이용 된다면"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란에 오기 전, 이란이란 나라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막연한 편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지만 꽉 채운 두 달간의 이란 여행을 통해, 이란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우리는 이들 형제들에게 그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그대로, 이란과 이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이후 형제들은 말했다.

“단지 막연한 생각으로만 그치지 말고 두 분이 직접 보고 들은, 이란과 이란 사람들에 대한 경험을 한국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렇게 외국인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일을 해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랍니다. 세상이 이란이라는 나라를 오해 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것 때문에 마음이 아프답니다.”

얼마 후 형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리를 마쳤다. 브레이크패드를 갈고, 케이블도 갈고, 부서진 물통 받이도 갈고, 기어 조정도 새로 하고, 조이고 기름칠도 새로 했다.

시마노 자전거 샾에서 자전거 수리를 하고 있는 중
▲ 이란 여행 시마노 자전거 샾에서 자전거 수리를 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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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이들이 내미는 방명록을 살펴보니, 카비르 사막 둘째 날 스쳐가며 만났던, 오스트레일리아 자전거 여행자의 명함이 꽂혀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지인의 흔적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하게 될 때, 여행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그들 역시 제3의 장소에서 행여 우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 느끼듯, 똑같은 반가움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이튿날 다시 자전거 숍을 방문해 한국의 녹차를 형제에게 내밀었다. 그때 그들의 해맑은 모습이란! 당장에 그들은 자신들의 금지옥엽, 막내 여동생인 '하니'를 가게로 호출했다. 이름처럼 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의 하니를 연상시키는 하니는 17살 소녀다. 오빠들과 무려 열세 살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집안의 막내중의 막내인 하니. 얼마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던지! 8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하니는 우리가 만나본 이란인들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얼마간의 얘기를 나누었을까? 영아의 얘기를 놓치지 않고 귀 기울이던 하니는 영아에게 푸욱 빠져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이곳 자전거 숍의 형제들과 하니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저녁 식사시간 전 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학원에 가야 하는, 하니를 따라 영어수업에 동참했다.

1명의 선생님과 영어로 프리토킹을 하며 수업을 하고 있는 6명의 학생들. 그리고 한국에서 온 불청객 2명인 국이랑 영아. 감사하게도 이곳에서도 적지 않은 환영을 받았고 그날 수업 해야 할 내용은 접어둔 채, 우연히 찾아온 외국 손님들과의 대화 시간이 오늘의 주된 수업이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도 그 학생들에게도 아주 훌륭한 수업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하니를 따라 참여한 영어 수업
▲ 이란 여행 하니를 따라 참여한 영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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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의 영어 수업이 끝났을 무렵, 이미 밖은 어둑해져 있었고 우리는 이 꼬마 소녀 하니의 뒤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사실 이란 여행을 하는 동안 줄곧 들었던 생각은 ‘이란 음식은 별로다’ 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날 저녁 식사 한 끼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하니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정말 대단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란 지역 내에서도 음식 맛은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에서도 전라도 음식을 인정하는 것처럼 이곳 이란에서는 타브리즈 여성의 음식 솜씨를 제일로 친다고 했다.

집은 대궐처럼 넓었다. 단 네 식구가 사는데, 운동장만한 거실이 두 개나 있었고, 화려한 샹들리에며, 바닥을 덮고 있는 페르시안 카펫, 집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대리석 기둥.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서나 볼 것 같은 그런 집이였다. 하긴 이 넓은 땅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검은 돈, 석유를 생각하면 이렇게 넓은 집에 사는 이란인들이 이해가 간다.

여행을 다니면서 숱한 초대를 받는지라, 경험 많은 방문객이 된 우리는 초대한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 줄 수 있는지 안다. 또 어떻게 하면 우리도 즐길 수 있는지도 안다. 처음에 서먹했던 분위기는 어느덧 사라졌고, 밤이 깊도록 우리의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물론 줄곧 유창한 하니의 통역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하니의 집에서 가진 저녁 식사
▲ 이란 여행 하니의 집에서 가진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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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타고 우리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이란에서만 이란 가정에 초대받은 게 벌써 세 번째다. 한국의 일상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이런 만남, 현지인들의  생활 깊숙이까지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는 이런 만남의 시간 속에 있다 보면,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문화교류라는 생각이 든다.

코리아라는 말을 들으면, 이들 하니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다름 아닌 국이랑 영아가 아닐까? 우리 또한 이란의 타브리즈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어김없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시마노 자전거 숍의 가족들일 것이다.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추억 중 하나를 만들어 놓은 땅, 이란! 그녀를 뒤로 하고, 내일 우리는 또 다른 무슬림의 나라를 향해 다시 국경을 넘는다.

거리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빵(난)을 파는 가게에서
▲ 이란 여행 거리의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수 있는 빵(난)을 파는 가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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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터키로 가는 길. 저 멀리 터키로 넘어가는 국경이 보이네요
 국경을 넘어 터키로 가는 길. 저 멀리 터키로 넘어가는 국경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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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로써 지난 3개월간 연재했던 이란 편을 마칩니다. 여행한 나라 순서대로 라면 인도-네팔, 이란, 터키 순서이지만, 연재는 이란, 인도-네팔, 터키 순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다음주는 한주 쉬고,  그 다음주부터 인도-네팔 편의 연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국이랑 영아의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 긴 여정(이란,인도/네팔,터키편)- 은 작자의 홈페이지(http://www.bikeworldtravel.com/)와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그리고 SLR CLUB(http://www.slrclub.com/)에서 연재가 이루어 집니다. 오마뉴스는 매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태그:#국이랑 영아, #자전거여행, #자전거 세계여행, #이란 여행, #김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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