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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겉그림
▲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책 겉그림
ⓒ 프레시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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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에 적혀 있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린 아이들을 비롯해 교회를 넘나들지 않는 사람들도 익히 아는 이야기다. 긴 칼에 철갑옷을 두른 육척장신 골리앗을 투구 하나 쓰지 않은 소년 다윗이 물맷돌로 쓰러뜨린 사건이다.

현대판 공룡 골리앗에 맞선 7인의 다윗이 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에 등장하는 김용철, 김상조, 노회찬, 심상정, 이상호, 김성환, 사제단이 그들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싸움에서 7인의 다윗이 골리앗 삼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대부분 힘들 것이라 여긴다. 이유는 뭘까? 옛날 다윗과 골리앗의 경우 중재자나 심판자 없이 당사자 간에 붙은 정정당당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엔 검찰이나 법원과 같은 중재자와 심판자가 있다. 그런데도 전관예우를 뿌리 뽑지 못하는 내부순환 고리로 인해,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법 집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는가?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7인의 다윗에 대해 살펴보자. 물론 다 헤아릴 순 없다.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 이상호 기자와 천주교정의구현 사제단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용철과 김상조 그리고 김성환 등에 대해서만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했다. 법무팀장을 맡아서 삼성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삼성이 막대한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관리해 왔으며, 그 돈을 권력기관에 뇌물로 활용했다고 폭로했다.

"부모님께서 내 이름을 지을 때 '용감할 용'자를 쓰셨다. '칼을 들고 설치는 남자'를 형상화한 글자다. 하지만 나는 굉장히 비겁한 사람이다. 조직을 거스르기보다 순응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떤 한계가 있다. 조직이 한계를 벗어나도록 요구하면 싸울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51쪽)

김상조 박사는 서울대 정운찬 교수로부터 박사논문을 지도받은 경제학자다. 그는 재벌의 오너 경영체제가 지니는 장점을 인정하지만, 재벌에 대한 투명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삼성이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담은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위반한 것을 꼬집는데서, 미미한 지분율로 계열사를 지배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순환출자' 구조방식이 잘못됐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된 셈. 삼성에버랜드는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가 됐고, 삼성에버랜드 최대 주주인 이재용씨는 삼성계열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 물론 삼성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넉넉했다면 이런 편법을 굳이 동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순환 구조에서 문제가 되는 게 금산법이다."(117쪽)

그리고 김성환 노조위원장이 있다. 그는 2000년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중공업 등의 해고 노동자 등과 함께 '삼성그룹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삼성해복투)'를 결성해 복직투쟁을 전개했다. 그로 인해 특수공무집행,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후 삼성 내에 민주적인 노조가 설립되는 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삼성노동자들의 패배의식에 대해선 무척 안타까워한다.

"김 위원장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곧바로 삼성내부의 개혁이나 노동자들의 투쟁으로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건 노동자들에게 달린 몫'이라며 '삼성 노동자들은 불패신화로 불리는 무노조 경영에 대한 패배의식, 삼성이 대한민국 위에 있다는 허위의식에 찌들려 있다'고 말했다."(319쪽)

이처럼 공룡 골리앗 기업인 삼성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7인의 다윗은 각기 다른 공격 포인트를 지니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와 김상조 박사가 삼성의 머리와 이마에 공격을 가한다면,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목을, 이상호 기자는 입과 눈과 귀를, 김성환 위원장은 손과 발을, 사제단은 마음과 양심을 겨누고 있다.

이들의 서로 다른 공격 포인트가 힘을 더해 삼성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관예우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는 검찰과 법원이 독립적인 공의를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금산분리 철폐를 내세웠으니, 그것도 삼성의 순환출자 행위를 묵인하는 꼴이 된다면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그것만이 삼성일가의 불법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삼성이 이건희 일가의 왕국이 아닌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고,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참된 교훈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병철 회장의 '사카린 밀수' 사건과 이건의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가 이재용 전무에게 어떻게 흐를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판 공룡 골리앗 기업 삼성에 맞서고 있는 7인의 다윗에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 삼성은 무엇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가

프레시안 엮음, 손문상 그림, 프레시안북(2008)


태그:#삼성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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