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동대문야구장에서 목동구장으로 옮겨 치러진다.

19일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이하 황금사자기)가 목동구장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구장은 2만석에 좌우펜스 98m, 중앙펜스 120m 규모를 갖추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도보로 15분 가량 소요된다. 목동구장은 프로야구팀 '우리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도 사용될 예정이다.

프로-아마추어 간 '갈등은 없다?'

목동구장은 당초 대한야구협회가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아마추어 야구를 펼치기 위해 개보수를 진행한 곳이다. 서울시는 당초 53억원의 비용을 들어 공사를 진행했고 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8구단 히어로즈가 서울 연고를 내세우고 목동구장 사용을 주장해 프로팀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구경백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는 "대한야구협회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프로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큰 갈등 없이 서로 양보해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 이사는 "히어로즈가 홈에서 63경기를 소화할 예정인데 계산해보니 고교야구 일정과 12일 정도 겹치더라"라면서 "이 경우 일정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구장 자체가 아마추어 팀에 맞춰져 있다보니 선수나 관중 편의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는 점이다. 현재 히어로즈 측에서 내부 라커룸, 귀빈실 등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프로팀이 경기를 치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 전에 마무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개보수 중인 목동구장, 경기에는 큰 지장 없어

현재 목동구장은 내야석 외야쪽 관중석을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자리에는 기존에 동대문야구장 내야석에서 쓰던 등받이 의자를 설치중이다. 이 때문에 오래된 의자가 외관상 깔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구경백 홍보이사는 "서울시에서 이미 58억원이라는 적잖은 예산을 썼다. 체육시설 개보수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물론 새로운 의자가 좋지만 세척하면 충분히 쓸 수 있는 의자는 활용해서 낭비를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덧붙여 그는 "목동구장은 외야석이 없고 불펜 등 선수들이 몸을 푸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기존 동대문야구장에서 쓰던 인조잔디를 조금이나마 재활용했다"면서 "그라운드 안은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잔디 상태도 대체로 양호하다는 평가. 프로야구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관리만 잘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고교야구 선수들도 대체로 만족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코니그린'이라는 인조잔디가 깔린 목동구장은 기자가 직접 잔디를 밟아본 결과 동대문야구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부드럽고 질적으로 우수했다.

다만 낮경기 때 수비를 하는 선수들이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는 구조상의 문제가 '옥에 티'로 거론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낮경기는 야수들의 고글착용을 권장한다는 계획이다. 대부분 밤에 진행되는 프로야구는 이 문제에서 좀더 벗어나 있다.

한편 19일 목동구장에서는 조명탑 개선 이후 처음으로 야간경기가 진행됐다. 이번에 설치된 조명탑은 내야 3500룩스, 외야 2000룩스로 각도와 조도를 조절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이다.

그러나 보도된 야간경기 조명탑 사진을 본 일부 누리꾼들은 "사진이 어둡게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기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대회 운영, 지난해와 달라진다

올해 고교야구 중앙대회(서울대회)는 황금사자기(동아일보), 대통령배(중앙일보), 청룡기(조선일보), 봉황대기(한국일보) 순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순으로 진행됐던 것과는 다르다.

더구나 황금사자기는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을 뿐만 아니라 예선을 치르지 않고 모든 고교야구팀이 참가하는 봉황대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거 황금사자기는 8월 중순 봉황대기 중에 열렸던 신인 2차 지명 이후 열려 '맥빠진 대회'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이번 황금사자기는 선수 부족을 이유로 참가를 못한 김해고를 제외한 전국 53개 고교가 나서게 됐다.

구경백 홍보이사는 "봄과 가을에 열리는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인 고시엔대회를 떠올리면 된다"며 "지역 예선을 거치지 않는 황금사자기가 프로야구 개막전인 3월 중순에 열리면서 선수들이 겨울에 무리할 필요가 없어졌고 팬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봉황대기 주최 측인 한국일보가 유일한 '모든 팀 참가'라는 큰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히려 순위가 밀리게 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불만이 있었다"며 "고교야구가 막 시작할 때는 황금사자기,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할 때는 봉황대기로 진행돼 봉황대기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TV 중계권에 대한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스포츠 케이블채널 KBS N 스포츠가 고교야구 중계를 전담한 것과 달리 올해 KBS N 스포츠는 현재까지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 중계 이후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구 이사는 "현재 지방대회의 경우 중계차를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1회 중계에 1000만원이 넘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방송사들이 중앙대회를 주로 중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계권료(지원금)를 받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중 시야 문제되는 구의야구장, '안전이 우선'

10일 개장한 구의야구장 구의야구장은 주로 고교야구, 대학야구팀들의 예선전이 열릴 예정이다.

▲ 10일 개장한 구의야구장 구의야구장은 주로 고교야구, 대학야구팀들의 예선전이 열릴 예정이다. ⓒ 서울시청



한편 서울시는 지난 10일 광진구에 구의야구장을 개장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구의야구장은 아마추어 야구대회 예선전 위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에 각 언론사들은 앞 다투어 구의야구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반이 고르지 않을뿐더러 바람을 막기 위한 폴대가 관중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 요지다. 구경백 홍보이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대한야구협회가 관중들의 시야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루측 내야 넘어 넓은 도로가 있어 타구가 나갈 경우 자칫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사 관계자들과도 얘기했지만 40m가 넘는 높이로 그물을 올리기 위해서는 견고한 폴대가 필수적이었다. 그라운드는 서서히 자리 잡아가는 상태이기에 앞으로 개보수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겠다."

또한 그는 "관중보다는 선수들을 우선하는 볼파크 개념의 야구장으로 봐달라"면서 "지금 구의야구장에 많은 주민들이 오시는 것으로 안다. 편의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동대문야구장 시대의 아쉬움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이 경기장 일정에 쫓기고 열악한 시설 속에서 숱하게 부상당했던 과거를 떠올린다면 많은 야구장과 개선된 시설은 학생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학습권 보장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확 바뀐 고교야구, 이제 목동구장서 지켜보자.

황금사자기 우승후보? '구관이 명관'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이번 황금사자기는 전문가들이 서울, 부산권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이번 황금사자기는 전문가들이 서울, 부산권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 황금사자기 공식 홈페이지


이번 황금사자기는 53개교가 나서면서 과거 지역예선을 통과했던 팀들만 나섰던 것과 비교해 훨씬 더 열띤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해 황금사자기는 총 26개교가 참가했다.

팀들이 늘어나면서 변수는 많아지겠지만 이럴수록 '구관'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두고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대체로 서울, 부산권의 강세를 점치고 있다. 서울팀 가운데는 장충고와 경기고, 덕수고, 서울고가 우승후보로 거론되며 부산팀에서는 경남고와 부산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황금사자기 3연패에 도전하는 장충고는 지난 2년간 고교 최강팀으로 군림한 것에 비해 전력이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지만 기교파 투수 강윤구(3학년·좌투)를 중심으로 덕장 유영준 감독이 건재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또한 '3연패'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는 점도 다른 팀들과 명확히 구분된다.

그밖에 서울권 최고 투수로 거론되는 에이스 성영훈(3학년·우투)을 앞세운 덕수고는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이며 투수 겸 유격수로 투타의 핵인 오지환(3학년·우투좌타)이 이끄는 경기고, 에이스 안성무(3학년·우투), 유격수 안치홍(3학년·우타)이 건재한 서울고의 전력도 뛰어나다.

부산권에서는 지난해 청룡기를 2년 연속 우승한 경남고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화랑대기 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부산고의 전력도 급상승했다는 평가다. 경남고는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는 박민규(3학년·좌투)를 중심으로 화력을 뽐낼 예정이며, 부산고는 안태경(3학년·우투), 오병일(3학년·우투)을 앞세운 강력한 마운드로 승부를 건다.

한편 충청권은 고원준(3학년·우투)과 윤강민(3학년·우투)이 버티는 강력한 마운드의 천안북일고가, 광주·전남권은 지난해 대통령배 우승을 이끈 광주일고가 에이스 장민제(3학년·우투), 유격수 허경민(3학년·우타)을 앞세워 우승에 도전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아직은 경기를 보기에 쌀쌀한 날씨 같습니다. 야구장을 찾으시는 분들은 두꺼운 외투를 반드시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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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구장 동대문야구장 대한야구협회 황금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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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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