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스포츠, TV로 보고 있기만 하니 좀이 쑤시지 않으신가요? 선수들처럼 멋지게 그라운드를 뛰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스포츠, 이제 즐기자!' 기획은 '보는 스포츠'에서 '즐기는 스포츠'로 옮겨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의 고군분투 '스포츠 도전기'를 보여드립니다. 이들의 땀 흘리는 모습에 감동 받은 당신! 이 '즐기는 스포츠'에 동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편집자말]
 야구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캐치볼. 흔히 운동 전의 '몸풀기'처럼 보이지만 어깨 부상 방지를 위해 꼭 체조나 달리기를 한 후 해야한다.

야구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캐치볼. 흔히 운동 전의 '몸풀기'처럼 보이지만 어깨 부상 방지를 위해 꼭 체조나 달리기를 한 후 해야한다. ⓒ 박상익


 선수들의 타격폼을 수정해 주는 정덕중 코치. 공이 날아오기 전에 타이밍을 맞추는 '백스윙'을 설명하고 있다.

선수들의 타격폼을 수정해 주는 정덕중 코치. 공이 날아오기 전에 타이밍을 맞추는 '백스윙'을 설명하고 있다. ⓒ 박상익



"바운드 처리 똑바로 못해?!"
"공이 오면 앞으로 대시해서 잡아야 할 거 아냐!"

하루가 저물어가는 저녁 8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조명으로 환하다. 운동장에서는 야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기합소리를 내며 뛰어다닌다.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들여다보기도 한다. 저녁에 골프나 테니스 레슨을 받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야구 레슨'은 분명히 생소한 일이다.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다. 축구와 농구 때문에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고 하지만, 지난해 400만 관중이 드는 등 여전히 프로야구는 많은 관중을 야구장으로 모으는 인기 스포츠다.

그런데 야구는 큰 인기에 비해,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운동장이든 체육공원이든, 어디에 가든 축구와 농구를 즐기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야구 하는 모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탓에 이 초등학교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공 던지고 방망이 휘두르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조기 축구회'만 있다? '조기 야구회'도 있다!

 2인 1조로 이뤄지는 티배팅. 원래는 배팅티에 올려놓고 하는 것을 티배팅이라고 하지만 한 사람이 가볍게 던져주는 공을 받아치는 것도 넓은 의미의 티배팅이다.

2인 1조로 이뤄지는 티배팅. 원래는 배팅티에 올려놓고 하는 것을 티배팅이라고 하지만 한 사람이 가볍게 던져주는 공을 받아치는 것도 넓은 의미의 티배팅이다. ⓒ 박상익



최근 '보는 야구'를 넘어 직접 '몸으로 느끼는 야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전국 각지의 직장내 동호회나 팬클럽 사이에서 사회인 야구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수는 점차 늘어 서울 내에서만 수십개의 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팀까지 계산하면 수도권에 수백 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3일 찾은 서울 양천구 갈산초등학교는 저녁마다 사회인야구 연습장으로 변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 포지션 별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이 곳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사람은 일명 '정 코치'로 알려진 야구지도자 정덕중씨(35). 그는 몇년 전 사회인야구에서 유명했던 '조기야구회'를 이끌었다. 별다른 강습료도 없이 야구공 5개만 회비로 받아 학원야구 수준의 지도를 했다. 그는 개인사업과 야구지도를 해오다가 현재는 서울시 야구협회 소속 심판과 지도자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정 코치는 "신촌에서 직장을 다닐 무렵 아침에 '캐치볼'이라도 할 요량으로 사람을 찾다가 같이 운동할 사람을 모으게 됐다"며 사회인야구 지도자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2002년부터 연세대학교 야구장에서의 지도를 시작으로, 일산과 강서 지역에서 연습장을 꾸려 사회인야구선수들을 지도했고, 2006년 현재의 갈산초등학교로 옮겨왔다. 연습장에서는 야구를 처음 시작해 공 던지는 것조차 어색한 초보 선수들부터 타격이나 수비 능력을 올리려고 실전 대비 훈련을 받는 숙련자 선수들이 함께 운동을 한다. 

이제 2주 정도 연습장에서 운동을 시작한 함윤석(29·대학생)씨는 "야구를 시작할 무렵 다리를 다쳐 오랫동안 야구를 하지 못했다"면서 "부상 복귀 이후 떨어진 실력에 대해 고민하다가 제대로 된 야구를 배우고 싶어 연습장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의 특명, '수비 실수'를 줄여라!

사회인 야구 선수는 비록 프로 선수나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학생 야구 선수가 아니므로 절대적인 실력은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가벼운 캐치볼부터 빠른 캐치볼, 내야 수비에서 외야 수비까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은 프로 선수 못지않다. 훈련 내용만 놓고 보면 중학교 야구부 수준의 훈련 강도.

일명 '아메리칸 펑고'라고 불리는 수비 연습을 할 때 사람들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는다. 30m 이상 전력질주를 하면서 전후좌우로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기술 모두 필요하다. 힘들어서 살살 뛰거나 성의 없게 하면 멀리서 정 코치의 호통이 날아온다. 그래서 엄살을 피우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2006년 4월부터 연습장에 나와 만 2년을 채운 윤상훈(32·회사원)씨는 "레슨을 받은 뒤부터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 놓고 운동을 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몸 풀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내야 수비연습에 들어간다. 정 코치는 정식규격에 따르는 위치에 수비수를 배치하고 하나하나 내야 땅볼을 쳐주며 포구와 송구에 대해 지도한다. 주자가 없어도 각종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움직이는 시뮬레이션 플레이는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된다.

정 코치는 "사회인야구 경기에서는 수비 실수가 자주 나온다, 그 실수를 줄이고 더 나가 실수를 한 번으로 끝내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많은 반복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V 중계로 익숙해진 연예인야구 리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본 헤드 플레이(상식 밖의 실책)는 자신이 해야 할 수비역할에 대해 숙지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주말의 에이스' 되고자 흘리는 굵은 땀방울

 흔히 라이브배팅, 프리배팅이라고 하는 '배팅프랙티스' 짧은 거리에서 강한 타구가 나오기 때문에 투수는 공을 던지면서 망 뒤로 몸을 숨겨야 한다.

흔히 라이브배팅, 프리배팅이라고 하는 '배팅프랙티스' 짧은 거리에서 강한 타구가 나오기 때문에 투수는 공을 던지면서 망 뒤로 몸을 숨겨야 한다. ⓒ 박상익



야구를 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있다면 고독한 마운드에서 상대팀 타자들을 헛방망이로 돌려세우거나 상대팀 투수에게 호쾌한 홈런을 쳐내는 것이다.

연습장에서는 투수 조와 야수 조로 나뉘어 훈련한다. 투수 조는 손에 공 대신 수건을 매어 피칭 연습을 하는 '섀도 피칭'을 한다. 수건과 글러브를 잡고 끝없이 투구자세를 다듬다 보면 힘들 법도 하지만, 투수들은 '주말의 에이스'(사회인 야구 리그는 보통 주말에 경기가 있다)가 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노력한다.

야수 조(타격 조)는 그물을 앞에 두고 2인 1조로 타격 연습을 한다. 초심자들은 연습용 '티'에 올린 공을 치고, 숙련자는 다른 사람이 가볍게 올려주는 공을 받아친다. 보통 쇼핑카트 한 대에 가득 찬 공을 나눠 치면 한 사람당 100개가 넘는 공을 치게 된다. 진지한 연습 장면은 프로들의 훈련과 다를 바 없다.

각자 훈련을 마치면 운동장 안의 하우스에서 '배팅 프랙티스'가 시작된다. 하우스 안에 투수 보호망을 놓고 투수들이 던지는 공을 받아치는 연습 타격이다. 거리에서 볼 수 있는 500원짜리 야구연습장과 비슷하지만 그 공을 투수가 던진다는 점이 다르다. 투수들은 마무리 어깨 풀기의 차원에서, 타자들은 투수의 피칭 모션을 보며 타격감을 조율한다.

훈련이 끝나면 어느덧 밤 10시.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화제는 주로 야구 이야기. 프로야구나 사회인야구 리그 혹은 대회에 대해서 정보를 나눈다. 실제로 정 코치의 연습장 출신 선수들이 같은 곳에서 연습한 인연으로 'JB 유나이티드'라는 팀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야구 선수의 꿈, '사회인 야구'로 이루자!

정 코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야구, 생각하는 야구를 할 수 있게 하려고 야구 레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폼으로 어깨를 다쳐 30m 정도의 공을 보내는 데도 힘겨워하는 사람, 투구의 기본이 잡히지도 않은 채 변화구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야구의 기본'을 지도하는 것이다.

또한 "담배를 물고 캐치볼이나 스윙하는 사람이나,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는 야유를 하는 사람. 경기 후반 10점 이상의 차이가 나는데도 도루를 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며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매너'를 가르치는 것도 중시한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를 가르치는 레슨 클럽은 갈산초등학교 외에도 전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선수 김주용씨가 운영하는 '김주용의 사회인야구레슨', '유동우의 야구교실' 등 20여 개의 클럽이 있다. 이러한 사회인 야구 강습료는 대개 월 10만원대 수준으로 야구의 기초부터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한 달 수강을 하면 일주일에 두 번씩 여덟 번 정도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레슨을 받기도 한다.

월 강습료는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니지만, 사회인 야구를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치않다. 실제로 사회인 야구를 하려면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보다 장비 구입비, 리그 가입비, 회비 등의 지출이 많다. 글러브 가격만 해도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때문에 선뜻하기엔 약간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왜 야구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과 땀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분명히 아름답다. 한 주 동안 사회생활로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밤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하나의 꿈을 품고 산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속에서 진정한 '에이스'가 되는 꿈을….

 스윙의 기초를 배우고 있는 선수들. 타격시 하체 중심의 이동을 몸에 익히기 위해 하는 훈련이다. 간단해서 오히려 지속하는 데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스윙의 기초를 배우고 있는 선수들. 타격시 하체 중심의 이동을 몸에 익히기 위해 하는 훈련이다. 간단해서 오히려 지속하는 데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훈련이기도 하다. ⓒ 박상익


게임은 시작됐다... 다음 타자는 바로 당신!
3월 개막한 사회인 야구리그의 '선수'가 되자

현재 한·미·일 프로야구는 시범경기를 거치며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라고 했던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의 말에 동의하는 이라면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를 좋아하는 당신, 언제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텐가? 여기 당신을 기다리는 꿈의 야구장이 있다.

일반인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사회인 야구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실제로 사회인 야구 경기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서 이뤄진다. 서울 성남고·덕수고(옛 덕수상고)·인천 동산고 등 야구부가 있는 학교를 찾는다면 사회인 야구팀을 만날 수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었다고 해도 경기가 없다면 재미가 반감될 터. 그렇다고 해서 매번 시합할 팀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사회인 야구리그(이하 사회인리그)에 가입한다. 구장 임대료와 리그 운영비는 리그에 속한 팀이 내는 연회비로 충당한다.

팀당 연회비는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 달한다. 과거보다 연회비가 크게 많아진 것은 야구를 즐기고 있는 동호인 수는 느는 반면,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 구장을 놓고 리그 간 경쟁이 붙기 때문이다.

리그에 가입한 팀은 다른 소속팀과 함께 풀리그전을 벌인다. 대개 팀 당 '홈 앤 어웨이' 형식으로 다른 팀들과 2경기씩 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를 마치면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 단일리그일 경우에는 프로야구처럼 1위를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시키고 2·3·4위끼리 플레이오프를 하거나, 1-4위, 2-3위전의 토너먼트를 실시해 최종 챔피언을 가린다. 리그 내에서 복수의 조 편성이 이뤄졌다면 조별 상위 2~4팀이 플레이오프에 출전해 조간 크로스 토너먼트를 펼친다.

포스트시즌에 상위 입상한 팀은 부상으로 상금이나 야구용품을 받는다. 또한 최우수선수와 각 부분 1위 선수도 뽑아 시상한다. 이쯤 되면 프로야구 못지않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이 동한 당신 '야구선수'가 되고 싶지 않은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고 있어도 하는 것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비용 문제다. 일반적으로 사회인 야구팀의 회비는 월 2~3만원이다. 리그에 가입해 활동하는 팀이라면 매년 초 리그 참가비를 걷기도 한다.

여기에 유니폼, 글러브, 스파이크 등 각종 용품까지 한꺼번에 구입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비를 장만할 때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가며 조금씩 갖추어 나간다는 생각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많은 수의 사회인야구팀 중 자신에 여건에 맞는 팀을 찾으려면 '베이스볼 코리아'나 '게임원'  등 사회인야구 종합 사이트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경기장에 한 번쯤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사회인 야구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사이트를 참고해 주십시오.

정코치 레슨이야기 - cafe.daum.net/8962113
김주용의 사회인야구 - cafe.daum.net/kimyagu
유동우의 야구교실 - cafe.daum.net/baseballzone
베이스볼 코리아 - www.baseball-korea.com
게임원 - www.clubone.kr
사회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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