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공천심사와 관련해 "기준이 엉망인 공천"이라며 "이런 공천으로는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도 당이 화합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안될 사람을 (공천이) 되게 해서도 안되지만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을 안되게 떨어뜨리는 것, 이렇게 기준이 엉망인 공천은 정권교체를 위해 고생해온 당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못 갖추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컷뉴스>가 보도한 '이명박·박근혜 영남권 50% 물갈이 합의설'과 관련해서도, 이방호 사무총장을 향해 "이 사무총장이 만났다는 우리 쪽 핵심인사가 누군지 밝히라"고 따져물었다.

박근혜 "이 사무총장, 우리 쪽 핵심인사 누구와 만났는지 밝히라"

<노컷뉴스>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한나라당 개혁 공천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영남권에서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사무총장은 최근 박 전 대표 측 핵심인사를 만나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공천과 관련해 물갈이 폭과 대상, 구체적인 공천기준 등을 논의하고 이같은 내용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보도를) 보고 기가 막히지도 않았다. 하다하다 이런 술수까지 난무하는구나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언론에서는 (이 사무총장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 이 사무총장이 우리 핵심인사 누구와 그 얘기를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의 언론플레이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저도 전혀 모르는 일이고 만났다는 사람도 우리 쪽에 없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느냐"며 "이 사무총장이 그 핵심인사가 누군지 밝히지 못한다면 ‘50% 영남권 물갈이’ 하려고 다 짜놓고 우리 쪽에 뒤집어 씌우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준이 엉망인 공천... 문제 없는 사람 의도적으로 탈락"

박 전 대표는 자파의 핵심 의원들이 다수 탈락한 공천심사의 기준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목에서 박 전 대표는 흥분한 듯 목소리가 커지고 말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그는 "제가 안될 사람을 봐달라, 계파를 인정해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오로지 부탁한 것은 사감정을 가지고 아무 문제없는 사람을 의도를 가지고 탈락 시키는 것(은 없었으면 한다)"이라며 "그런데 그런 우려 현실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공천)기준이 없다보니 후보들이 모두 이게(공천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부 전전긍긍"이라며 "세상에 이런 공천은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친이계를 겨냥해 "우리가 바라던 정권교체를 이뤘는데 왜 당이 이렇게 가고 있느냐"며 "이런 잘못된 상황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살생부 나돌고 이런 공천은 안돼... 선거 끝나도 당 화합 힘들 것"

당내에 떠도는 '공천 살생부' 얘기도 꺼냈다. 그는 "BBK (의혹을) 얘기한 사람은 이번에 공천에 안된다는 둥 살생부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이거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 한다"며 "이런 공천을 가지고는 선거가 끝나도 당이 화합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경우 자파 의원들과 집단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는 "국민도 공천이 공정하게 되고 있지 않다고 느끼실 거고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신뢰는 깨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남은 (영남권) 공천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못박았다.

박 전 대표는 간담회 내내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공천심사 과정을 비판할 때는 어조가 높아졌고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잠시 더듬기도 했다.

이방호, "친박 인사 만난 일 없다" '이명박·박근혜 영남권 물갈이 합의설' 보도 부인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영남권 50% 물갈이 합의설'을 부인했다.   이 사무총장은 관련 보도에 대해 1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달 전까지 박근혜 전 대표 쪽 어떤 인사와도 만난 적이 없다"며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내가 청와대에 가서 공천에 관해 논의하고 돌아와 그 결과를 박측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은 정말 황당한 이야기"라며 "박측 인사를 만난 적 없으니 그런 사람을 만나 그 결과를 말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박측 어느 누구와도 전화하거나 만난 적 없다, 필요하다면 통화 기록도 조사해서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총장은 유정복 의원과는 몇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공천이 시작될 무렵 유 의원과 몇 번 통화했으나, 그 이후에는 유 의원에게 '공천이 시작됐으니 더 자질구레한 얘기를 자꾸 하면 오해가 될 수 있으니 이제 전화를 안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장에 따르면, 유 의원은 당시 이 총장에게 "이제 공천이 막 시작됐는데 정말 공정한 공천 되게 해달라. 박 전 대표도 걱정이 많으시니 참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총장이 만났다는 우리쪽 핵심인사가 누군지 이 총장이 직접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는 "나를 만났다고 하는 박측 인사가 있으면 스스로 누군지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청와대 공천논의설'에 대해서도 "최근에 (청와대에) 들어간 일이 없다"며 "(공천문제는) 청와대에 가서 논의할 사안도 아니고 논의할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총장은 차질을 빚고 있는 공천심사 일정에 대해서는 "오늘 (서울과 영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공천심사를 한 뒤 내일 영남권 심사를 할 것"이라며 "서울은 전략공천 지역이 많으니 영남권 심사를 한 후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