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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드라마의 시대이다. 특히나 작년 한 해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드라마가 많이 나온 것 같다. 새로운 시도와 독특한 소재 등으로 관심을 받은 작품도 있고, 마니아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저조했던 작품이 있는가 하면, 시청률이나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욕하면서도 보던 드라마도 있었다.

 

3월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온에어>는 드라마에 대한 드라마이다. 사전제작이 활성화되지 않은 대한민국 현실에서 과연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속사와 제작사, 방송사간의 관계와 작가, PD를 비롯한 스태프와 배우, 매니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을 다룬다.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안의 세계를 궁금해 한다. 톱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는 시대다. 연예계에 대한 호기심과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방영 전부터 드라마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가 얼마나 현실감 있을 지 궁금했다. 요즘은 버라이어티 쇼·오락프로그램마저 ‘리얼’이 대세이지 않은가.

 

아직 2회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물론 이것은 드라마이지, 현실이 아니다. 실제로 일어난 ‘리얼’이 아니라 실제 일어날 법한 ‘리얼리티’ 있는 ‘허구’ 인 것이다.

 

'대상 나눠주기 관행'과 '스타 권력' 꼬집어

 

1회에서는 연말 연기대상에서의 나눠주기 관행을 꼬집었다. 몇 해 전부터 연말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여러 명인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드라마에서도 대상을 남녀 두 명이 수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요정이라 불리는 오승아(김하늘 분)는 생방송 중에 수상을 거부하는 사고를 친다. 나중에 정말 대상을 받을만해졌을 때 홀로 받겠다는 그녀는 마지막에 “여러분, 사랑해요” 라는 가식적인 멘트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래도 방송사에서는 그녀를 징계하지 않는다. 미워도 징계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자사 방송사 출연 정지 같은 징계는 괜히 옆집(타 방송사)에 좋은 일을 시키는 것뿐이니까.

 

이제 스타는 권력이 되어 방송국장보다 더 큰소리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승아를 키운 SW엔터테인먼트의 진상우 대표(이형철 분)의 말처럼 너니까 할 수 있고 너니까 해도 되는 일인 것이다.

 

그동안 청순하면서도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던 김하늘은 이번에 국민요정 오승아 역을 맡았다. 오승아는 배우가 아닌 광고전문 연예인으로 ‘발연기’라 안티가 많다. 진 대표는 그녀의 의사도 묻지 않고 00건설의 둘째 아들과의 자리를 마련한다. 진 대표의 표현대로 승아의 ‘웃음은 돈’이다. 남자는 승아에게 다 두고 왔냐고 묻는다. 차와 매니저뿐만 아니라 자존심까지 두고 왔냐고. 하지만 '싸가지 없는' 승아는 차마 자존심까지 버리지는 않았나 보다. 그 자리를 나와 진 대표에게 차라리 누드를 찍자고 그러라며 소리치는 걸 보면.

 

장기준, 배우를 위해서라면 무릎도 꿇는다

 

수많은 연예인을 키웠지만, 마지막엔 계약금을 더 주는 기획사로 쉽게 등을 돌려 버려 지금은 신인배우 둘밖에 남지 않은 장 매니지먼트 사장 장기준(이범수 역). 하지만 월세를 못 내서 사무실에서도 쫓겨나고, 그가 키우던 체리(육혜승 분)는, 연예인 말고 배우 하겠다던 그 체리는, 쉬운 길 있는데 왜 돌아가냐며 진 대표의 회사로 들어가 모바일 화보를 찍는다.

 

"얼굴에 분칠한 것들 믿지 마라"고 술 취해 내뱉는 그의 말은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정 많고 의리 있는 기준의 성격을 잘 표현해준다. 그러한 성격 덕분에 기준에겐 이제 인생 역전의 기회가 왔다. 7년 전, 전도연 매니저를 사칭하는 사기꾼에게 사기 당할 뻔했던 여고생 승아가 톱스타가 되어 그 때 기준이 꿔준 3만원을 갚겠다고 온 것이다. 진 대표와 계약이 끝나고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도 거절한 그녀는 그동안 이자가 많이 붙었을 테니 그걸로 계약금을 하고 계약을 하잔다.

 

싫은 건 안하고 제 멋대로인 승아가 의리 있는 기준을 만나 정말로 실력까지 갖춘 배우로 성장할지, 아니면 기준이 감당할 수 없는 사고만 칠지 궁금하다.

 

흥행불패신화 서영은 작가, 자존심만 센 푼수녀?

 

시청률 보증수표, 회당 이천만원을 받는 서영은 작가 역은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송윤아가 맡았다. 푼수기가 다분한 서영은 작가를 표현하는데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 든다. 히스테릭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아직 초반이라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우스꽝스러운 그녀의 모습은 재미있다. 아마 앞으로는 작품성 있는 첫 작품을 썼던 초심을 생각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줄 것 같다.

 

5월에 새 작품을 함께 하기 위해 정작 작가나 배우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작사 대표와 소속사 대표가 잡은 자리. 승아와 영은은 서로를 무시하며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대거리를 한다. 오 년 전에 신인 작가였던 영은은 자신의 작품을 보지도 않고 자리에 나온 승아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던 기억이 있다. <티켓 투 더 문>이라는 공모당선작이었던 그 작품은 시청률을 떠나 좋은 작품이었다고 제작사 대표는 말하지만 승아는 곧바로 "시청률을 떠나면 안 되죠, 드라마가"라고 쏘아붙인다.

 

그렇다. 드라마는 시청률을 떠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연의 반복과 뻔한 설정으로 시청자를 우롱해서도 안 된다.

 

월급쟁이 이경민 PD, 국장이 까라면 깐다

 

박용하가 맡은 이경민 PD는 대본대로 그냥 대충 찍는 PD가 아니라 정말로 의욕적으로 연출하려고 하는, 게다가 실력까지 있는 PD이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는가. 국장이 스타작가를 잡아오라면 시키는 대로 대만에서 휴가를 즐기는 작가를 찾아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것을. 입봉하기 위해서는 서영은 같은 스타작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쌈마이' 드라마를 찍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자신이 이 년 전, 조연출 시절에 괜찮게 보았던 <티켓 투 더 문>을 썼던 작가가 지금의 쌈마이 작가라니.

 

어쨌든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던 둘은 아마도 <티켓 투 더 문>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러브 라인이 형성 될지도 모르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국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남지는 않길 바란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감 있는 생생한 방송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데 있겠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장점은 착하기만한 신데렐라도, 다른 사람 괴롭히는 게 취미처럼 보이는 악녀도 없다는 게 아닐까.

 

승아나 영은 모두 무작정 미워할 수도,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캐릭터이다. 앞으로 극이 진행되는 동안 연민이나 이해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고, 분노와 황당함을 안겨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작가, PD, 배우, 매니저. 이 네 주인공이 펼쳐갈 그들의 인생 드라마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태그:#온에어, #송윤아, #이범수, #김하늘, #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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