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가 2월 22일 8주년을 맞이했습니다. 8살배기가 된 <오마이뉴스>는 올해 여러 가지 연중기획 가운데 하나인 '백인보-희망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독자 여러분에게 찾아갑니다. '백인보-희만사'는 작지만 소중한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들, 의미있는 도전과 실험을 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 희망의 싹을 틔우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백인보-희만사'의 이번 주인공은 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입니다. [편집자말]
한국에서 청소년운동을 17년째 하고 있는 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 그는 '네팔 엔지오 품'을 만들어 네팔 청년운동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운동을 17년째 하고 있는 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 그는 '네팔 엔지오 품'을 만들어 네팔 청년운동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품과 함께 나의 20대와 30대는 흘러가버렸고, 40대 중반인 지금도 나는 품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오래되고 익숙한 것을 증오하고 혐오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선택은 익숙한 것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희망'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하자 그가 건넨 말이다. 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 그는 17년째 청소년문화운동을 해오고 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그 일에 매달려 왔으니 청춘을 다 바쳤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런 그가 지난 2006년부터 네팔에 민간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직원을 상주시켜가며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팔 엔지오(NGO) 품'이 그가 네팔에 만든 NGO(비정부기구)다. 그리고 그는 한국의 청소년들과 지인들을 히말라야로 초대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세 팀을 데리고 히말라야를 걸었다.

히말라야를 걷듯 고집스럽게 한 길을 가는 사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강조하는 시대에 거꾸로 "익숙한 것을 혐오하지 마라"는 사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네팔, 돈보다는 문화로 접근해야"

- 한국엔 언제 들어왔나.
"2월 14일에 왔다. 품 공동체에서 가는 세 번째 '오 히말라야'를 1월에 진행했다. 또 영등포 청소년문화의집 가족회원과 함께 학교도 방문하고 히말라야도 가는 프로그램을 했다. 그거 끝내놓고 CJ나눔재단에서 지원하는 공부방 아이들 34명과 네팔 남쪽 헤떠울라의 사립학교에서 교류사업을 했다."

- 다른 지역도 많은데 네팔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여행 갔다가 인연이 되어서 시작했다. 난 일과 여행이 구별되지 않는다. 아시아에는 저개발 지역이 많은데 네팔은 인도나 방글라데시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굳이 얘기하자면 돈을 부어서 변화를 일으키기 힘든 나라다. 히말라야산맥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교통 인프라부터가 취약하다. 돈으로 변화를 일으키자면 도로부터 만들어 주고 시작해야 하는데 히말라야 곳곳에 도로를 마구 뚫을 순 없는 일 아닌가. 한국에서는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하하.

그래서 네팔은 돈보다는 문화로 접근해야 작은 변화라도 이룰 수 있는 곳이다. 또 네팔은 그만큼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나라이다. 품이 문화를 지향하는데 네팔은 문화가 풍부해서 얻을 점이 많은 나라이다."

-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국제교류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우리는 한국의 품이 하는 일을 네팔에서 한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사업을 다른 사람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국제교류사업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가 네팔의 엔지오 파트너를 찾기 위해 100개가 넘는 단체에 메일을 보냈는데 딱 한 단체에서만 연락이 왔다.

네팔의 엔지오는 우리를 돈으로 본다. 한국 엔지오라고 해서 봤더니 돈은 없고 문화 나누자고 하니까 시큰둥한 것이다. 네팔 사람들 탓할 게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돈이 뭐가 그렇게 많은지, 뭐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 건물 하나 뚝딱 지어주고 옷 꾸러미 전해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과 네팔 아이들의 감수성을 서로 교류하고자 한다, 돈이 아니라. 그래서 사업명도 '한국-네팔 청소년 희망 나눔 프로젝트'다."

네팔 남부 헤떠울라 지역에 있는 칠드런 파크에서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 네팔과 한국의 청소년들. 네팔 엔지오 품은 돈이 아닌 문화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사업으로 교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팔 남부 헤떠울라 지역에 있는 칠드런 파크에서 벽화 그리기 작업을 하고 있는 네팔과 한국의 청소년들. 네팔 엔지오 품은 돈이 아닌 문화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사업으로 교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품 제공

관련사진보기


"네팔에 다문화적 청년운동 부흥시키고 싶다"

- 이번에 진행한 '헤떠울라 프로젝트'에서 대해서 말해 달라.
"헤떠울라에는 칠드런 파크(어린이공원)란 곳이 있다. 말은 어린이공원인데 거의 폐허가 돼 있는 곳이다. 그곳에 네팔 엔지오 지도자들이 만든 '프라자와'라는 사립학교가 있다. 거기 학생 34명과 한국 학생 34명이 만나 아이들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우선 두 나라 어린이들에게 상대 나라의 환경과 특징을 공부하게 했다. 잘 사는 나라의 아이가 못사는 나라의 아이를 도와주러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교류하고 또 공동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최소한 알 것은 알고,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과 네팔의 아이들이 헤떠울라 어린이공원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일환이 벽화 그리기였다. 어린이공원을 살리는 것은 폐허가 된 마을을 살리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동네도 돌아보게 하고, 마을잔치도 연 까닭은 어린이공원이 희망을 새롭게 준비하는 마을 전체의 꿈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 네팔에서 엔지오까지 설립하면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다문화적 청년운동 부활이다. 돈의 지원이 아닌 문화의 지원으로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고 2년이 지나면 청년운동으로 확산하고 싶다. 올해 5월에 한국의 마인드 있는 작가와 네팔의 마인드 있는 작가들을 모아 '프로젝트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로 만나서 동시대 경험과 사상을 토론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할 계획이다. 그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공간이 바로 헤떠울라의 어린이공원이다.

한국의 엔지오가 일회성 행사로 동네잔치 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네팔의 작가·마을사람들·교사·아이들·엔지오들과 함께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에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것이다. 돈이 아닌 문화적 방법으로 말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네팔 작가들을 한국에 데려와 한국에서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 때 <오마이뉴스>도 함께 해달라."

- 한국에서 청소년운동을 17년째 하고 있다.
"나조차 10대 때 꿈의 단절을 느꼈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공부가 아니라 나눔으로 살면 좋겠다는.

옛날에는 땅에서 놀면서 문화·예술 등을 키웠다. 그래서 놀이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때 품 놀이문화연구소를 만들었다. 3∼4년 후에 놀이보다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24시간 삶 자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름도 청소년문화공동체라고 바꿨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다. 하하."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나.
"품이 아이들을 1년에 3만 명에서 5만 명을 만났다. 그런데 만난 아이들의 수와 문화의 변화는 별개더라. 해서 아이들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교사·청소년 지도자 같은 사람들….

획일적인 방법과 제한된 범위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편향에서 깨게 하는 작업을 했다. 5년 전부터 문화복지아카데미 등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방에 청소년지도자·사회복지사·교사들이 모여 있으면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품은 품대로 청년을 키우고, 나는 나대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 깨도록 욕하고 다니고 그랬다."

"모든 연령에서 청년을 찾아내는 일이 나의 일"

쌍문동 품 사무실에서 프로젝트 논의를 하고 있는 심한기 대표.
 쌍문동 품 사무실에서 프로젝트 논의를 하고 있는 심한기 대표.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 품 설립 17년,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17년 동안 품은 외형적 진화보다는 사고의 진화, 정신의 진화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목표지향적 삶에서 인간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습으로 진화한 것 같다. 왜 그 성과물로 측정되지 않는 것…. 솔직히 얘기하면 지금 품의 비전은 없다. 잡지 않았다. 옛날에는 5년의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목표의 속도감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비전을 잡지 말고 우리가 우리를 챙기고 돌아보면서 비전을 잡자고 합의했다.

올해 품 나이가 17살인데 독립을 할 나이가 되었다. 그동안 생일을 그냥 보냈는데 주변 사람들과 주주(품의 운영주체이자 후원자-기자 주)들을 모여서 생일답게 보내보려 한다. 프로젝트 사업은 네팔사업과 지역사회에서 하는 문화존(zone)사업만 하고 기타 프로젝트 사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품의 17년을 책으로 만들고 주주들을 만나볼 작정이다. 굳이 얘기하면 '내부를 강화하자' '역사를 만들어 내자'가 올해 사업이다."

- 꿈이 사라진 시대라고 한다. 심 대표에게 꿈은 무엇인가.
"사회 전체적으로 선명한 꿈이 사라지고 집단과 개인의 꿈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시대의 꿈을 통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 시대에 통합은 폭력이다. 어떤 사회적 선택권을 선택했다면 그 선택권 안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재선택하고 재구성할 줄 아는 사회적 여유, 균형있는 여유…. 그런 여유는 문화에서 나온다.

문화를 거창하게 이해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일상과 생활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문화다. 일상의 문화다. 우리 품 사무실이 있는 도봉구 쌍문동에 재래시장이 있다. 청소년들과 시장프로젝트를 했는데 그 내용이 뭐냐면 시장 간판 만들기 같은 것이다. 거창하지 않은데 아이들이 시장 사람들과 함께 간판을 만들면서 재래시장의 중요성과 문제를 알게 된다. 문화를 통해서 문제를 찾고 중요성을 찾는 것이다.

이 작은 일상의 문화가 모이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동하는 행동을 했다면 이제는 익숙한 것을 다시 바라보는 것을 해야 한다. 오래되고 익숙한 것을 증오하고 혐오할 필요 없다. 새로운 선택은 익숙한 것을 다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 파편화된 개체의 꿈을 모으기가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런 문화적 연결을 하는 이가 바로 청년이다. 청년은 특정한 연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개념을 동의하면 40대도, 50대도, 60대도 청년이라 말할 수 있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전파하고 서로 연결하는 청년을 모든 연령에서 찾는 일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품이 하려는 일이다. 청년의 힘을 믿는 것이다. 그것은 네팔에서도 마찬가지다."

헤떠울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네팔의 대학생들. 네팔 엔지오 품은 이런 청년을 발굴해서 스스로 네팔의 일을 찾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헤떠울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네팔의 대학생들. 네팔 엔지오 품은 이런 청년을 발굴해서 스스로 네팔의 일을 찾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품 제공

관련사진보기



태그:#백인보, #심한기, #네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