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atonement),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영화 내용상으론 ‘속죄’란 표현이 가장 적합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순간의 실수로 뜻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인에게 준 상처가 쉽게 치유되고 용서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톤먼트>는 뜻하지 않은 사건과 증언이 갈라놓은 연인의 슬픈 이별과 속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뉴욕포스트의 루루메닉은 <어톤먼트>에 대해서 <타이타닉>(1997)이후 가장 고통스런 사랑을 그린 영화라며 호평했습니다.

 

1935년 전쟁의 포연이 닥치기 전 평화롭고 아늑한 영국의 대저택, 신분의 격차를 넘어

고민과 기다림속에 간신히 사랑을 확인한 두사람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로비(제임스 맥어보이)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것은 사랑의 즐거움뿐인 듯 합니다.

 

하지만 로비를 짝사랑해온 여동생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난)의 뜻하지 않은 증언으로 로비는 세실리아를 남겨둔 채 세계2차 대전이라는 혼돈과 무질서의 나락으로 내던져집니다. 더 이상 만날 수 없게된 두사람의 사랑은 오히려 깊어만 가는데 격심한 이별의 고통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2008년 골든글로브 작품상, 음악상을 수상한 데다 2008년 아카데미상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어톤먼트>는 장대한 전쟁 서사시이자 평생을 그리워한 두 남녀의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데뷔작<오만과 편견>(2005)으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할리우드에 이름을 올린 '조 라이트' 감독은 영화 개봉이후 국내외 평단 및 언론으로부터 <오만과 편견>에서 보여줬던 원작에 충실한 연인간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영국 전원을 소재로한 아름다운 영상 그리고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풍부하고 섬세한 음악으로 다시 한 번 더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음악상만을 받는데 그쳤지만, 영화평론가 박평식은 <어톤먼트>에 대해서 연금술로 불러도 좋을 각색과 영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계 24개국에 번역 출간된 바 있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언 맥큐언' 원작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박평식의 평처럼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는 과정의 가장 모범적인 전례를 보여준 듯 합니다. 특히, <디스트릭티드>(2006), <월드트레이드센터>(2006) 제작에 참여했던 촬영감독 시머스 맥가비의 감각적인 영상은 <어톤먼트>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두사람이 사랑을 나누던 1935년경 영국의 상류층 저택은 여유로움과 더불어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고요함이 가득합니다.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간 로비가 겪는 전쟁의 참상과 환영, 돌아가고 싶지만 그녀와의 재회장소로 돌아가지 못하는 그의 안타까운 심정은 무비인 무비(movie in movie) 스타일의 입체적 영상속에 후반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전쟁의 참상을 묘사하는 신들은 대부분이 인상적이지만 특히, 6분 정도의 분량으로 영국군이 대규모 철군을 준비중인 프랑스 '던커크' 해변가 신은 조라이트의 연출력과 시무스 맥가비의 영상감각이 잘 조화된 이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신입니다.

 

전투에서 밀려 철군을 준비중인 영국군은 던커크 해변가에서 술마시고, 총질하고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하지만 관객은 그들의 눈속에 담긴 전쟁에 대한 피로와 공포감을 한 번에 읽을 수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와 잔혹함 그리고 그속에서 연인에게 돌아가지 못해 조바심내는 로비의 모습은 말실수 하나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자 쓸쓸함 그자체입니다.

 

<오만과 편견>에서 자존심 강한 여성 ‘엘리자베스베넷’으로 다아시와의 사랑의 갈등을 훌륭하게 연기했던 키이라 나이틀리가 영화속 연인 로비에게 편지를 보내던 우체통 신 역시 팬들의 기억속에 명장면으로 남을 듯 합니다.

 

<어톤먼트>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낳은 비극적 현실과 속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접근한 영화로 할리우드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세련된 작품입니다.

2008.02.26 10:52 ⓒ 2008 OhmyNews
어톤먼트 키이라나이틀리 조라이트감독 아카데미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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