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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지는 바오밥 들판
 저녁노을이 지는 바오밥 들판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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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숙소 ‘노아의 방주’ 앞에 배가 놓여 있는 이유

배낭을 메고 모론다바 바닷가 근처의 호텔로 걸어갔다. 내가 여행책자를 통해 마음에 두었던 배낭여행객 숙소인 오아시스 호텔은 빈방이 없다. 오아시스 호텔의 직원이 다른 호텔을 소개시켜 준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배낭여행객들이 묵는 허름한 방갈로식 게스트하우스이다.

바닷가에 붙어 있어 파도소리가 들리는 깨끗한 곳이다. 방갈로 입구의 바닷가에는 통나무배인 피로그가 두 척이 놓여 있었다. 커다란 야자수가 인상적인 방갈로 입구의 문에 걸려 있는 팻말에는 “라르쉬 드 노에(L'Arche De Noé)”라고 쓰여 있었다. 프랑스어로 ‘노아의 방주(노아의 네모난 배)’이다. 방갈로 입구에 통나무배인 피로그를 놓아둔 이유가 풀리는 순간이다. 노아의 방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고고학자와 신학자들은 구약성서의 <창세기> 8장 4절에 근거해 노아의 방주가 터키 동쪽 끝 아라라트 산꼭대기에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곳 사람들은 노아의 방주가 홍수에 떠내려와 이라크 유프라테스강을 거쳐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로 내려와 떠돌다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까지 도착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서쪽 해안을 중심으로 이슬람교도가 있으나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으로 마다가스카르는 대부분 가톨릭과 기독교를 믿고 있다.

나에게 호텔을 소개해준 젊은이의 이름은 “찰스”. 붙임성 있는 30대 초반이다. 나는 처음 이 젊은이를 오아시스 호텔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서로 인사를 하고 보니 아마추어 가수였다. “탈린콘코(TALINKONKO)”라는 타이틀의 시디음반도 한 장 내었다. 가수활동이 잘 안되자 오아시스 호텔에 거주하면서 여행객들의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고 있었다. 내가 모론다바에 머무는 동안 나의 여행 안내자이자 음악 선생으로, 그리고 마다가스카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려주었다.

모론다바 해안가에 있는 여행객 숙소 '노아의 방주'
 모론다바 해안가에 있는 여행객 숙소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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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해안가 도시 모론다바

오아시스 호텔보다 더 바닷가에 붙어 있는 ‘노아의 방주’의 방갈로에 배낭을 내려놓았다. 하루에 14000아리아리(7000원)다. 서쪽 인도양 바닷가에 위치한 모론다바는 정돈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작은 해안가 도시였다. 길거리에는 모래먼지가 날리고, 사람들은 뜨거운 햇살 아래 맨발로 길거리를 다닌다.

시내를 산책하듯 돌아다녔다. 모론다바 시내는 모래와 흙이 뒤범벅이 되는 도시이다.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아 흙먼지가 하루 종일 날린다. 대신 맨발로 다니기가 좋다. 강렬한 햇살로 발이 따갑기는 하지만. 여자들은 더우니까 어깨선을 드러내고 가슴부터 걸치는 치마를 주로 입고 있다. 남자 어린이들은 웃옷은 아예 입지 않고 벗고 다닌다. 뒷골목의 집들은 나무판자로 집을 지었고, 외곽의 흙집이나 초가집은 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이었다.

시내 중앙에는 작은 시장터가 있다. 옷과 음식, 과일, 야채 등을 파는데 쌀과 감자, 고구마, 마늘 등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이 많다. 교회도 보이고, 이슬람 사원도 보인다. 호텔 옆의 이슬람 공동체에서는 남자 2명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모습도 보이고, 아이들은 얼굴을 드러낸 채 머리 부분만 가린 두건을 쓰고 있다. 인도양에서 잡은 1m가 넘는 커다란 고기를 머리에 이고 가는 한 아낙네의 모습은 모론다바가 해안가 도시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해수욕장이 있는 여느 해안가 휴양도시의 복잡하고 번거로움이 없다. 한가롭고 평온하다. 사람들도 서두르는 법이 없고, 표정에도 여유가 넘친다. 가게 주인들도 여행객에게 물건을 팔려고 안달하지도 않는다. 호객행위도 당연히 없다. 여행객이 들어와 마음에 맞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한마디로, 모두에게 느긋한 도시이다. 현지인에게도 여행객에게도.

모론다바의 바오밥 거리
 모론다바의 바오밥 거리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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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 여인들은 무엇으로 머드팩을 할까

거리에는 노점상들이 많았는데, 여자들이 한결같이 얼굴에 무엇을 발랐다. 모론다바 뿐 아니라 칭기를 보러가는 길에 있는 벨로 쉬르 치리비히나(Belo-Sur-Tsiribihina) 등 마다가스카르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하얗게 바른 여자도 있고, 흙을 바른 듯 갈색 칠을 한 여자도 있다. 찰스는 “여자들이 예뻐지려고 바르는 머드팩(Mud Pack)으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마손조아니(Masonjoany)’라고 말한다”고 설명한다. 하얀 색의 머드팩은 마손조아니라는 나무의 껍질을 갈은 뒤 약간의 물을 섞어 얼굴에 바른 것이고, 갈색의 머드팩은 땅콩을 갈아 바른 것이다.

뜨거운 햇볕에서 얼굴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을 보충해 피부를 촉촉하고 부드럽게 하면서 잡티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말로 눈과 입을 제외한 얼굴 전체에 하얗게 발랐다. 야자수 등 과일즙을 섞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과일향이 은은하게 배어나 향수로써의 역할도 한다. 나미비아 힘바족의 여성들이 소기름과 붉은 흙을 섞어 온 몸에 바르는 것과 같다. 뜨거운 햇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아름다워 지려는 미용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향이 있는 약초를 섞어 냄새를 없애는 향수 역할과 벌레를 쫓는 역할도 한다. 마다가스카르와 나미비아 여인네들의 머드팩은 천연화장품이자 피부보호제이며 향수다.

벨로 쉬르 치리비히나 지역의 여자들은 ‘마손조아니’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유행이었다. 길거리에서 땅콩을 팔고 있는 한 젊은 여자는 흙 같은 살색의 땅콩 머드팩을 하고 있었고, 나이든 중년의 아주머니는 하얗게 얼굴을 칠한 뒤 부엌에서 그릇을 씻고 있었다. 예뻐지려는 욕망은 나이와 상관없다

모론다바의 바오밥 거리
 모론다바의 바오밥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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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거리는 지구인가, 소행성인가

모론다바로 나를 이끈 것은 바오밥 거리와 여우원숭이, 뾰족한 바위 탑인 칭기다. 저녁 해가 지기 전에 바오밥 거리로 갔다. 바오밥 거리는 저녁의 해질 무렵과 아침의 해 뜰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모론다바 시내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바오밥 거리를 택시를 타고 도착하자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이미 부지런한 유럽 여행객들은 일찌감치 도착해 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구인가, 소행성인가. 바오밥 거리를 보자 나온 첫 함성이다. ‘멋지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말 보다 한 마디의 감탄사가 마음의 감정을 더 잘 나타낼 수도 있다.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는 여행객들도 보인다. 나는 먼 옛날 지구가 멸망할 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들고 외계인의 우주선을 히치하이킹하여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 B612호’에 와 있었다. 케냐와 탄자니아, 말라위, 모잠비크에서 한 두 개가 서 있는 바오밥 나무를 보는 것과는 느낌부터 다르다. 붉은 색 황톳길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바오밥 나무가 가로수처럼 쭉 늘어서 있다. 그래서 바오밥 거리이다.

정말로 굵은 줄기가 하늘로 직선으로 치솟다 맨 꼭대기에서 갑자기 뿌리 같은 가지가 우산살처럼 퍼진다. 나무 꼭대기의 가지가 뿌리모양이니 ‘거꾸로 선 나무’라고 불린다. 나뭇잎이 떨어진 겨울에 바오밥을 보면 정말로 뿌리와 줄기가 거꾸로 서 있는 모습 그대로이다.

큰 나무는 둘레가 10m나 될 정도로 크고, 높이는 20m이상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상대적으로 물이 많고 토양이 좋아서 그런지 가난에 찌든 모잠비크의 바오밥과 달리 모론다바의 바오밥은 대부분 허리가 통통하고 굵다. 바오밥 거리에는 도로 뿐 아니라 주변의 들판에도 바오밥 나무가 우뚝 서 있다.

해질무렵 바오밥 나무와 포옹하는 연인
 해질무렵 바오밥 나무와 포옹하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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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거리의 '연인 바오밥' 나무
 바오밥 거리의 '연인 바오밥' 나무
ⓒ 김민구<아프리카클럽 바오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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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면 바오밥 거리는 전시장으로 변한다

바오밥 거리 입구에 있는 커다란 바오밥은 초입부터 웅장함을 드러낸다. 수백 년 이상 된 나무들이어서 하나같이 당당한 모습이다. 흔들리거나 유약한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삭막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바오밥들이니 오죽 강인하겠는가. 오른쪽의 큰 바오밥은 1m 높이에 턱 같이 옆으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 사람들이 올라가 나무 턱 위에 앉거나 서서 바오밥을 끌어안는 자세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단골나무가 되었다. 왼쪽 입구에 있는 나무는 둘레가 10m나 되는 가장 굵은 나무이다. 바오밥 거리의 터줏대감이다. 턱 나무와 터줏대감 나무가 수호신처럼 거리를 지키고 있어 바오밥 거리에 카리스마를 부여한다.

바오밥 나무는 생김새도 다양하다. 한 줄기로 뻗어나가다 우산처럼 가지가 가지런히 퍼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멀리 떨어진 작은 나무는 제 멋대로 자라서인지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다 보니 바오밥 같지 않기도 하다. 어느 나무는 줄기가 오른쪽으로 90도 휘어져 마치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이고, 어떤 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하늘로 그냥 올라갔다.

어떤 나무는 깔끔히 빗질을 한 가지 모양이고, 그 옆의 나무는 헝클어진 곱슬머리 모양이다. 하나의 뿌리에서 올라오다 두 개의 줄기로 갈라져 자라는 일란성 쌍둥이인 ‘쌍둥이 바오밥’도 있고, 아예 밑줄기부터 꽈배기처럼 꼬여 하나의 몸이 된 ‘연인 바오밥’도 있고,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나무도 있다.

해가 인도양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바오밥 거리는 옷을 갈아입기 바쁘다. 저녁노을이 지면서 바오밥의 색깔도 모양도 시시각각 변한다. 수채화의 원근법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다르듯, 저녁노을의 높낮이와 색상에 따라 바오밥의 색감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가 질 무렵 바오밥 거리에 온다. 인상파의 마네와 모네, 르누아르, 드가의 그림이 더 잘 어울릴까, 아니면 후기 인상파인 세잔, 고흐, 고갱의 그림이 바오밥 거리를 잘 표현할까. 붉은 노을이 비추자 바오밥 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오밥 나무의 색채에 따라 인상파 화가의 그림 전시회장으로 변한다.

두 마리 소가 끄는 소달구지도 바오밥 나무 사이로 돌아오고, 여행객들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강아지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바오밥 거리의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던 염소도 보이지 않는다.

해넘이와 바오밥 나무
 해넘이와 바오밥 나무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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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나무는 왜 외로움을 많이 탈까

바오밥 가지에 걸쳐 있던 저녁노을이 인도양을 향해 뚝 떨어졌다. 바오밥에 길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외로움이 찾아왔다. 오른쪽 논 건너편의 바오밥은 쌍둥이처럼 두 그루가 바로 붙어 자라고 있다. 가지들도 서로의 방향 쪽으로 뻗어 있다. 외로움을 이겨 내려는 모습이겠지.

당당하게 홀로 서 있던 왼쪽 들판의 큰 바오밥 나무는 해넘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왠지 쓸쓸해 보였다. 아마도 밤새 외로움에 어둠을 끌어안고 몸부림치리라. 울지 않는 남자의 쓸쓸함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외로움보다 더 깊고 더 크듯이, 강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나무의 고적감은 봄바람에도 하늘거리는 작은 나무의 고독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바오밥은 주로 홀로 서 있어 밤마다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낮의 당당함에 가려 밤의 외로움을 우리가 모를 뿐이다. 당당함 뒤에 오는 외로움은 어두운 밤에만 진저리를 친다.

바오밥 거리 입구에는 바오밥 나무 열매를 파는 행상들이 많다. 방금 딴 것은 속이 꽈 차서 소리가 들리지 않으나, 오래된 열매는 오그라들어 열매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껍질은 겉은 강철 같이 단단하지만, 안은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놓은 듯 물렁물렁하다. 내가 나중에 묵은 오아시스 호텔 뒤편에는 죽은 바오밥 나무를 톱으로 잘라 갖다 놓았다. 나이테를 보니 단단한 나무의 속이 아니라, 물을 흠뻑 머금었다가 말라버린 종잇조각 같았다.

사막의 낙타와 아프리카 소들이 등의 혹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면, 바오밥 나무는 나이테 안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 모두 지독한 가뭄에 견디기 위한 것이다. 아프리카 소와 바오밥 나무는 몸속에 저수지를 갖고 있다. 바오밥 나무는 나이테가 품고 있는 물로 비가 안 와도 9개월을 꿋꿋이 버틴다. 바오밥 나무의 속은 살아서는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어 생명의 저수지이지만, 죽으면 물기가 빠지면서 속이 푸석푸석해져 목재로도 쓰지 못한다.

바오밥은 언뜻 보면 못생겼다. 그러나 자주 보면 묘한 매력이 넘치는 나무이고, 정이 가는 나무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미루나무처럼 쭉쭉 뻗은 것도 아니고, 버드나무처럼 나뭇잎이 많지도 않다. 처음에는 “이상한 나무가 다 있네”라고 하다가 볼수록 사람의 눈에서 마음으로 옮겨가는 나무이다. 만날수록 끌리는 후덕한 사람과 같다.

바오밥 나무는 계절이 바뀌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변해도, 아프리카의 삭막한 토양을 탓하지 않고 ‘므두셀라 나무’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움직이는 것은 땅이 아니라 사람이다”는 마다가스카르 속담이 있다. 변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지, 못생긴 바오밥 나무가 아니다.

해넘이와 바오밥 나무
 해넘이와 바오밥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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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나무가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은 이유

다른 많은 나무들이 아프리카에서 땔감으로 마구 잘려나갈 때 바오밥만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오밥은 ‘신성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바오밥은 조상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안식처라고 아프리카인들은 믿었다. 잠비아의 리빙스턴 박물관에도 “바오밥 나무를 해치면 신의 노여움을 사 뱀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전설이 써져 있지 않던가.

신성시하는 나무에는 전설과 신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잠비아의 전설처럼 바오밥을 해치면 뱀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거나,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바오밥을 해치면 사자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거나, 바오밥 씨앗을 갈아 만든 물을 마시면 악어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전설이 그렇다.

바오밥의 창조신화는 지역에 따라 부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랍에서는 악마가 바오밥의 가지에 걸려 넘어지자 뿌리 채 뽑아 거꾸로 심어버렸다거나, 아프리카의 키쿠유족에 따르면 은가이라는 신이 실수로 바오밥 나무를 거꾸로 심은 뒤 깜빡 잊고 나무를 되돌려 심지 않았다고 하고,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각 동물들에게 나무 한 그루씩을 주었는데 이에 짜증이 난 하이에나가 바오밥 나무를 내던지는 바람에 거꾸로 땅에 처박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모두 다 ‘거꾸로 서 있는 나무’라는 바오밥의 모양과 관련된 전설이다.

소설과 영화에서도 아프리카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나무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는 나무가 너무 빨리 자라 소행성을 파괴하는 성가신 존재로 나오고,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언 킹>에서는 주인공 심바를 도와주는 원숭이 주술사 라피키가 바오밥으로 자신의 집을 짓는다. 바오밥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속이 비어 나이테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령을 알 수 없지만, 최고 2000년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내자 찰스는 “모론다바 바오밥 거리의 나무는 보통 700년 정도 됐다”고 한다. 바오밥은 2000아리아리 지폐에도 나오는 마다가스카르의 상징 나무다.

폐허가 된 집을 지키고 있는 바오밥 나무
 폐허가 된 집을 지키고 있는 바오밥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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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모양의 바오밥 나무
 다양한 모양의 바오밥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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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춤판이 벌어지는 모론다바 여행객 숙소

밤새 외로움에 떨 바오밥 나무를 홀로 남겨두고 방갈로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묵은 ‘노아의 방주’는 식당이 없어 오아시스 호텔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아시스 호텔에는 바오밥 나무 열매와 산호, 거북 껍질 등을 전시해 놓았는데, 살아 있는 거북이 눈에 띈다. 숙소의 입구에는 밥 말리의 그림사진이 걸려 있는데, 커다란 걸개그림으로 활짝 웃는 레게 머리의 밥 말리의 그림 아래에 “웃어요. 자마이카(Smile. Jamaica)”라고 쓰여 있다.

오아시스 호텔 오두막집 모양의 작은 야외 바에서는 마침 전통음악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남자 7명으로 구성된 타악기 연주단이 악기도 연주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도 같이 부른다. 악기 연주는 손으로 북 같은 드럼을 치고, 카보시라는 기타도 등장하고, 나무상자에 줄이 달린 마로바니 악기도 등장한다. 빠른 리듬의 아프리카 느낌이 강한 흥겨운 음악이다.

역시 가수인 안내자 찰스는 음악 전문가였다. 찰스는 “마다가스카르의 전통음악은 흥겨운 댄스음악이 대부분”이라며 “지금 연주하는 음악은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케냐의 영향을 받은 살레지(Salegy) 음악”이라고 한다. 듣고 보니 내가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산 케냐 <사파리사운드밴드>의 흥겨운 노래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마다가스카르의 젊은이들은 살레지 전통음악 뿐 아니라 팝송과 힙합, 레게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좋아한다고 찰스는 설명한다. 찰스 자신은 댄스음악을 주로 하지만, 밥 말리의 레게음악도 자주 부른다고 했다. 찰스가 낸 시디 음반에는 “아자 이니”, “암 필라”라는 살레지 음악과 함께 “밥 말리”라는 레게음악, “프리맨(자유로운 남자)”이라는 힙합 음악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나를 안내할 때도 항상 노래를 흥얼거리는 찰스에게 가수의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다. 내가 “왜 노래를 계속 부르지 않느냐”고 묻자 찰스는 “돈을 조금 모으면 안타나나리보에 가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모론다바에서  여행 가이드 아르바이트로 노래 부를 정도의 충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안타까웠다. 마다가스카르의 젊은이도 에티오피아 랄리벨라와 탄자니아 카하마의 젊은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흥겹고 경쾌한 마다가스카르의 음악에 시원한 맥주를 마신 여행객들의 어깨가 저절로 둥실거린다. 마다가스카르 맥주는 ‘티에치비(THB)’ 상표인데, ‘세 마리의 말(Three Horses Beer)’의 줄인 말이다. 식당과 바에서 둘러 앉아 맥주를 마시던 20여명의 여행객들이 야외무대로 몰려들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온 50대 후반의 여자 여행객은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프랑스 40대 여인도 뒤따라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춘다. 토요일 저녁이면 오아시스 호텔의 작은 야외 모래 무대에서는 한 판의 다국적 춤판이 벌어진다.

토요일 밤마다 전통음악 공연이 벌어지는 오아시스 호텔 야외 바
 토요일 밤마다 전통음악 공연이 벌어지는 오아시스 호텔 야외 바
ⓒ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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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나무를 자른 모습
 바오밥 나무를 자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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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바오밥 거리, #모론다바, #마다가스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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