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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잔 가지를 이용해 솟대를 만든다.
▲ 솟대를 만들고 있는 이도현 선생. 나무의 잔 가지를 이용해 솟대를 만든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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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다. 설을 쇠려고 고향으로 혹은 부모님이 계신 곳을 향해 달려가는 걸음들이 흥겹다. TV에서는 밀리는 고속도로 상황을 중계하기 바쁘고, 대목장을 만난 재래시장은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줘도 고민, 받아도 고민인 '비싼 선물'

시골에 계신 부모들은 자식들이 이제 올까 저제나 올까 싶어 까치발을 하고 동네 어귀를 내다보지만 밀리기만 하는 도로는 그런 부모의 심정을 모른 체 자식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

들고온 선물 보따리보다 챙겨가는 것이 많은 고향. 시골집은 벌써 도시로 갈 선물들이 보따리로 만들어져 있다. 바리바리 챙기는 것이 우리네 어머니들. 도시에서 온 선물이라야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이 값만 비싸다. 포장지 값이 선물 내용보다 비싸다는 명절 선물이지만, 선물을 받는 이나 건네는 이나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는 걸로 끝이다.

세배를 하거나 받거나 설 선물로 가장 인기있는 것은 현금. 조금은 무리다 싶지만 빳빳한 새 돈을 봉투에 넣어 하나씩 건넬 때 주고받는 덕담은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미덕이다.

선물.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기뻐야 할 일지만 간혹 '뭐, 이런 걸 사왔지?'라는 마음을 품게 하는 경우도 많다. 받는 이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했을 때 생겨나는 일이다. 세배 돈으로 때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이라면 선물을 고를 때 더욱 신경쓰인다. 인사치레로 하는 선물이니 성의없이 고를 수도 없다. 막상 찾아보면 값만 비싸고 선택할 것은 별로 없는 선물.

솟대엔 새를 만들어 올리는데, 몸통에 꽂을 머리를 미리 만들어 놓고 적당한 것을 찾는다.
▲ 새의 머리. 솟대엔 새를 만들어 올리는데, 몸통에 꽂을 머리를 미리 만들어 놓고 적당한 것을 찾는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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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를 만들기 위해 다래나무와 등나무 줄기를 삶는다.
▲ 재료. 솟대를 만들기 위해 다래나무와 등나무 줄기를 삶는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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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들이지 않고 선물하는 방법? 물론 있지

돈 들이지 않고 선물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마음만 죽이면 가능하다. 모래알처럼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설 명절. 한 가족이 움직이면 적어도 몇 달 용돈이 날아간다.

이렇듯 얇아지는 지갑 걱정을 덜 수 있는 선물은 나뭇가지를 활용한 솟대와 모빌이다. '나무라고 하니 그건 시골 사람들만 하는 것 아냐'라고 말할 분들도 계시지만 성의만 있으면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 촌사람들의 일이라고 치부하지는 말자.

나무를 이용해 솟대와 모빌을 만들어 선물하는 이들이 있다. 정선중학교 교사인 유재성 선생과 정선문화연대 이도현 고문이 그들이다. 두 사람은 올 초부터 솟대와 모빌을 만들기 시작했다.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작품이 나온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만든 솟대와 모빌은 인기 만점이다. 이들이 만든 것들은 신혼 살림집 안방에도, 가수의 작업실에도, 직장인들의 쉼터에도 선물로 갔다. 이들은 만든 것을 선물할 때 '시집 보낸다'라는 표현을 쓴다. 귀한 딸 자식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선물하니 귀한 선물인 셈이다. 

나무가지를 이용해 솟대와 모빌 만드는 일은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다. 스스로 '재주가 메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가능한 것이 솟대 만들기와 모빌만들기다. 아이들과 함께 만들면 교육적 효과도 있다. 긴 설 연휴 동안 술상만 받거나 차리지 말고, 고스톱을 치거나 뒷돈 대주는 일만 하지 않으면 가능하다.

작은 톱으로 새 몸통을 자른다.
▲ 톱질. 작은 톱으로 새 몸통을 자른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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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칼로 새의 깃털을 만든다.
▲ 깃털. 조각칼로 새의 깃털을 만든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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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로 구멍을 뚫어 피아노 선이나 머리를 꽂는다.
▲ 드릴작업. 드릴로 구멍을 뚫어 피아노 선이나 머리를 꽂는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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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뒷산에 가면 선물이 보인다?

솟대와 모빌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는 껍질이 짙은 색을 지닌 쪽동백이 좋다. 쪽동백이 없다면 다릅나무나 단풍나무·생강나무 등도 좋다. 이런 나무들이 없으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로 만들면 된다.

줄기는 다래나무와 등나무·오미자 줄기 등을 이용한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솟대를 만드는 이들이 작업실로 쓰는 곳은 이도현 선생 집. 거실엔 나무들이 즐비하고, 연탄난로에는 등나무와 다래나무를 삶고 있다.

- 나무는 왜 삶나요?
"삶아야만 나무가 단단해지고 껍질을 벗기기에도 좋거든요. 삶지 않으면 쉽게 부러집니다."

새의 몸통을 제외하고는 나무를 삶는 것이 오래 간다고 한다. 삶지 않으면 나무가 마르면서 갈라지기도 하고 쉽게 부러진단다.

- 솟대 만드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건가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듭니다. 선물로 이만한 것도 없지요. 우선 돈이 들지 않거든요."

돈이 들지 않는 선물. 그것이야말로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다. 솟대는 어른들이 좋아할 것 같다. 종이 달린 모빌은 아이들 방에 걸어두면 인테리어 효과도 좋다. 집안을 오가며 종소리를 듣는 재미도 그만이다.

처음 솟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구가 필요하다. 전동 드릴과 조각칼, 피아노선, 목공용 본드, 작은 톱, 사포 등이다. 이 정도만 있으면 솟대와 모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느 집이라도 하나씩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솟대나 모빌을 만들기 위해 준비된 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톱질을 한다. 새의 몸통으로 쓰일 것이니 집게손가락 길이가 적당하다. 작은 솟대를 만들려면 새끼손가락 크기가 알맞다. 톱질된 나무를 조각칼을 이용해 깃털을 만들고, 드릴로 구멍을 뚫어 머리를 꽂는다.

완성된 솟대. 멋있지요? 집에서 만들 수 있답니다. 누구나!
▲ 솟대. 완성된 솟대. 멋있지요? 집에서 만들 수 있답니다. 누구나!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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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솟대 선물로 받으면 좋겠지요? 돈 많이 들인 선물 보다 낫지 않을까요?
▲ 솟대. 이런 솟대 선물로 받으면 좋겠지요? 돈 많이 들인 선물 보다 낫지 않을까요?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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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 사랑의 모빌로 한 방에 날리자

머리를 꽂은 새는 모빌을 만들려면 다시 구멍을 뚫어 피아노 선을 꿰고, 솟대를 만들려면 대에 본드를 이용해 붙이면 된다. 솟대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명절 때 고스톱 서너 판 정도 칠 시간이면 솟대 하나가 만들어진다.

모빌이라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진 새를 준비된 피아노 선에 꿰고 묶기만 하면 끝이다. 종을 달고 싶으면 모빌 끝에 달면 된다. 솟대 만드는 것을 지켜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욕심을 부리니 조금만 기다리면 더 멋진 것을 만들어 준단다. 인심도 좋다.

설 명절, 술타령을 하거나 집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솟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친구에게 선물하고, 어른은 가까운 사람이나 귀한 사람에게 솟대를 선물한다면 얇은 지갑 탓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아이들에겐 우리의 고유문화를 알려주는 시간도 되니 일석 삼조의 효과도 있다. 자신만의 선물을 만들어 누군가에 주는 그 기쁨, 돈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돈 들이지 않고 선물하는 지혜. 가정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보는 일이기도 하다.

나만의 선물을 찾아 시골 뒷산을 오르는 일, 이번 설에 해보면 어떨까. 명절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아내를 위해 종소리가 아름다운 멋진 모빌 하나 선물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 모빌에 '당신, 사랑해요' 라는 메시지를 남긴다면 금상첨화겠다.

집안의 풍요와 건강, 만복을 기리는 솟대를 만들어 선물하는 것. 우리 문화를 지켜가는 일이고 돈을 버는 일이기도 하다. 먼 길 달려온 고향집. 솟대 만들기를 만들고자 나무를 할 때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나무 밑둥을 자르지 말라는 것이다. 그 일만 지키면 솟대 얼마든지 만들어도 된다.
 
완성된 모빌이다. 모빌은 솟대보다 조금 큰 새를 이용한다.
▲ 모빌. 완성된 모빌이다. 모빌은 솟대보다 조금 큰 새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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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의 의미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음력 정월 대보름에 동제(洞祭)를 올릴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위하여 마을 입구에 세운다. 홀로 세워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장승·선돌·탑·신목 등과 함께 세우기도 한다.

솟대 위의 새는 대개 오리라고 불리며 일부지방에서는 까마귀·기러기·갈매기·따오기·까치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솟대신앙은 물을 상징하는 물새들을 장대 위에 세움으로써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보장하는 마을신의 하나로 삼았다. 풍수지리설과 과거급제에 의한 입신양명의 풍조가 널리 퍼짐에 따라서 행주형(行舟形) 솟대에 돛대로서 세우는 짐대와 급제를 기원하는 화주대(華柱臺)로 분화·발전되었다.

솟대의 기원은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 분포는 만주·몽골·시베리아·일본에 이르는 광범한 지역이다. 이는 솟대가 북아시아 샤머니즘 문화권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신앙물임을 알려준다.

솟대는 형태를 기준으로 솟대·짐대·돛대·설대·새대·장승대 등으로 구분되고, 기능을 기준으로 수살·추악대·진목·소줏대·표줏대·효대 등으로 나누어진다. 또한 동제와 관련해서는 당산·진또배기·별신대·성황대, 세워진 위치에 따라서는 거릿대·갯대, 의인화를 기준으로 해서는 거릿대장군님·대장군님·당산할머니·당산할아버지·진또배기서낭님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모두 신간(信竿)으로서의 기능과 성격을 지닌다. 출처 <브리태니커>


태그:#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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