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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 "우리는 과속한 것 아니라 정상 쾌속한 것" 이동관 대변인과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4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언론의 '인수위의 월권과 과속'이란 비판적 지적에 대해 해명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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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내놓으면 월권이라고 하고, 새 정부 들어가서 하겠다고 하면 대책이 없다고 하니까, 뭐라고 해야 할 지…."

 

4일 오후 대통령직인수위 브리핑룸,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날(3일) 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 이후로는 불필요한 정책 기사는 쓸 필요없다. 맞지 않기 때문이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한 기사, 사설 브리핑, 인수위 이름을 걸친 유령기사…" 운운하며 인수위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불평을 토로한 뒤였다.

 

"뜻밖에 (언론 보도로 인한) 타격, 피해는 정말 컸다"며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언론중재위 제소나 법적 구제장치 호소는 가능하면 안 하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에 대한 '압박'에 나선 지 하루만에 또 하나의 '정책'을 들고 나온 셈이다. 이 대변인은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농촌 현실을 감안해서 이른바 '설 선물' 하나를 정책으로 내놓는다. 참고해달라"고 말한 뒤, 브리핑 연단에서 내려갔다.  

 

김형오 부위원장이 이날 발표한 정책은 '농가의 비료·사료 가격상승 부담 완화 대책'이다. 유기질비료에 대한 정부지원을 늘려 화학비료 대체를 유도하고, 양돈·한우 농가 등에 사료구매자금 1조원을 한시 특별지원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김형오 부위원장은 인수위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감안한 듯 "이 내용은 인수위에서 관계 분과별로 수차례 걸쳐서 협의했고, 당 정책위, 국회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농촌 출신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서 발표하게 됐다"고 부연설명했다. 곧바로 기자들로부터 질문도 받았다.

 

그러나 기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인수위 스스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이날 오전 대통합민주신당은 물론 한나라당조차 인수위에 대한 '월권' 행보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기자 : 오늘 오전 신당-한나라당에서 '인수위는 행정부 아니다, (인수위 행보에) 현기증이 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인수위 입장은 무엇인가?

 

김형오 : 인수위는 행정부가 아니다. 인수위는 인수위법에 따라 구성됐고, 대통직 인수를 위한 과도기적인 잠정기구다. 직분에 충실하고 있고, 앞으로 충실할 것이다. 인수위 활동 기간은 대통령 취임 후 1달인데, 저희는 내부적으로 이미 2월 24일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직분에 충실했다"는 김형오 부위원장의 대답에 기자들은 더 이상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동관 대변인이 다시 연단에 올라와 해명에 나섰다.

 

이동관 대변인은 "일부에서 인수위가 '과속하다가 최근 속도조절한다'는 비판적 지적이 있는데, 저희는 과속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쾌속 항해를 하다가 예정보다 빠르게 할 일을 마쳤기 때문에 90% 가량 일이 끝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인수위 과속 아니라 정상적인 쾌속 항해했다"

 

이어 이동관 대변인은 "더욱이 인수위가 '월권했다. 행정부냐?'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은…"이라며 발언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 대한 항변인 셈이다.

 

"인수위 일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여러 검토할 아이템을 올려놓고 진행을 하다가 중간에 불량품이 나오면 들어내거나 문제점 나오면 보완·조정하는 것이다. 큰 방향이 결정되면 최종 상품은 새 정부에서 나온다. 그것이 인수위 역할이고, 그 궤도에서 벗어난 적 없다."

 

이 대변인은 특히 "지난 10년 적패를 청산하다보니까 여러 분야의 문제점이 드러났고 보안 과정에서 일부 그렇게(월권) 비쳐진 측면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절차 속에서 인수위법에 따라 해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일 '언론 탓'만을 해왔던 이동관 대변인이 이제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해명에 나선 것이다. 인수위 편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앞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수위는 한나라당이 망망대해에서 잡아온 고기를 부두에서 인수받아 공판장까지 운반하는 역할"이라고 규정한 뒤, "공판장에서 다시 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고객에게 팔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또 "인수위가 너무 세부 정책에 대해서 확정된 정책처럼 발표한다든지, 정책 집행까지 다 책임지는 행정부 역할을 한다고 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태그:#이명박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강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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