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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당선인에게 서민은 안중에도 없다" 법학계 교수들과 시민사회인권단체들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의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화 결정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 문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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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결정에 대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과 교수들과 국내 인권단체들은 23일 오전 국가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이어 열어 "국가인권위가 인권 보장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인수위의 개편안을 비난했다. 

 

인수위가 지난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독립기구였던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포함하자 당사자인 국가인권위뿐만 아니라 유엔 고등판무관, 국제앰네스티 등이 우려를 표했다. 이같은 반발 기류가 국내로 확산된 셈이다.

 

"인수위, 권력분립 원리 몰이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학과 교수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147명의 법학과 교수들의 공동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 "인수위의 개편 의도는 인권의 개념을 축소시키는 행위이고, 집권 초기 행정부 편의대로 국가인권위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특히 "3부(입법·사법·행정)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국가인권위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인수위의 주장에 대해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지위에 대한 협소한 헌법 해석이자, 권력분립 원리에 대한 몰이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유엔의 권고나 '파리원칙' 등을 보더라도 독립성 유지는 국가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근대 헌법은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고안된 제도로, 인권 보장을 위해 설립된 인권위는 권력분립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가장 부합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가 2001년 출범 이후 인권증진을 위한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며 "이는 조직이나 예산 등의 측면에서 법적 제약을 받기 때문"이라면서 독립기구로서 국가인권위의 위상 강화를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편입돼도 독립성 훼손은 없다"는 인수위측의 해명에 대해 이들은 "국가 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여부 등에 조사를 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의 기능상 다른 국가기관에서 독립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행정부의 장인 대통령의 지휘 감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수정 없이 강행하려는 데 대해 "상당한 반대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좌우이념을 떠나서 모든 국민과 정치 주체가 찬성하는 부분"이라며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강행한다면 한나라당의 반인권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 사회 약자들의 고달픔 안중에도 없어"

 

현장 활동가들의 모임인 인권단체들도 오전 11시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인권위의 위상 변화에 강하게 반발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47개 단체들은 전날 긴급 비상회의를 열어 '국가인권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인권사회시민단체들'(가)을 구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2001년 노상단식까지 단행하면서 국가인권위의 설립을 강력히 주장한 바가 있다. 

 

임기란 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은 "2001년 국가인권위를 세우기 위해 철야농성을 하고 반대하는 공무원들과 싸우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새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국가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이 돼도 운영의 독립성은 보장된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인수위를 겨냥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 위상이 변하면 인권 관련 의제설정, 인사와 예산, 운영 등 모든 분야에서 대통령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대통령의 방침과 의중을 담은 정책 결정을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인권 의식을 꼬집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대통령 직속화는 앞으로 진행될 인권후퇴를 알리는 첫 신호탄"이라며 "이 당선인은 사회 약자들의 고달픔은 안중에도 없이 의료, 교육, 주거, 복지 등을 대거 시장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후보 시절 '마사지걸 발언', '장애아 낙태 발언' 등은 말실수가 아닌 이 당선인의 일그러지고 불온한 인권의식"이라고 비난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 당선인이 새 정부를 이끌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면서도 인권 문제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서 지배하려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40여 명의 참석자들은 "날뛰는 인수위, 널뛰는 인권", "전 국토 삽질도 부족해 인권도 삽질?"이라고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이 당선인과 인수위를 질타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연 뒤 항의서한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태그:#국가인권위원회 , #인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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