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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한당>의 달래 역을 맡은 이다해와 오준 역을 맡은 장혁.

 

지난 수요일(2일), SBS에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했다. 제목부터 불건전한 <불한당>.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니 '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사람들의 무리'를 뜻한단다. 그렇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권오준(장혁 분)은 그러한 불한당 중 하나다.

 

오준은 유학을 떠나는척 공항에서 여자와 이별하고, 그 여자로부터 받은 달러를 환전하기 위해 찾은 환전소에서 또 다른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남자다. 상사에게 혼이 나 울고 있는 여자에게 달러와 함께 손수건을 내민다. 그러면서 친구 만두(홍경인 분)에게 걸려온 전화를 마치 회사 여직원에게 온 것인양 통화하며 '계좌에 110억이 입금되었다'느니 '감기 걸렸으면 쉬라'고 친절하게 말하는 등의 허풍을 떤다.

 

이처럼 오준은 쉽게 말해 여자 등쳐먹고 사는 '사기꾼 작업남'이다. 개인적으로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군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장혁은 조용히 군대를 다녀온 뒤 MBC <고맙습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멋지게 컴백했다. 까칠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기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에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호텔에 함께 있던 여자의 남편이 들이닥쳐 도망치면서도 하필 얼굴을 때리냐며 중얼대고, 사채업자에게 잡혀 있는 와중에도 걸려온 여자의 전화를 능청스럽게 받는다. 잘생긴 외모와 상황을 대처하는 화려한 '말발'이 필요한, 여자의 통장 잔고에 따라 수입이 다르다는 프리랜서 개념의 작업남 역할을 장혁은 훌륭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코믹지존 여배우' 이다해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 홍경인과 주로 영화에서 모습을 보였던 손병호, 임형준 등도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뿐만 아니라 주로 조폭이나 형사 역할을 했던 김정태도 이전의 폭력적이고 강하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적이고 샤프하면서도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유능한 펀드매니저 진구 역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달래 역의 이다해일 것이다. 이다해는 '코믹지존 여배우'라고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당당하고 천진난만한 달래 역에 적격인 듯싶다.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함께 하는 고부간의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달래는 엄마(김해숙 분)의 부탁대로 선을 보러 나간다. 선보기 싫지만 "'선볼래 수능볼래'라고 물으면­… 선이 낫겠다"고 말하는 재미난 대사가 돋보인다.

 

선보러 나온 남자는 바로 지팡이로 손짓하는 할아버지. 물론 그 할아버지는 진구의 아버지였다. 돈 많고 빨리 죽을 자신과 결혼하지 않겠냐는 말에 부자가 되어도 또 다시 과부가 되기는 싫다고 말하는 달래. 진구의 아버지는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든다. 

 

진구와 그의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대화를 나눈다. 달래를 만나 밥을 먹으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자신에게 재수 없다고 한 여자라며 싫다고 하던 진구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에 냉큼 밥을 먹겠다고 대답한다. 부자의 대화가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졸리는 아버지를 업고 방으로 옮기는 진구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싸함을 안겨 준다.

 

효자인 진구는 그리하여 달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저녁을 먹어요"가 아니라 "6시에 저녁 먹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달래가 오기도 전에 먼저 주문을 하고, 빼달라고 한 당근 조각이 음식에서 나오자 자신이 먹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소리치는, 달래의 말처럼 '진상'인 남자다. 하지만 어쩐지 전 부인과의 아픈 기억도 있을 듯싶다. 앞으로 그 역시 달래를 만나면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된다.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폭력이 코믹하게 그려져 안타까워...

 

 <불한당>에서 권오준 역을 맡은 장혁.

 

이렇듯 재미있고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폭력이 코믹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등장하는 조폭이나 사채업자들은 희화화 되고, 그들이 행하는 폭력성은 무방비하게 노출하여 폭력을 다소 무덤덤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은 불한당 오준이 싱글맘 달래를 만나 두 사람의 변화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차에 사고를 낸 달래를 만나기 위해 온 오준은 그녀가 보름 후에 3천만원짜리 적금을 탄다는 통화내용을 듣게 된다. 그에게 필요한 돈, 3천만원! 이제 달래는 100% 작업 성공률을 가지고 있는 천하의 불한당 오준에게 '딱' 걸린 것이다.

 

그런데 이 여자, 만만찮다. 오준은 달래가 남긴 쪽지를 읽으며 달래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그 덕분에 죽음에서 벗어났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곤 (달래를 위해)제발 뭔가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 오준에게 고작 해 달라는 게 서점에서 일하는 자신을 베스트직원으로 뽑아달라는 것. 오준은 자신이 작업 중인 것도 잊고 폭소를 터뜨린다. 그리고 다음날, 서점에 찾아가 책을 사고 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영수증을 걷어 아직 출근하지도 않은 달래 이름을 마구 써서 투표함에 넣는다. 달래가 전혀 감동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관심 있냐고 묻는다. 정곡을 찔린 오준은 분위기를 잡기 위해 자리를 잡고 어젯밤 환전소 여자에게 연습한 대로 아픈 동생 얘기를 꺼낸다.  

 

시큰둥하던 달래는 아픈 동생을 계모에게 맡기고 유학을 떠났다는 오준의 말에 움찔한다. 하지만 어제 연습한 것보다 더 진실하게 눈물 흘리며 당신을 보면 죽은 동생이 떠오른다는 연기를 하던 오준이 돌아보았을 때 달래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아니, 실은 조는 척 할 뿐이다.

 

멜로와 휴먼의 경계에 선 <불한당>

 

달래는 마냥 어리바리하고 철없는 여자가 아니다.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오래 전 잊지 못할 상처를 겪었다. 바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것이다. 불과 1분 전에도 있었던 사람이 1분 후에는 사라졌다는, 사랑하는 남편이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죽고 말았다는 절망을 겪은 이후에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아픈 것도 남이 아픈 것도 못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당신의 아픔을 내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속으로 되뇌며 조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달래의 모습이 담담한 슬픔을 자아냈다.

 

작업인 줄 뻔히 알면서도 걸리고 마는 것처럼, 뻔하디 뻔한 사랑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도 그 안에서 인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그런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휴먼드마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김규완 작가의 이전 작품 <피아노> <봄날> <닥터깽> 등을 재밌게 본 시청자로서, 이번 드라마가 멜로와 휴먼의 경계에서 어떻게 얼마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줄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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