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다. 90년 출범한 쌍방울 레이더스의 탄생이 결국 17년 후 60억원에 야구단이 매각되는 뼈아픈 상처를 남기고 만 것이다.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창단에 말이 많았지만, 이른바 양대리그의 틀을 만들었다고 좋아했던 시기였다. 문제는 밑바탕이 없는 형식에 치우친 창단이 화를 부를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프로야구가 과연 무엇인가? 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그야말로 야구 하나만으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 어찌하면 화려하지만, 어찌하면 그야말로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이다. 최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지만, 프로스포츠처럼 철저한 시장원칙이 개입된 곳도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쌍방울 레이더스의 창단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무려 7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양대리그를 시행했으나, 그 역시 소리없이 꼬리를 내린 실패한 리그제가 되었다.

양대리그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4개 팀으로 조편성만 되어버린, 그나마도 리그팀간의 경기가 아닌 전 구단과의 경기는 무의미한 성적표와 리그간의 불균형을 만들면서 승률에 우선하여 플레이오프를 펼치는 기형적인 포스트 시즌까지 낳았다.

그러는 사이 쌍방울 레이더스와 해태 타이거즈가 모기업의 부도로 인하여 새로운 인수기업을 찾았고, 무리없이 성사가 되면서 어쨌거나 신생팀의 모습을 갖춘 와이번즈와 국내 야구단 사상 최초로 팀명을 승계한 타이거즈의 명맥이 이어지면서 8개구단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몇 년의 고통을 호소하던 현대 유니콘스가 결국 야구단 운영이 사실상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KBO는 고민을 하였는데, '장고끝에 악수'를 둔다는 바둑의 명언처럼 KBO는 도리어 프로야구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차단시키고,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빈축을 살 수 있는 졸속행정을 벌였다.

차라리 현대 유니콘스를 공중분해했다면 각 구단들이 항상 외쳤던 선수들의 몸값 폭등도 잠재울 수 있었고, 용병을 고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선수자원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양대리그를 통해 흥행을 시키겠다던 8개구단의 취지를 형식에 이끌려 말도 안되는 구단 매각을 이루게 된 것이다.

현 정권의 초기 정가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었다. "자산은 승계하고, 부채는 남긴다." 지금의 현실이 딱 그러하다. 현대 유니콘스가 SK와이번즈의 인천 입성에 대해 받았던 연고지 이전 보상금과 서울 입성에 따른 보상금은 어디로 갔으며 아직 미지급된 선수들의 계약금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신생팀의 창단이 맞는 것이다. 차라리 모든 기업을 상대로 공개 참여 기업을 찾아 적정한 금액을 선정하여 인수기업을 찾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차라리 가입비를 대신하여 현대유니콘스의 운영에 대한 부채를 승계시켰다면 오히려 반발이 줄었을 것이다.

2007 시즌 SK와이번즈가 '스포테인먼트' 열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났지만, 팀 창단시 인수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해체 후창단의 '꼼수'를 썼던 것은 오히려 양반에 속하게 되었으니 이제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것과 진배없게 되었다.

지금 아마야구는 근간을 잃어가며 나날이 허약해지고 있고,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는 등 엘리트 스포츠로서의 위치를 이미 상실한 지 오래전이다. 그렇다면 이제 진정한 프로스포츠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형식과 무원칙한 행정이 아닌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다가 한 선수의 몸값에도 미치치 못하는 비용으로 알짜구단을 팔아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는지, 진지한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프로야구 현대유니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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