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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주 기자는 충남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고, 선거가 끝나고, 각종 연말 시상식이 열리고 나면 곧 새해가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새해를 앞두고 새 식구 맞을 준비에 여념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객지에서 학교를 다니게 될 새내기 대학생들을 기다리는 대학가 하숙집 주인들이다. 하숙집 아주머니들은 집떠나 생활하게 되는 학생들에게 집과 같은 포근함을 선사한다. 학생들에게 아늑하고 편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대학가 하숙집을 찾아가 보았다.

 

지난 토요일 학생들 사이에 꽤 알려진 명소 하숙집을 찾았다. 하숙경력이 7년이라는 아주머니는 젊고 착한 학생들과 함께 사는 게 즐겁단다. 적지 않은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챙기며 엄마처럼 대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정작 초등학생인 친자식들은 잘 챙겨주지 못한다며 아쉬워하셨다.

 

"주말이나 방학 때 식구들끼리 놀러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죠. 어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힘든 건 없어요. 잘 하는 게 이것뿐이라 지금 하는 일이 제일 좋아요."

 

 

4층으로 된 건물 전체가 하숙집 건물인데 주인이 살고 있는 4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학생들의 공간이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곳은 1층 식당 겸 거실이었다. 여학생들만 사는 곳이라 그런지 로맨틱한 벽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용 컴퓨터, TV, 피아노, 운동기구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넓은 식탁도 눈에 띄었다.

 

집을 보러 오는 학생들도 1층 거실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니고 기왕이면 학생들 편하게 즐겁게 머물도록 해주고 싶죠. 학생들만 쓰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도 같이 쓰는 건데 뭐."

 

앞서 보았던 하숙집은 학생들 사이에 꽤 알려진 명소다. 취재도 할 겸 다음 학기 지낼 방을 구해보고자 했었는데 이미 다음 학기 예약이 끝나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살던 학생들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반면 좋지 않게 소문난 하숙집도 몇 군데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을 참지 못하고 식약청에 구원을 요청한 학생들도 있는가 하면 주인아주머니께 항의하다 지쳐버린 학생들도 있었다.

 

 

"대단한 대접 바라는 거 아니거든요"

 

집 외관은 여느 하숙집과 다를 게 없었다. 마찬가지로 여학생만이 사는 곳이었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 전화라도 붙잡고 가지 않으면 무서울 정도였다. 집 내부는 보통 가정집처럼 방이 거실과 주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거실은 넓고 환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깨끗해야 할 주방이 문제였다. 손을 대기 꺼려지는 양념통과 가스레인지가 우선 눈을 찌푸리게 했다. 냉장고 속 썩은 반찬들은 얼마 전 아주머니께 항의해 모두 걷어갔다고 한다. 이 하숙집 한 학생은 "한 번 크게 항의한 적이 있는데 노력하겠다고 해놓고는 일주일만에 원상복귀됐다"면서 "학기도 다 끝나가고 모두 지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며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떠냐? 안방하고 마루가 널찍하니까 여름이나 겨울이나 학생들 겸상 차려줄 것 없이 교자상 놓고 같이 먹여도 되겠쟈? 내 자식 대하듯 흉허물 없이 대할란다……"

 

박완서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에 나오는 구절이다. 모든 하숙집 아주머니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하숙을 시작했을 것이다. 나날이 높아지는 학생들의 눈에 맞추기 위해 너도나도 리모델링을 하고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추세다.

 

하지만 집 떠나온 학생들에게 준수한 환경만큼 필요한 게 '정'이다. 데리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클수록 학생들도 만족할 것은 당연하다. 옛날이든 지금이든 변함없는 하숙집 키포인트는 '가족 같은 포근함'인 듯하다.


태그:#하숙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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