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의 한 장면

영화 <원스>의 한 장면 ⓒ 국내 공식홈페이지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아침.

인적 드문 인도에 널부러진 낙엽들이 조금씩 나부낀다. 쓸쓸한 풍경. 

영화 <원스>를 조조로 보러 가는 날 아침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이제는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나무들 사이로 걷는 내 귓가에 어렴풋이 기타 소리가 맴돈다. 어쿠스틱 기타의 담백한 선율과 절절한 보컬의 음색. 영화의 여운이란 것이 이토록 오래오래, 나를 묶어두고 있는 듯하다.

 

 실연의 아픔을 간직한 채 더블린 한복판에서 기타연주를 하며 노래를 하는 그와 그런 그에게 선심이라도 쓰듯 동전을 던지는 소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라도 가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와 그녀같은 음악남녀를.

 

 영화 <원스>의 한 장면

영화 <원스>의 한 장면 ⓒ 국내 공식 홈페이지

 

단 한번(once),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 관객들의 희망을 무시한 채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그러나 음악을 놓지 않는 그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영화.

 

인디밴드 '더 플레임즈'의 보컬 글렌 한사드와 체코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마르게타 잉글로바라는 비전문배우인 그들이 주연을 맡아 때묻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 장면 (실제로 영화를 촬영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흡사 다큐멘터리를 찍는 듯 거칠게 흔들리는 핸드헬드 영상과 촬영인지도 모른 채 계속해서 배우들 사이를 지나가는 거리의 행인들. 이국적인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의 풍경. 그리고 두 주연배우들이 들려주는 음악들.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화되어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는 영화 <원스>. 졸린 눈을 부비며 아침 일찍 가서 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만든다. O.S.T 또한 굉장히 훌륭하다. 

 

 이 영화 한 편이면 올해 겨울은 따스하게 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차가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007.12.02 15:48 ⓒ 2007 OhmyNews
원스 인디영화 음악 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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