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유나이티드 우승  K3리그 원년 우승은 서울 유나이티드가 차지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창단한 이들의 첫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 서울유나이티드 우승 K3리그 원년 우승은 서울 유나이티드가 차지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창단한 이들의 첫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 이성필



나와 우린 꿈이 있었죠. 버려진 서울과 낡아 버린 잠실종합운동장에 내 팀이 생겨 목청 터지도록 소리치고 응원하는 꿈. 혹 때론 누군가가 서울에 팀이 생기기는 힘들 거라는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나와 우리는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팀 창단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팀이 창단되기는 하는 거냐고. 서울에 기업구단이 생겨 시민구단이 탄생하기에 힘든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우릴 지켜봐요. K리그가 아닌 K3리그 참여라는 현실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우린 K3리그를 넘고 내셔널리그를 넘어 K리그에 갈 수 있어요. 어려운 현실도 나와 우리를 묶을 순 없죠. 목소리 터져 K리그에서 경기와 응원할 그날을 함께해요.

7년간 이렇게 되뇌었던 그들은 첫 번째 꿈을 실현 시키며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서울유나이티드의 힘 서포터  잠실종합운동장의 누런 잔디가 이채로운 가운데 선수들의 경기 사이로 응원하는 서포터가 보인다. 이들은 서울유나이티드의 희노애락을 같이했다.

▲ 서울유나이티드의 힘 서포터 잠실종합운동장의 누런 잔디가 이채로운 가운데 선수들의 경기 사이로 응원하는 서포터가 보인다. 이들은 서울유나이티드의 희노애락을 같이했다. ⓒ 이성필



서울 유나이티드의 꿈 'K리그 입성'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는 그들의 귓전에는 그룹 퀸의 '위 아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이 흘러들었다. 프로축구 K리그와 하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에 연결되는 3부리그(K3리그)에서의 우승이라지만 가치는 두 리그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7 K3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울UTD)가 K리그 안양LG 치타스(현 FC서울) 출신 우제원의 두 골에 힘입어 화성 신우전자를 2-0으로 꺾고 2연승으로(1차전 1-0 승리) 초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민구단 서울UTD의 탄생에 큰 역할을 한 원호인 단장은 "매 경기 출전수당(10만원)과 승리수당을 합쳐 20만원밖에 지급 못 했지만 아무런 불만 없이 어려움을 함께 한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며 우승을 기쁨을 표현했다.

7년을 기다린 끝에 어렵사리 탄생한 구단에서 맛보는 우승이란 너무나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로선수를 해봤던 이들과 대학을 졸업하고 갈 팀이 없어 차선으로 선택해 온 곳이지만 우승의 기쁨은 똑같았다.

리그 득점상과 최우수선수상(MVP)으로 선정된 제용삼(전 안양LG)은 "집사람이 경기 잘하라고 마사지까지 해줬는데 우승해서 너무나 기분 좋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K리그 승격을 목표로 만들어진 서울UTD는 리그 내 다른 팀과는 입장료를 1만원씩 받으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경기를 생중계하는 등 모든 기준을 K리그에 맞췄다. 이런 정책 덕분에 나이키와 KTF라는 거대 스폰서의 지원이 따르기도 했다.

첫 시작이라 흑자는 기대할 수 없어 6~7천만원의 적자가 났지만 이 정도면 K3리그에 진입하려는 팀들에게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원 단장은 "한 방에 열 명씩 몰아서 잠을 자는 등 구단의 형편에 맞춰서 지낸 적도 많지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모두 감수했다"고 적자 극복 방법을 설명했다.

기부금 모아 구단을 도운 서포터

K리그 안양LG 출신의 제용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만남이었던 K3리그의 표준을 보여 준 제용삼. K리그 출신인 그는 K3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대한축구협회 장원직 부회장으로부터 컵을 받고 있다.

▲ K리그 안양LG 출신의 제용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만남이었던 K3리그의 표준을 보여 준 제용삼. K리그 출신인 그는 K3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대한축구협회 장원직 부회장으로부터 컵을 받고 있다. ⓒ 이성필


자부심은 또 있다. K3리그 유일의 서포터가 존재하는 것이다. 선수들과 임근재 감독은 우승 소감을 말하면서 이들을 절대로 빠트리지 않았다. K리그 득점왕 출신의 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는 11대 11이 아닌 12대 11로 경기한다"면서 "서포터가 힘을 주기 때문에 어느 팀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이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리그 개막만 해도 이들은 심판의 판정에 흥분하며 욕설을 하고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등 구단의 안 보이는 걱정거리였다. 덕분에 지난 7월 국내축구 최초로 '무관중 경기'를 치르는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반성이 뒤따른 끝에 이들은 구단에 도움을 주는 조직으로 변신했다. 150만원의 빚을 내 마련한 구단버스의 세차를 다 같이 하는 것은 물론 구단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때는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승으로 한 해를 마쳤지만 서울UTD는 여전한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다. 선수들이 각자의 일을 하면서 축구를 하다 보니 호흡 맞추기가 힘든 것이다. 우제원의 경우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하면서 풋살교실 코치를 하는 등 그야말로 '슈퍼맨'이다. 월봉을 받지 않는 이들은 모두 '명예'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운동장을 마음껏 쓰지 못해 몇 경기는 보조경기장에서 치르기도 했다. 몇몇 구단이 지자체의 도움으로 '조명'을 켜고 야간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서울UTD는 그럴 수 없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주말에 각종 행사로 대관 되는 운동장 사정으로 보조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한국파워트레인 축구단과는 본의 아니게 라이벌이 됐다. 대구FC 출신의 김완수와 서울UTD 팬간 충돌이 빚어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도 이들은 해냈다. 퀸의 '위 아 더 챔피언' 다음에 흐르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서울UTD 꿈'으로 실현하며 더 큰 야망을 품은 것이다.

다양한 화제를 남기며 서울UTD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올 K3리그는 내년 부천SK(현 제주UTD)의 연고이전으로 팀을 새로 창단한 '부천 1995'를 비롯해 몇 개의 구단이 더 참가해 판이 커진다. 우승팀이 내셔널리그로의 승격 가능성도 있어 더욱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K3리그 서울유나이티드 화성 신우전자 임근재 감독 제용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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