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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오마이뉴스-한림대 기자상 응모작입니다. 송미영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인터넷미디어 전공 4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 "그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어요" 프랑스 남자들이 로맨틱하다지만 알렉스에게는 단순히 그 표현만으로 부족하다.
ⓒ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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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하나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그 사랑을 따라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온 남자가 있다. 여성그룹 '빅마마' 리더 신연아(34)의 남편 알렉산드로 보스키(30·알렉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미 그들은 결혼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그들의 결혼 소식은 세간에 알려진 터라 지금에 있어서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임과 동시에 유명한 가수의 남편인 그를 통해 한국의 모습과 사랑의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10월말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시각, 그와 절친한 친구사이라는 프랑스인 친구에게서 그를 소개받고 압구정동에 위치한 그들의 보금자리로 찾아갔다.

프랑스 재즈학교 CIM에서 맺은 인연

얼마 전 4집 앨범을 발매하고 하루 만에 앨범판매순위 1위에 등극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빅마마. 그래서 가요계의 진정한 '빅마마'가 된 아내와 알렉스 자신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서운할 법도 한데, 알렉스는 그녀와 함께라면 하루하루가 특별하다며 'I love 연아'를 연발한다. 그는 프랑스 소로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재즈학교인 CIM에서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4살 연상인 지금의 아내, 신연아를 만났다.

"나랑 함께 음악 작업 해보지 않을래?"

알렉스는 CIM에서 신연아와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고, 그의 제안에 신연아가 동의하면서  둘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신연아가 불어를 전공하여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던 데다가 그녀의 외모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알렉스를 사랑에 빠지게 했다.

 그녀가 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어요

아내의 관한 얘기를 나누는 내내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내의 관한 얘기를 나누는 내내 얼굴에서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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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들이 로맨틱하다지만 알렉스에게는 단순히 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내에 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부럽다'는 생각에 좀처럼 다음 질문을 할 수 없었을 만큼 신연아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진지했고, 확고했고 또한 로맨틱했다. 그런 그이기에 프로포즈는 과연 어땠을까 궁금했다.

"프로포즈를 특별히 하진 않았어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의외였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생각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결혼이 아니었다. 오직 '사랑'만이 중요하고 그는 그것만을 믿는다.

"한국 사람들은 결혼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결혼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해요. 우리 부모님도 40년 넘게 함께 하고 있지만 결혼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결혼은 그저 동의서에 불과해요. 그래서 프랑스에 있을 땐 프로포즈며, 결혼이며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야 그는 결혼에 관한 것들이 한국에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턱시도를 입고 한 번, 한복을 입고 또 한 번, 두 번의 결혼식을 올렸다. 5년간의 연애 끝에 신연아와 처음 만난 날을 기념하며 2006년 3월 31일 3시 31분, 그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신부를 아내로 맞이했다.

한국의 '정(情)'이 좋아요

사랑하는 여자의 나라, 한국은 알렉스에게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정(情)'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온다. 그가 생각하는 '정(情)'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소한 것들이었다.

"아내와 일본에 4일 정도 머물며 택시를 탄 적이 있어요. 일본의 택시기사들은 손님과 대화를 하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의 기사님들은 손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정(情) 아닐까요?"

처음에는 '한국에서 뭐 하냐', '돈은 많이 버냐' 등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한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은 호기심이 참 많은 것 같아요(웃음)." 프랑스에서는 실례되는 질문이겠지만 한국에서는 정(情) 문화에 이끌려 이제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단다.

그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또 한 가지 한국문화는 바로 '존경'. 형, 동생, 누나, 언니 등과 같은 존칭을 쓰면서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살펴주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존경하는 문화가 그는 참으로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말했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연이라는 단단한 끈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보호하며 때로는 구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 구속들조차도 사랑과 존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누나, 형, 언니들은 동생들의 일에 많이들 간섭하잖아요. 그렇지만 아프다고 전화하면 새벽 두 시에도 달려오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에요."

아무리 한국사회가 개인주의로 가고 있다고 해도 프랑스에서 온 그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가족문화는 여전히 집단주의다. 그래서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단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해요"

한국사람 못지않게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의 문화를 좋아하지만 정작 한국 사람인 우리들도 그렇듯 알렉스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단점은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해요. 쉬는 날은 오로지 '추석'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의 단점을 말하고 있는 알렉스
 한국사회의 단점을 말하고 있는 알렉스
ⓒ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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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빨리빨리' 문화도 이해하고 사회 성격도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삶은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일에 매여 살아야 하는 한국의 삶의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 그가 보는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 안됐다.

"한국에는 너무 많은 경쟁이 있어요.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 그때를 빼고는 미쳐 즐길 시간이 없어요. 대학가기 전에는 학교도 모자라 학원에 과외까지 받아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하고 결혼하고 또 아이를 키우면서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달리잖아요."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잊고 살아가는 것이 알렉스는 아쉽다. "행복은 단지 돈이 아니잖아요?" 사람들과 행복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방향은 '돈'으로 흘러간단다.

"물론 돈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은 행복을 위한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아도 같은 생각이에요. 저는 참 행운아죠."

단지 생각이 같은 것에 행운아라니,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요즘 많은 한국여자들이 남자의 경제력을 결혼조건 첫 번째로 삼잖아요. 설령 사랑이 조금 부족하다 해도 남자가 돈이 많으면 결혼하는 경우도 실제로 많구요."

사랑과 행복을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여기는 알렉스에게 사랑도 없이 부자 남편을 만나 편안하게 인생을 살아가려는 이런 사회적 풍토가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의 아내도 물론 그와 같은 생각이다.

알렉스가 신연아를 사랑하는 이유

"연아는 나와 매우 닮았어요. 성격이며 삶에 대한 생각이 우리는 같아요. 제가 연아를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두 가지 면이 공존하기 때문이에요."

'가수 신연아'가 아닌 '인간 신연아'는 어떤 사람일까.

"연아는 겉으로는 매우 강한 사람이에요. 독립적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죠. 그러면서도 매우 침착해요. 반면에 저랑 있을 때는 매우 재밌는 사람입니다. 참치김치찌개도 잘 만드는 사랑스러운 아내예요(웃음)."

그는 정말 '행운아'였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부모가 국제결혼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와 신연아는 단 하나의 걸림돌도 없이 결혼에 골인했다. 개방적인 신연아의 부모님 덕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전혀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연예인의 남편으로서 힘든 점이 있는지 물었더니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온다.

"저는 그녀의 일을 존중해요. 열심히 한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해요. 연아도 때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요. 집에 일찍 와서 요리하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삶이요."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음악이 있기에...

알렉스는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사랑하는 일이고, 자신 또한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현재 루이뷔통 모엣 헤네시(LVMH) 등에서 불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음악작업을 한다. 이미 빅마마 1집 수록곡인 'Je Ne Veux Pas(쥬느브빠-원치 않아)'와 팝 재즈 밴드 '푸딩(Pudding)'의 2집 수록곡 'Necktie's complaint(넥타이의 불평)'에서 작사를 맡은 경험도 있다. 뿐만 아니라 'Necktie's complaint'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OST인 'La Paloma'는 신연아와 함께 직접 노래도 불렀다.

음악 작업을 할 땐 이런 모습으로...
 음악 작업을 할 땐 이런 모습으로...
ⓒ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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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제 삶의 일부예요.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건 때로 머리 아픈 일이에요. 음악은 생각이 필요 없어요. 그냥 느끼면 되죠. 음악은 약(藥)과 같아요."

한국에서의 생활 3년 반, 삽겹살에 소주, 김치, 곱창, 닭갈비가 좋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신의 전부와 같았던 음악공부도 중단한 채 한국으로 온 남자 알렉스.

그의 인생목표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음악을 하며, 행복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진중한 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한국을 사랑하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는 알렉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행복바이러스가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 한참동안이나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태그:#알렉산드로 보스키, #알렉스, #신연아 남편, #빅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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