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오마이뉴스-한림대 기자상 응모작입니다. 김혜미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정보통계학 전공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편집자말]
영화가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면 영화제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축제의 장이다. 한 해에 국내에서만 수십 개의 영화제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인다. 지난달에도 한국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고, 이번 달에도 청룡영화제와 충무로영화제 등 크고 작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가 계속된다.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제, 대한민국영화대상이 극장 개봉과 흥행위주의 영화와 더불어 스타들에게 의미 있는 영화제라면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영화제 등은 단편영화와 독립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영화제일 것이다.

또한 미래의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소년 감독들에게 최고 인기의 영화제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다.

이번 기사에서는 멀티미디어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점점 발전해가는 청소년 영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청소년이 만든 영화? 청소년을 위한 영화?

 쉿! 영화 촬영중입니다. 어떤 영화인보다 진지한 청소년들

쉿! 영화 촬영중입니다. 어떤 영화인보다 진지한 청소년들 ⓒ 김혜미


청소년 영화는 청소년이 만든 영화. 즉, 청소년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짜고 촬영과 편집을 하면서 그들의 생각과 손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뜻한다. 비디오카메라가 귀하던 10년 전에는 청소년이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기란 힘든 일이었지만, 기술의 발달과 경제적 여유 속에서 청소년 영화는 점차 증가하고 발전하는 추세다.

처음 청소년 영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10년 전만 해도 한 해에 제작되는 청소년 영화는 단 100여 편에 불과했지만, 꾸준한 증가 추세로 지금은 1000여 편이 제작된다. 그야말로 영화의 붐이 청소년에게도 일고 있는 것이다.

 구색까지 갖춘 영화 촬영 도구들

구색까지 갖춘 영화 촬영 도구들 ⓒ 김혜미


이제는 청소년이 감독만 하는 시대를 넘어서, 서로의 영화를 평가, 심사하기도 한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단으로 선정된 청소년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출품된 영화를 보고 그들의 눈으로 평가하고 상을 주는 제도이다.

영화제 측은 자신들이 만든 영화를 또래의 친구들이 보고 느끼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한다. 또한 영상제작캠프, 영화제작강의, 미디어센터 등 청소년영화의 제작을 도와주는 사회 안팎의 시스템도 많이 늘고 있다.

청소년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청소년 영화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영파여중 방송반의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가 이슈로 떠오르면서부터일 것이다. 한창 일지매와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시기에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담은 이 35분짜리 단편영화가 큰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 청소년 영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의 청소년 영화는 그야말로 전성기다. 한 해에 제작되는 영화수도 놀라울 따름이지만 그 내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드라마부터 공포, 다큐, 애니메이션까지 영상의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형식을 갖추고 참신하고 놀라운 주제로 탄탄하고 기막힌 스토리를 구성해 낸다.

그들은 진실을 보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백 마디 글과 말보다 그 순간을 담은 한편의 영상이 더 큰 울림을 준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들의 생각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위해 늘 고민하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이 있기에 청소년 영화는 늘 발전하고 있고, 더 발전할 것이다.

청소년 영화제작자 그들은 누구인가

청소년 영화에 대해 취재하던 중 문득 10년 전 청소년 영화를 만들던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수소문 끝에 청소년 영상문화에 선두주자였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너희가 중딩을 아느냐> 스태프들과 연락이 닿았다. 그때의 소녀들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영화를 같이 만들었던 친구들의 안부를 물었다.

"모두들 각자의 길을 찾아갔어요. 영화가 아닌 다른 분야를 찾아가 사회인이 된 친구들도 있고, 대학에서 영화가 아닌 다른 전공으로 학업에 열중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물론 그 중엔 영화를 전공하고 영화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친구들도 있어요. 각자의 목표에 맞게 진로를 정해서 조금 더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편집과 모니터 중인 청소년 영화 제작자들

편집과 모니터 중인 청소년 영화 제작자들 ⓒ 김혜미


청소년 영화에 발을 디딘 후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다는 홍석형(22)씨는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때 무심코 봤던 한 편의 영화가 인상 깊었는데 그 후 고등학교 방송반에 들어가면서 영상을 알았죠. 영상을 알다보니 그 매력에 푹 빠져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졌어요. 부모님께서는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열정을 갖고 열의를 보이는 제 모습이 싫었는지 반대도 하셨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아서 좋아하셨죠. 지금은 연출보다는 편집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어요. 다른 것보다 제 감정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아요. 그게 영화의 매력 아닌가요? 하하."

과거의 청소년 영화 제작자들이 모두 영화의 길을 택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한때 좋아하는 일을 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과거의 그들은 현재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며, 앞으로 한국영화를 이끌고 나갈 세대들이다. 그들이 그러했듯이 현재의 청소년 영화 제작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꿈을 찾아 나아가는 중이다.

청소년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상은 자신과 그들의 사회와 생각을 담아내는 공간이고 통로이다. 보이는 것, 말하는 것, 움직이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것, 슬픔과 고민과 기쁨 모두를 담아내서 사회에 소리치고 표출하는 도구가 영상인 것이다. 이들이 있기에 한국영화의 미래에 섬광이 비춘다.

청소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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