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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由人,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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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평북 삭주에서 남, 1957년부터 1964년까지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1964-1971 조선일보, 합동통신 외신부장, 1972년부터 한양대 문리대교수, 1976년 해직, 1980년 3월 복직, 여름 해직, 1984년 복직. <전환시대 논리>,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 <분단을 넘어서> 등 누구일까? '리영희'다.

얼마 전 <대화>라는 책도 나왔지만 내가 리영희 선생 맨 처음 접한 책은 <전환시대의 논리>나 <우상과 이성>가 아니다. <自由人, 자유인>이다. 애착이 가는 책이며, 리영희가 누구인지 깨닫게 했다. 담긴 내용은 무엇일까?

"수록된 글은 몇 개를 제외하면 모두, 또 하나의 반문명적 군부독재체제가 사라져간 1987년에서 89년 말 사이에 발표된 것들이다. 이 시기는 여러 해 만에 다시 나에게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지적 사성적 활동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본문 4쪽)

리영희 선생이 남긴 책들은 군부독재가 반문명적인 행태를 보인 것을 비판하고, 인민들에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목적과 그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기에 군부독재는 리영희를 '의식화의 교과서'로 찍어 옭아매었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고, 저항했으며, 글을 통하여 민주주의와 문명사회가 어떻게 가야할지를 분명히 말했다.

<自由人, 자유인>에는 59편이 실려있다. 1987년이 무엇인가? 27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문명과 문화를 찬탈했던 군부독재가 종막을 고했던 해였다. 물론 민주진영의 분열이 있었지만 27년 억압은 끝났다. 그때 59편의 글을 쓴다는 것은 리영희 선생 입장에서는 어떠했을까?

"이 책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59편의 글은 허위(虛僞)의 장막을 벗겨서 진실을 드러내려는 역사적 책임감의 결실이다. 철학적으로 현실적으로, 거짓은 인간(성)의 억압이면서 부정(否定)이다. 부정된 인간(성)은 노예다. 자유는 인간존재의 전부며 그 본질이다. 본질을 부정했다거나 박탈당한 상태는 자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아니다. 자유인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본문 7쪽)

'박탈당한 상태는 자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가 아니다'는 말은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그때 우리는 그랬다.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살았다. 지금은 마음껏 누리는 자유이지만 그때는 자유 없는 세상을 살면서 인간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 자유를 박탈하는데 일조했던 이들, 곧 자칭 '지식인'들이 자유가 외쳐지고, 인간이 자유인으로 승화될 때 자유를 팔아 살았던 그들이 던진 화두는 '대화합, 타협, 관용, 용사(容赦)'였다. 리영희 선생은 그들을 향하여 분노했다.

"민주화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는데 그들은 마치 민주화가 이루어지거나 한 듯이 정세를 호도하고 있다. 아! 지식인의 기회주의! 풍향계보다 더 재빠른 변신! 지금은 축할 때가 아니라 괴로워해야 할 때다. 지금은 준엄한 공리가 강조돼야 할 때지 얼버무릴 때가 아니다." (본문 21쪽)

어딘가 많이 들었던 말이다. '대타협' '상생' '관용' 인민과 시대와 문명을 속이고, 찬탈한 이들이 시대가 변할 때 그들은 말을 갈아탄다. 말을 갈아타 또다시 문명과 시대와 인민을 속인다. 껍데기와 거짓 나부랭이들이 그렇게 한다. 관용과 용사는 사실 가해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해야 한다. 역사 발전을 가로막은 자들이 역사 발전 앞에 또 다른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장애물을 설치를 통하여 또다시 거짓으로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려 했다.

"광복 직후 몇 해 동안 친일파 반민족행위자의 집단을 숙청하지 못했던 까닭에 이 국민은 단독정부 수립, 민족 분단, 영속적 독재정권 체제하에서 신음해야 했다. 지난 7년간 잠에서 깨어난 국민이 해야 할 일은 민주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다. 어설픈 '관용론'과 '보복불가론'에 힘입어 국면이 바뀌기만 하면 그들은 물에서 올라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덤빌 것이다. 파시스트들은 근성은 그런 것이다. 페어플레이 좋다. 그러나 그것은 페어플레이의 정신을 이해하고 행동할 줄 아는 상대에 대해서만 적용될 미덕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적 정기를 확립해야 한다." (본문 69-70쪽)

20년이 지난 이 시대는 어떤가? 리영희 선생이 분노했던 그 처절한 외침이 성취된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군부독재를 그리워하고, 전쟁에 군인을 파견하고 있다. 친일파 숙청을 위한 작은 발자국은 내디뎠지만 친일행위자들이 남긴 신문들이 이 시대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친일 행위를 비판하고 평화를 외치면 오히려 빨갱이로 몰리는 일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독재세력은 그 생명력을 지금도 행사하고 있다.

지성과 문명과 문화를 사랑한다면, 평화를 사랑한다면, 반지성에 저항하기를 원한다면, 사대주의에 저항하기를 원한다면, 전쟁에 반대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아직도 민주주의가 완성되지 못했고, 반지성과 반평화와 극우가 존재하면서 우리를 얼마나 옭매고 있는지를 알 것이다.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다. 59편 글을 통하여 우리 사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반지성과 반문명 세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깨닫고 또다시 그들의 대한민국을 반지성과 반문명으로 통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리영희 선생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