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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아이들
▲ 항구도시 타마타브 시내의 아이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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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났더니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다. 간밤에도 쉴새없이 쏟아지는 빗소리 때문에 간간이 잠에서 깨기도 했다. 창문을 열어보니까 그야말로 억수같이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은 마다가스카르의 겨울이자 건기이다. 건기인데 웬 비가 이렇게 내릴까? 마치 우리나라의 집중호우를 보는 것만 같다.

많은 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지나 다니고 있다. 우산이 있는 사람은 우산을 쓰고, 우비가 있는 사람은 우비를 입고 있다. 그조차도 없는 사람들은 그냥 비를 맞으면서 걷고 있다. 이 빗속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항구도시 타마타브

난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거리를 내다 보았다. 아침식사 메뉴는 커피와 오믈렛 그리고 빵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프랑스의 바케트같은, 길고 단단한 빵을 많이 먹는다. 그 빵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에, 가운데를 갈라서 그 안에 계란과 각종 채소를 집어넣고 샌드위치처럼 만들어서 먹는다. 거리에 나가면 이런 샌드위치를 파는 상점들이 많이 있다. 이런 샌드위치 하나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우리 돈으로 약 500원이다. 가격은 싸고 맛은 좋고 양도 많다. 여행내내 나의 주식은 바로 이런 길거리빵과 커피였다.

빗속에서도 타마타브의 인력거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인력거꾼들은 모두 우비를 입고, 인력거에 포장을 두른 채로 이 빗속을 뛰어다닌다. 난 우산도 없고 우비도 없다. 건기의 마다가스카르에 설마 비가 올꺼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전에 시내에 나가서 환전을 하고 폴포인트 가는 버스표를 구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결국 호텔의 안내데스크에 가서 우산을 빌리기로 했다.

"우산 하나만 빌려줄 수 있어요?"
"어디 가려고요?"
"우산 쓰고 나가서 우산 하나 사오려고요"


그걸 쓰고 나가서 가까운 상점에서 우산을 사왔다. 우산 하나의 가격은 1만2천 아리아리. 우리 돈으로 6천원 가량이다. 한국에서 작은 우산을 하나 가져왔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나의 경우는 손발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돈까지 들어가고 있다.

빌린 우산을 돌려주고, 새로 산 우산을 쓰고 거리로 나섰다. 시내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다. 그 웅덩이를 건널때마다 낡은 운동화로 물이 새어들어온다. 지금쯤 내 양말은 물과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폴포인트에 오후에 갈 수 있어요?"

오후 2시에 폴포인트로 출발하는 미니버스가 있다. 가격은 4천 아리아리. 시간은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버스표를 사고 시내에 있는 은행에서 환전을 했다. 100달러를 환전했더니 17만 3천 아리아리를 건네준다. 우리 돈의 달러 환율과 비교해 보았을 때 대략 2:1 정도 되는 비율이다. 어느새 날은 활짝 개어있다.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졌다'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면 좋을까. 억수로 퍼붓던 비가 멎고, 정말로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작은 도시 타마타브 시내를 걷다

비 내리는 아침. 빗물이 도로에 고여있다.
▲ 항구도시 타마타브 비 내리는 아침. 빗물이 도로에 고여있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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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의 건물
▲ 항구도시 타마타브 시내의 건물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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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산을 접고 천천히 시내를 걸었다. 넓지않은 시내에는 차도 별로 없다. 중심가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해변이 나온다. 해변의 한쪽에는 항구가 있고 커다란 별장에는 작은 경비행기가 한 대 놓여있다.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 이어서 두번째로 큰 도시라지만, 모든 것이 타나와는 대조적이다. 사람도 많지않고, 차도 많지 않다. 대충 걷다보면 시내를 모두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시내를 둘러보다가 시간에 맞추어서 터미널로 향했다. 2시에 출발한다던 버스는 3시가 넘도록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15인승 미니버스는 텅비어있고, 이 버스에 승객이 다 찰 때까지 기다릴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터미널로 들어서면 호객하는 사람들이 그 주위로 모여든다. 그리고 서로 자기네 버스를 타라고 잡아끈다.

터미널 한쪽의 상점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다. 그곳에 가보니까 TV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중이다. TV가 흔하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마다가스카르의 지방에서는 이런 풍경을 종종 볼 수 있다.

결국 버스는 3시 30분이 되어서 출발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는 데만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밤새도록 내린 비 때문에 도로의 곳곳이 물에 잠겨있다. 버스 운전사는 그 물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운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포장도로도 아닌 데다가 배수시설이 변변치 않아서 군데군데가 한강처럼 변해있다. 마치 대서양처럼 변해버린 도로도 있다. 그런곳이 나타나면 운전사는 그냥 버스를 그 물웅덩이로 들이민다. 물에 잠긴 도로에서 운전을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시내를 벗어나니까 뻥뚫린 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오른쪽으로는 인도양이 보이고, 왼쪽에는 숲이 우거져 있는 길이다.

2시간을 달려서 폴포인트에 도착하다

야자수가 늘어선 시내의 중심가
▲ 항구도시 타마타브 야자수가 늘어선 시내의 중심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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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과 항구
▲ 항구도시 타마타브 인도양과 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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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포인트는 타마타브의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인도양을 볼 수 있는 해변의 마을이고,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내가 그곳에 가는 이유도 그냥 쉬기 위해서다. 아무것도 안하고 해변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폴포인트가 가까워지자 해변에는 호텔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폴포인트에 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해변을 따라서 많은 호텔이 늘어서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별 3개급의 고급호텔도 있고 게스트하우스 풍의 저렴한 방갈로도 있다.

오후 5시 20분이 되어서 폴포인트에 도착했다. 나는 버스운전사에게 물어서 해변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 있는 'Lagon'이라는 방갈로 호텔로 걸어갔다. 나무를 얽어서 만든 작은 방갈로 여러 채가 넓은 풀밭에 세워져 있다. 작은 방갈로 안에는 화장실도 있고 샤워시설도 있다. 배낭을 풀어놓고 쉬고 있을 때 한소년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바닷가재 보러가지 않을래요?"
"지금은 너무 늦었어요. 내일 보러갈게요. 시장이나 좀 안내해줘요."


이 소년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배도 고파온다. 시장에서 슬리퍼를 하나 사서 그걸로 갈아신었다. 슬리퍼의 가격은 3천 아리아리. 진흙투성이가 된 운동화는 빨아서 말려야 한다. 난 슬리퍼를 신고 방갈로 앞에 앉았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인도양을 볼 수 있다.

인도양 구경은 내일하고 오늘은 그냥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널찍한 방갈로 호텔의 정원에 앉아있는 나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없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오직 한가지, 내일은 날이 활짝 개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파란하늘 너머로 인도양의 수평선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해변의 모습
▲ 폴포인트 해변의 모습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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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태그:#마다가스카르, #타마타브, #폴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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