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이와 광태

광식이와 광태 ⓒ MK픽쳐스


남자는 여자보다 더 쉽게 더 자주 사랑에 빠진다. 남자는 네 번째 데이트까지는 여자보다 더 깊이 사랑을 하며 남자가 도망치고 싶게 만들려거든 사랑하냐고 물으면 된다. 

남자는 헤어지고 몇 시간 뒤 당구를 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의 상처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눈물을 보이지 않을 뿐 여자보다 세 배는 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세 배의 시간 안에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위장장애나 발기 불능, 교통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로지 실연의 아픔으로 인해. 

리사 서스만이 남자들에 대해서 한 말이다. 물론 다 맞는다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은 쇼핑을 하거나 화장실을 가도 느낄 수 있으며 군대나 산부인과가 서로에게 너무나 낯선 공간이듯 구체적이고도 충분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떨까. 남자와 여자는 때로 똑같은 크기의 사랑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좁힐 수 없는 각자의 위치에 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사랑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계절이 돌아왔다. 연인들은 기대할 게 있는 표정으로 거리를 거닐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의 감정 안에서 속삭인다. 하지만 전부를 알 수는 없었던 남자들의 심리를 고자질한 영화가 있었으니 두 형제의 다른 사랑 얘기를 다룬 <광식이 동생 광태>다.

이 영화에서 다루는 사랑에 대한 남자들의 얘기는 은밀하고 노골적이며 발칙하다. 예를 들자면 사랑에 대한 “매직넘버12”의 룰이다. 열두 번을 자고나면 여자는 집착하기 시작하고 남자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해서 열두 번이 되기 전에 헤어져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인 남자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다니 김현석 감독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하는 횟수를 위해 열두 번이 되면 무료쿠폰을 주는 커피숍을 이용하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여자에게 절실한 순간부터 남자는 변한다는 이 텁텁한 이론이 그런데 얼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영화의 이야기다. 위의 남자들과 극을 달리며 순수함과 답답함의 교차로에서 청춘을 마감하려고 하는 또 한 남자.

여자에게 변변하게 고백한번 못해보고 사랑양보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평화유지군. 그는 짝사랑을 즐긴다.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즐기고 인연은 자신의 실수 따위로 올게 오지 않을 만큼 허술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으며 한 여자를 7년 동안 바라본다. 그리고 다른 남자 곁으로 떠나는 여자의 말을 듣게 된다. 여자는 짐작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물론 이도 영화의 이야기다.

 에어메리 입은 형제

에어메리 입은 형제 ⓒ MK픽쳐스



이 둘은 형제다. 그 유명한 이름의 <광식이 동생 광태>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연애를 하고자 한다. 한명은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긴 세월을 보내고 한명은 시간이 없어 더 많은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이름 하여 바람둥이다. 그는 오로지 ‘세 번 만나면 자야한다’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OECD 가입 국가로서 선진국 사람들이 세 번 안에 자는 것처럼 더 이상 평균 깎아 먹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하자는 나름의 멘트에 웃지 않을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서로 다른 두 형제가 닮은 점이 있었으니 사랑한다는 고백을 그 누구에게도 못해봤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누구나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이 두 사람 중 누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일까. 물론 두 사람 모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육체적 쾌락만을 원하거나. 이는 모든 남자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일면을 딱 절반으로 나누어 설정한 것이라고 믿는다.

분명한 것은 어떤 남자건 모두가 사랑을 꿈꾼다는 사실이다. 사랑한 시간의 세 배를 망가진 채 살아가더라도 결국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또 다른 사랑 앞에 치유 받을 것이다. 사랑을 하기에 적당한 순간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진심을 깨닫게 되는 그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남자들이여 자신의 진심에 확신한다면 사랑을 고백하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서성이지 말라. 진심으로 무장한 가슴만 가지고 있다면 49:51의 감성을 지닌 여자라도 그녀는 아직 진심 앞에 나약하다. '당신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소'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런 말 한마디에 더 많은 여자들이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남자 광식이동생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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