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 CHIFFS

한국영화의 메카 충무로.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영광 혹은 추억일 뿐이다.
 
대한극장을 위시로 과거 곳곳에 있던 다방엔 영화인들이 즐비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것일 뿐 현재 충무로는 그러한 영화의 잔재들이 남아 있지 않다. 아마 충무로가 영화의 거리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으리라.

 

그런 충무로에 다시금 영화 메카의 기능을 회복하고자 10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사실상 충무로가 영화의 거리였지만 단 한 번도 영화제를 열었던 사실이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영화제는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공식 출범한 충무로국제영화제는32개국 약 150편으로 구성된 10개 섹션을 발표하며 라인업을 마쳤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옛 명성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고전영화'에 주목했다.

 

물론 고전 영화만 상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영화에 무게를 둔 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영화적 전통과 현재 영화의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으며, 더불어 충무로를 영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

 

여타의 영화제와 차별화, 개막·폐막작 특별!


그중에서 첫 발을 내딛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는 다른 영화제와 차별화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예를 바로 개막작과 폐막작 선정에서 볼 수 있다. 으레 개막작과 폐막작은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데,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조금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개막작으로 영화 상영 대신 공연을 선보인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릴 개막공연은 '고전의 빛나는 발견, 영화와 축제의 즐거운 만남'이라는 콘셉트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폐막작도 '한일 고전영화 불완전판 컬렉션'이라는 부제를 달고 다른 방식으로 영화가 상영된다.

 

즉 불완전판 컬렉션이라는 명칭처럼 완성되지 않아 볼 수 없었던 혹은 사라져 볼 수 없었던 영화들을 복원해 상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고 김기영 감독의 작품 <봉선화>와 도쿄국립영상센터가 복원한 이토 다이스케 감독의 영화 <사무친 원한> 등의 일부분을 복원한 편집본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개막작과 폐막작을 다른 영화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충무로국제영화제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고자 했다. 이러한 특별한 상영은 '한국영화계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건강한 미래를 꿈꾼다'는 영화제의 취지에 걸맞은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는 32개국 150편 영화들이 라인업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고전 영화에 많은 무게를 두었다.

이번 영화제는 32개국 150편 영화들이 라인업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고전 영화에 많은 무게를 두었다. ⓒ CHIFFS

 

충무로에서 쏜 고전 영화의 찬란한 빛


이와 함께 신작의 홍수 속에 관객들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는 고전 영화를 만나 볼 수 있는데, 고전 무성 영화에서 독립 디지털 장편영화까지, 존경 받는 거장부터 신인까지, 중심에서 변방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는 7개 메인 섹션과 3개의 특별 섹션을 구성해 총 150편을 상영할 예정인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CHIFFS 마스터스'에서 준비한 존 부어맨 감독 회고전이다. 고전 영화에 중점을 두었다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에서 그에 걸맞은 존 부어맨 감독의 회고전을 마련한 것으로, 그는 <엑스칼리버> <레오 더 라스트> 등으로 영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중 하나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포인트 블랭크>부터 <태평양의 지옥> <레오 더 라스트> <서바이벌 게임> <자도즈> <엑스칼리버> <에메랄드 포리스트> <희망과 영광> <제너럴>까지 총 9편과 함께 그의 파트너 배우 라 마빈에 대한 애정을 담아 존 부어맨이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리 마빈의 초상>이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공식 초청부문'에서는 디지털로 복원된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의 <헨리5세>, 사운드가 복원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프린트 복원작인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 디렉터스컷으로 선보이는 <천국의 문>, 프린트 복원작인 <트랑스>와 더불어 찰리 채플린 추모 30주기를 기념하는 6편의 영화를 상영될 예정으로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또 하나의 영화대륙: 호주영화사 특별전'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호주 영화 산업을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상 호주는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영화들을 제작하고, 몇 번의 전성기와 부침을 겪으며 발전해 왔다.

 

이러한 특별전을 위해 호주국립영상음향자료원의 협조로 초기 무성 영화부터 최근의 새로운 경향에 이르는 영화를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1919년작 무성영화 <센티멘탈 블로크>부터 2006년 작까지 호주 영화사를 조망하는 특별전에서는 <뮤리엘의 웨딩>을 만든 조슬린 무어하우스 감독의 <프루프>와, <물랑루즈>로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낸 댄스 뮤지컬을 선보인 바즈 루어만 감독의 1992년 작 <댄싱 히어로> 등이 상영된다.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선도했던 담가명 감독의 작품들을 '아시아영화의 재발견'에서는 홍콩 스타의 앳된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담가명 감독의  살수호접몽  _My Heart Is That Eternal Rose)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선도했던 담가명 감독의 작품들을 '아시아영화의 재발견'에서는 홍콩 스타의 앳된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담가명 감독의 살수호접몽 _My Heart Is That Eternal Rose) ⓒ CHIFFS

아시아, 한국의 고전을 말하다!

 

더불어 아시아영화와 한국영화에 주목했다.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선도했던 담가명 감독의 작품들을 '아시아영화의 재발견'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무협영화 <명검>을 비롯해 청춘물 <열화청춘>, 로맨틱 코미디 <체리>, <최후승리>, <살수호접몽>, <아버지와 아들>이 상영되며, 이와 함께 국내에 영원한 스타 장국영, 종초홍, 왕조현, 양가휘 등의 옛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고전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한국영화 추억전 #7' 섹션이 마련될 예정이다. 1957년부터 1987년까지 제작년도가 7로 끝나는 작품들 가운데 선별된 이 섹션에서는 유현목 감독의 <막차로 온 손님들>을 비롯해 <엘레지의 여왕> <고교 우량아>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등이 상영될 예정으로 한국 고전영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아시아영화의 재발견 : 장르-뮤지컬' 섹션에서는 2006년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소개된 아시아의 뮤지컬 영화들을 대거 소개하며, '무성영화의 향연' 섹션에서는 정용진 음악감독이 작곡한 음악과 함께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과 <키드 스테이크>가 상영된다.

 

 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과 즐길거리를 마련해 축제로서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영화제는 다양한 영화뿐만 아니라 공연과 즐길거리를 마련해 축제로서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했다. ⓒ CHIFFS

축제로서 완성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이처럼 다양한 작품들을 선정한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영화제뿐만 아니라 충무로에서 진정한 축제로서 거듭나고자 한다. 그래서 영화제의 완성을 축제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충무로연가', '남산공감', '충무로난장', '청계낭만' 등의 축제를 마련해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CHIFFS의 예고편이 될 '충무로 연가'에서는 영화제의 섹션별 하이라이트 상영과 함께 가요, 재즈, 클래식 등 각 장르별 고유한 음악색을 갖춘 뮤지션들의 축하무대가 펼쳐진다. 이승환, 신해철, 충무로밴드, 중구심포닉밴드가 서울광장에서 10월 19일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남산 공감'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소리로 마음의 결을 부드럽게 가다듬을 수 있는 음악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주말(금, 토)에는 야외 영화상영도 함께 진행되어 가을밤, 더욱 풍성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나만의 CHIFFS 기념품 만들기' 체험과 cafe CHIFFS에서의 휴식은 남산 공감을 찾는 관객들에게 보너스 같은 즐거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충무로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해 관객들에게 축제의 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충무로난장'과 '청계낭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처럼 다시금 영화의 거리로 빛을 내고자 마련된 이번 영화제의 영화와 축제의 만남을 온몸으로 보고,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2007.09.30 19:43 ⓒ 2007 OhmyNews
충무로국제영화제 고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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