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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9일 '대한민국'은 17대 대통령을 뽑는다. 국민이 직접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은 형식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이 이 형식적 민주주의 완성을 위하여 흘린 피는 그 무게를 달 수 없다. 국민 스스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헌법 1조이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은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의미이다. 대한민국 59년 역사에서 이를 부인한, 지도자,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 '이승만, '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 모든 주권은 국민에서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과 주권이 국민에게서는 나오는 것이 아니라 '총구'에서 나오는 역사였다. 헌법 1조가 온전히 이루어진 것은 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제1조를 부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권력을 쥔 자들은 그 권력을 총구, 반공, 법의 이름에서 찾았다. 그리고 폭압과 압살을 행했다.

 

조현연은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국가폭력>에서 국가 법과 사회안정, 안보, 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폭압적 폭력을 행사했는지 말하고 있다.

 

"이승만은  헌정질서 파괴행위인 부산정치파동과 사사오입 개헌을 감행하면서 정치적 반대파를 모두 빨갱이로 몰았고, 박정희 또한 18년을 통치하면서 국가 안보라는 말을 너무나 자주 그리고 함부로 팔아 먹었다."(본문 20쪽 인용>

 

이승만과 박정희는 국가와 나라를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는 바로 이승만, 박정희 자기자신이었다. 개인이 국가와 같은 의미였다. 전제왕권에서만 가능했던 '짐이 국가'라는 개념이 민주공화국 체제하에서도 가능했던 것이다. 개인 권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폭력이 통치행위로 자리잡았다. 민주공화국이 부정되는 환경에 국가보안법이 자라잡고 있었다. 여기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질서를 유린한 자들이 폭압적 폭력을 행사할 때, 이 땅의 지식인들은 애써 외면하였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공화국이 유린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음 감당하지 못하였다. 조현연은 <르 몽드>를 창간한 뵈브 메리가 말한 것을 인용하면서 우리 언론의 과거를 비판한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바보 같은 진실은 바보같이 말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진실은 마음에 들지 않게 말하고, 슬픈 진실은 슬프게 말하라."(본문 35쪽 인용)

 

우리 언론은 민주공화국을 유린하는 이들의 말을 정당화 하였고, 그들이 행사한 폭력에 눈감았고, 민주공화국 회복을 외치는 이들을 빨갱이라 했다. 아직 많은 언론은 이 거악-민주공화국 유린 행위에 동조한-에 자백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가 범한, 미군이 범한, 계엄령하에서, 정적으로 이름으로 우리는 죽임의 잔치를 베푼 것처럼 조현연은 말하고 있다.

 

박정희는 인혁당 사건으로 죽인 8명의 무고한 자에 대한 일말의 양심을 토로했지만 말로만 하는 회개가 아니라 진정한 참회가 없었다. 사법살인자들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그 때 인혁당을 빨갱이로 보도했던 언론인들은 민주주의 앞에 머리 숙이지 않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정치적 의문사, 강요된 자살-1990년 분신자살- 등등. 국가의 이름으로 수없이 행해진 폭력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와 정권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하는 폭력은 직접행사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만을 위한 폭력행사는 없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언제 국가와 이념의 이름으로 폭력의 대상자가 될지 모른다. 엄연히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이 그것이다. 사상의 자유가 없는 인격의 자율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국가'는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할 것이다. 옛날처럼 대통령을 위한 법으로 행사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정신을 말살하고, 이웃을 말살하고, 함께 가야할 사람, 생각의 차이까지 망각하게 할 법이다.

 

국가가 한 인격체의 사상을 법으로 억압하거나, 특정 사상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59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우리는 하나의 이념과 사상이 국민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강요할 때 그 사회는 죽임이 난무하는 사회였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상와 이념의 자유가 주어지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공화국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조현연 | 책세상 | 2000년 09월


한국 현대정치의 악몽 - 국가폭력

조현연 지음, 책세상(2000)


#민주주의#사상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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