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미디 장르는 저마다 웃음 강조점이 있다. 추억의 콩트, 김미화 김한국의 쓰리랑 부부에서는 '음메 기죽어'를 적재적소 터뜨려주는 순간이 웃음 포인트다.

김한국이 김미화의 야구 방망이가 무서워 '음메 기죽어~'를 연발하는 순간, 시청자들의 원초적인 웃음폭탄이 터진다. 김미려의 '김 기사 운전해'나 서경석 이윤석의 '아니 그렇게 심한 말을' 등과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도 이와 같은 성격의 웃음 강조점으로 쓰인다.

'마빡이'와 같은 몸짓 개그에서는 주인공 정종철을 비롯해 얼빡이 김시덕, 대빡이 김대범, 갈빡이 박준형의 '등장 순간'이 웃음 강조점이다. 마빡이 군단이 한 사람씩 반복적인 이마 때리기로 관객들에게 첫인사하는 순간, 장내 웃음소리가 가장 크다.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하고 있는 MBC '무한도전'(연출 김태호)의 웃음 강조점은 무엇일까.

멍청하게 굴기와 멍청하게 구는 이에 대한 꾸짖음이 웃음 포인트다. 이 장면 장면들이 이어질 때마다 시청자들은 배꼽을 빼놓는다.

예를 든다면 '돌+아이' 노홍철이 이영애와 최지우 같은 미녀 게스트를 앉혀두고 '저질댄스'를 선보이면 유재석, 박명수 등 동료 멤버들은 기겁하고 말린다. 팀원은 노홍철을 평범하게 막아서는 게 아니라 분위기 파악 못 한다면서 몸싸움까지 하며 꾸짖는다.

노홍철의 예측불허 연기가 웃음으로 승화되는 순간, 동료 멤버들은 노홍철에서 시작된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게 아니라 일단 흐름을 끊는 식이다. 템포를 끊은 뒤 노홍철을 향한 정색과 혹독한 비난공격이 또 다른 종류의 웃음을 선사한다.

일본 코미디 장르 중 하나인 만담에서는 이 같은 스타일을 '보케'와 '츠코미'라 부른다.

'보케'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괴상한 짓이고, '츠코미'는 보케의 4차원 활약(?)에 대한 반사적인 응수다. 일본 거물급 코미디언을 예로 든다면 마츠모토 히토시와 하마다 마사토시가 대표적인 보케, 츠코미 콤비다.

마츠모토가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말하면 관객은 웃음을 터트린다. 짝꿍 하마다는 일단 마츠모토의 개그에 같이 웃고 호응하면서 마츠모토 식 개그에 동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그러나 한순간 하마다는 마츠모토의 뒤통수를 가볍게 치면서 "엉뚱한 소리 하지 마"라고 응수한다.

마츠모토 위주로 분위기가 흘러가다가 하마다가 순간적인 재치로 공기를 뒤엎으면서 관객석은 웃음바다가 된다. 보케 츠코미 만의 독특한 매력이자 웃음 강조점이다. 보케, 츠코미가 제대로 구사되려면 해당 코미디언들의 기발한 상상력, 순발력과 재치 있는 즉흥적 대사가 필요하다.

무한도전 식구들은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선구자(?)답게 보케, 츠코미 소화력이 탁월하다.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여섯 남자는 사전 대본도 없이 즉흥적인 대사만으로도 보케, 츠코미 분위기를 살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여섯 남자는 어느 순간 보케도 되고 어느 순간 츠코미도 되는 다재다능함으로 웃음의 맥을 잘 짚는다. 축구에서 송종국과 박지성이 멀티 플레이어 간판이라면 코미디언 세계에서 멀티 플레이어 간판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일 것이다.

구체적인 예로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보케도 될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츠코미도 될 수 있다. 대사가 막히거나 엉켰을 때 호통치고 보는 엉뚱함은 보케에 가깝지만 유재석 비디오 사건, 정준하 곶감사건, 정형돈 상상플러스 하차 등 동료들의 약점을 공격할 때 사용되는 호통개그는 츠코미 성격이다,

유재석의 타고난 언변도 보케와 츠코미 양면성을 모두 지녔다. 초대 손님을 고려하지 않는 독단적인 '수다' 진행이 상황 파악 못 하는 보케가 되고, 동료 멤버들의 싸움을 진정시킬 때 사용하는 탁월한 말발은 정색과 비난, 양비론(?) 등의 츠코미가 될 수 있다.

'돌+아이 콘셉트' 노홍철은 저질댄스 등 괴상한 행동이 보케 스타일이고 형들에게 속사포 비난 수다를 퍼붓는 개그가 츠코미 스타일이다.

정준하의 우동 10초 안에 먹기 같은 엉뚱한 모습은 보케고 박명수의 호통개그를 맞받아치는 패턴은 츠코미다.

정형돈의 몸 가는 대로 춤추는 '진상댄스'는 보케고 동생 하하, 노홍철 등을 향한 분위기 반전용 날라 차기 공격은 츠코미 스타일이다.

하하의 유재석 교주 광신도 자청은 바보 같은 생각(?)을 지닌 보케고 정형돈의 가증스러움을 질타하는 공격은 츠코미 성격이다.

무한도전의 장점이자 매력은 보케와 츠코미에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무한도전 표 웃음 강조점'이다. 여섯 남자들은 각본 없이 즉흥적인 대사만으로 탁월한 바보연기를 하고 바보처럼 구는 이에 대한 천재적인 재치 꾸짖음 개그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이 넓은 아량으로 보케와 츠코미 개그 스타일을 이해해준다면 한때 논란이 됐던 '노홍철 저질댄스' 정도는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노홍철 저질댄스 역시 웃음 강조점일 뿐이기 때문에.

태그:#무한도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