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금 제주도는 마치 전쟁 중에 폭격을 맞은 듯하다.

나무와 신호등은 강풍에 버티지 못하고 뿌리째 뽑혔다. 아파트 창문은 산산조각나면서 길을 가던 시민들이 다쳤다. 가로수는 도로를 가로질러 쓰러졌고, 산에 있던 흙과 바위가 물에 휩쓸려 내려오면서 집을 덮쳤다.

정전사태는 반나절 이상 지속됐으며 운송수단은 재 기능을 못했다. 자동차는 뒤집히거나 찌그러지고, 배는 육지에 꽁꽁 묶여 있으며, 비행기는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동서남북 사방 뚫린 섬이 제주도라지만, 섬 안 시민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지난 16일 제주도를 강타한 11호 태풍 '나리(NARI)'의 위력이다. 제주도 섬 탄생 역사상 최고 강우량(500mm)을 기록했으며, 초속 50m의 돌풍이 덮쳤다. 자연재해일까. 재해는 하늘의 뜻이기에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은 재해 앞에 무기력한 동물이기에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연재해도 사전준비가 철저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제주도 최악의 물 사태가 일정부분 인재 영역에 속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지난 14일 "태풍 나리의 정확한 이동경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1시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을 지나고 있다"면서 "16일 오후 9시 제주도 남쪽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태풍 '나리'의 위력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심기압이 990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은 초속 23m의 소형 태풍"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재해 앞에 안일할 수도 있는 '신중하고 차분한 태도'를 취한 셈이다.

태풍 나리가 일본 오키나와를 지날 때 '소형태풍'이었겠지만, 제주도로 북상하면서 태풍의 위력이 배가 됐다. 기상청이 제2, 제3의 경우를 대비한 구체적인 강구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방송언론매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태풍 나리의 제주도 습격에 대비한 준비작업이 절대 부족했다. 16일 오후 제주도가 폭격 맞은 이후부터 긴급뉴스가 전국에 전달됐다. 지난 14일 기상청의 태풍 나리 한반도 진입 예상이 있었다면 지상파 방송 3사는 태풍 진입 2∼3일 전 제주도 시민 안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 한다.

태풍에 창문이 깨지지 않도록 테이프를 붙여둔다든가, 제주도 시민들의 등산 금지 등 외출 자제를 바란다는 구체적인 대비책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 섬 전체가 정전되고 나서 방송매체의 태풍 속보전달은 아무 의미가 없다.

태풍 매미의 한반도 강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참사 등 역대 자연재해, 인재처럼 대한민국은 꼭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 차려야 하는 국민성인가.

'제12호 태풍 위파'가 북상 중이다. 오는 19일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태풍 위파'의 레벨은 나리보다 한 단계 위다. 기상청에 따르는 지난 16일 기준, 중심기압 992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65m/s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은 태풍 나리의 경험이 '약'이 되어 태풍 위파의 공격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방송매체는 태풍 위파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전달해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깨트려야 한다.


태그:#태풍 나리, #태풍 위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