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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으며 많은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오명관
지방에서 인터넷 신문사를 운영한지 어느덧 1년하고도 3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숨이 막혀 숨조차 쉬기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인터넷신문이지만 제 나름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전북의 한 도시인 익산에서 어렵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취재하다보면 간혹 이렇게 물어봅니다. 신문사 운영한다고 하니 대졸이겠거니 하고 말이죠.

상대방 : "기자님은 무슨 대학을 나오셨어요?"
나 : "(약간 어물어물하면서) 신학을 하다가 1학년도 못 다니고 그만뒀기에 사실 고졸이라고 해야겠지요?"
상대방 : "(순간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아, 그렇군요."
나 : 넵.
상대방 : ….


더 이상 대화가 오고가질 못합니다. 고졸 출신인데 기자랍시고 취재하고 더구나 신문사 대표라고 하니….

그래서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분 앞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전 상고 출신입니다. 전주상고(현 전주제일고)를 나왔습니다." 그러면 찬물에 얼음물을 더 끼얹은 격이 됩니다.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상고 나왔어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솔직한 면을 좋아해서 도움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다니다보면 가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기자는 꼭 대학교를 졸업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인가요? 언제부터인가 기자는 대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습니다.

고졸과 대졸. 아무래도 배움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눈은 다 똑같다고 봅니다. 단지 대졸일 경우 학연의 힘이 더욱 커진다는 것 이외에는….

전 모태 신앙인입니다. 교회에서 순수하게 봉사하려는 열정 하나로 1999년에 신학 공부를 시작했고 목사가 되어 정말 교인들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들어갔지만, 제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습니다.

또한 제가 신학을 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해 준 당시의 교회 목사가 제게 자기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게 제가 신학 공부를 결정적으로 그만두게 된 계기였습니다.

2004년, 제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당시 신학대를 나오고 신학원을 다니고 있었던 한 강도사(전도사에서 목사 안수를 받기 직전의 직함)를 알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저도 한때는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공부를 했습니다.

당시 목회학을 배우는 중에 한 교수(목사)가 "목회를 잘하는 것은 신학과 별개다, 목회 성공의 조건은 3가지다, 첫째 교회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둘째 교인수가 몇 명인가, 셋째 헌금이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가, 이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말은 "교인들에게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주면 교인들이 목사 알기를 우습게 아니까 목사에게 충성하도록 가르쳐야 목회가 편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 강도사에게 열변을 토했습니다. 목사는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며 자신을 희생해서 옳은 길로 인도해야 한다, 목사가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강도사들이 목사가 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그러면서 현 교회를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그 강도사는 제 이야기를 듣고서는 강도사 모임이 있으니 특강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전 사양했습니다. "전 이젠 타락한 교인입니다. 제가 어떻게 강도사들 앞에서 특강을 합니까? 그냥 느끼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거절했습니다. 한마디로 목사 자신은 배고파야 하고 교인들을 배불리게 해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 강도사가 뭐가 아쉬워서 고졸자인 저에게 특강을 요청했겠습니까? 그들이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전 보았고 평소 생각했던 내용이었기에 말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강도사는 제 학력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고졸 주제에 기자라고?"... '대학 나왔다고 해버릴 걸' 생각도 들지만

이미 전 신학을 중도 포기한 고졸자라고 밝혔습니다. 사회를 바라보고 비판하고 느끼는 데는 고졸이든 대졸이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열정을 품고 살았습니다만, 사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다가 제 마음을 글로 표현했고 정의감에 불타 글을 썼습니다. 그 글들에 네티즌들이 보여준 '동감 댓글'과 비판이 저를 더욱 자극했고, 결국 저는 '무식하게도' 현재는 인터넷신문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가 저 같은 고졸자이자 상고 출신을 기자로 채용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선 언제부터인가 고졸 출신 기자를 볼 수 없는 것 같고, 대졸자에게만 기자 자격이 있는 것처럼 정례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요즘 기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떠한가요?

저에게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저놈 미친놈이다." "고졸 주제에 기자라고?"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아는 분께 저에 대해 주위에서 뭐라고 말을 하는지 평가해달라고 했을 때, 솔직한 답변을 이렇게 전해주시더라고요. 물론 좋은 말을 해주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상당히 많은 게 사실입니다.

아무튼 사실 전 "미친놈"이 맞습니다. 저 세상으로 간 막내 동생이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항상 남을 도와주면서 살자"는 말 때문에 '기사로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보자'고 생각한 것이 신문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니까요.

지금도 참 많이 힘듭니다. 대학교를 나왔고 학연을 써먹을 수 있으면 어려움이 덜할 텐데 말이죠. 그래서 후회도 합니다. '그냥 대학교 나왔다고 할 걸, 아무 대학이나 말해도 설마 확인까지 할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만 제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더군요. '그래도 기자(저 혼자만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인데 양심을 버리면 누가 신뢰하겠는가'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기자는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심에 위배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명관 기자는 익산시민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학력 콤플렉스, #고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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