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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카불에서 기자회견중 모함마드 자히르 샤 전(前) 국왕의 타계를 발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탈레반 수감자와 한국인 인질 맞교환을 거부했다.

5일(현지 시각) 미 CNN에 출연한 그는 "인질들이 안전하게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인질 납치와 테러리즘을 더 부추길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은 더 많은 납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따라서 카르자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인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정부 협상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인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 마흐무드 가일라니도 지난 4일 AFP통신에 "미국이 수감자 맞교환에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는 아프간 정부의 방침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언급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미국-아프가니스탄 정상회담에서 이번 사태에 긍정적인 신호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 정부와 피랍자 가족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탈레반 인질 살해 위협 다시 시작돼

미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탈레반 수감자와 인질 맞교환을 반대한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주말 국회 5당 대표단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군을 더 파병해야 한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물론 몸값 지불도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 의원단에 방침을 밝힌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은 "인질 석방을 위한 몸값 지불과 죄수-인질 맞교환은 안 된다, 탈레반 죄수를 풀어주면 그들은 미군과 한국군을 또다시 공격할 것"이라며 "테러범들에게 양보하면 더 많은 테러와 납치가 일어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한동안 뜸했던 탈레반의 인질 살해 위협이 다시 시작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5일 밤(현지 시각) "시계의 초침이 '똑딱똑딱' 지날수록 인질의 목숨도 초단위로 짧아지고 있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인질 1~2명은 더 죽일 수도 있음을 한국 정부는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동시에 그는 "우리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다"며 "아프간 정부의 영역 안에서 협상을 하려면 유엔의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우리의 영역에서 하려면 의회에 진출한 탈레반 출신 의원을 통해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국가면 어디서나 협상을 할 수 있다, 다만 유엔이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르자이 대통령은 5일 미국에 도착한 뒤 헬리콥터를 이용해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난다. 이들은 만찬을 겸한 회담을 연 뒤 6일 오전 11시 25분(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담 성과를 설명한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인 인질 문제와 함께 최근 계속되는 국제연합군의 오폭으로 인한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는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최근에만 해도 지난 2일 헬만드주 북부 바그란 지역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1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과 아프가니스탄 국방부는 "첩자를 처형한다며 모여있던 탈레반 사령관 2명을 제거하기위한 정밀 타격으로 민간인 희생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8살 어린아이를 비롯해 수십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주민 가운데 한명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한 명도 없었다, 폭탄이 떨어진 곳은 시장이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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