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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아프가니스탄 저널리스트 다우드 칸 카탁이 인질석방협상에 대한 5신을 보내왔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신문 <파자왁 아프간 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카탁은 현지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아프간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해 외신보도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탁 기자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이번 납치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두고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해왔다. <편집자주>
▲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봉사단원들.

탈레반이 여성 인질 3명을 파키스탄 접경 마을로 옮겼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지난 1일 <뉴스위크> 등 일부 언론들은 아프간군이 미군의 지원을 받아 안드리 지역에 진입하자, 탈레반이 여성 인질 3명을 파키스탄 인근 팍티자 지역으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과 2500Km 이상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탈레반 지휘관은 3일(현지 시각) 기자와 통화에서 "알라의 은혜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마르의 무자히딘들은 광대한 지역을 거느리고 있으며 다른 나라로 인질을 옮길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질 이동설, 왜 퍼졌나

인질 이동설이 퍼진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파키스탄이 인질이 납치된 지역과 인접해 있고 탈레반은 1996년에서 2001년에 걸쳐 파키스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그간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훈련시키고 보호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 침투시켜 평화를 교란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메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불과 4일 전 한국인 인질 석방협상의 주요 장애물이 파키스탄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아프간 측 협상단은 파탄 주지사의 발언을 묵살했고 이를 반정부 세력에게 치욕을 당한 관료의 항변 정도로 치부했다.

"카불에서 파견된 의료팀이 몸이 아픈 한국 인질을 방문하도록 허용할 것이냐"고 묻자 탈레반 지휘관은 "어차피 인질을 구해내지 못할 것인데 치료가 무슨 소용이냐"고 답했다.

그는 "인질을 치료하러 오는 의사들조차 우리들로서는 의심스러우며 인질에 대한 접근을 불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휘관은 탈레반 최고지도부가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 외에는 국내외 언론과의 접촉을 금지했다며 기자에게 익명을 요청했다.

며칠 전만 해도 가즈니주 탈레반 지휘관 대다수가 한국 인질의 운명과 협상과정 그리고 아프간 정부에 대한 요구와 관련해 방침을 발표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이것이 결과적으로 혼선을 빚었다고 판단하고 반군 지휘관들에게 인질사태와 관련 침묵을 지킬 것을 지시했다는 것.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틀 전 "인질 대다수가 건강이 좋지 않으며 여자 인질 두 명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질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소식에 카불에서는 6명의 아프간 의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된 인질을 방문해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즈니 주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탈레반 지휘관은 인질들에 대한 접근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탈레반과 한국협상단 사이에 직접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탈레반 지휘관은 "목요일에 전화접촉이 있었으며 한국 측이 탈레반의 요구를 아프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협상과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 측이 탈레반 협상단이 가즈니시티에 있는 가즈니주 재건단으로 올 것을 제안했으나 탈레반 측은 한국 협상단이 탈레반의 근거지인 안다 지구로 올 것을 역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대면 접촉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것.

탈레반이 가즈니주 재건단 청사로 오는 것이나 한국 측이 안다르 지구로 가는 것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탈레반은 주 재건단 청사로 갔다가 미국 측에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한국 측은 안다지구에서 반군에 억류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상호 불신이 큰 상황에서 인질의 운명과 관련해 아무런 접촉이나 대화 없이 금요일 하루가 또 지나갔다.

현지 전문가의 충고 "한국, 미국을 압박해야"

한국 측과 탈레반의 직접대화가 이루어지고 인질이 무사히 석방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이 동의하기 전에는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포로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카불의 일반적 관측이다.

또 과거의 유사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탈레반 역시 포로석방이 없을 경우 인질을 풀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대통령 대변인은 기자와 통화에서 "반정부 세력과 협상하지 않는 것은 아프간 정부로서는 원칙의 문제"라며 "과거 탈레반과 협상한 후 항상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현지 정세에 정통한 분석가 카심 아크가르는 "아프간 정부로서는 원칙의 문제이고 탈레반으로서는 인질석방이 자존심의 문제가 된 상황에서 포로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레반은 인질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한국 측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충고했다. 카르자이 정권의 핵심 동맹이고 후원자인 미국에 압력을 가해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탈레반 포로들을 풀어주게 만들라는 것.

그는 "한국 측이 서두를수록 좋으며 이것만이 시간이 갈수록 난마처럼 꼬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아프간 피랍,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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