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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8월 2일자 사설
ⓒ 조선일보PDF
아프카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에 대한 책임과 그 해결책이 미국에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 입막음에 나섰다. 미국에 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반미 선동'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조선일보>는 사설(8월 2일자 '이 비극마저 반미 선동의 소재로 써먹겠다는 건가')의 절반을 미국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데 썼다. 납치 테러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인이 납치돼도 테러범의 요구를 거부"해 왔으며, "미국 말 한 마디"에 사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의 대변인의 입을 빌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키를 쥐고" 있으며, "미국은 지금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쓰고, 아프가니스탄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태가 "'한국 봉사단원들이 와서는 안 되는 곳에 와서' 빚어"졌으며, "이번 사태로 미국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사설을 읽는 내내 <워싱턴포스트>나 USA투데이의 사설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의 입장이 온전히 반영되어 있다. <조선일보> 사설에 따르면 "미국이 나서라"고 하는 고함은 "반미 세력"들의 "반미 선동" 행위이며, 미국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형국이다.

'슈퍼맨' 미국에 도움을 호소하라?

일단 다 인정하자. <조선일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자. "미국이 나서라"고 주장하는 "반미 세력"들 말고, 자칭 "정말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내려는 측"인 <조선일보>의 말도 들어 보자. 다른 건 생사를 오가고 있는 21명의 인질을 구해 놓고 생각해 보자.

<조선일보>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려는 것일까? 복잡하게 <조선일보>의 기사를 다 읽어 볼 필요 없이, 신문의 창이라고 불리는 만평을 통해 확인 해 볼 수 있다. 마침 8월 1일자 <조선만평>에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해결책이 잘 표현되어 있다.

▲ 8월 1일자 조선만평
ⓒ 조선일보
"미 하원 일본군 성노예 결의안 '만장일치'로 통과"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슈퍼맨 복장의 미국이 못된 일본을 혼내 준 것이다. 그 슈퍼맨 미국을 향해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눈물로 호소를 한다. "슈퍼맨, 도와 준 김에 탈레반 인질도 좀…."

만평만 두고 본다면 <조선일보> 역시 미국이 나서야 이번 인질 사태가 해결된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듯 하다. 사설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그래서 "테러범과 협상은 없다"는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할머니들을 동원해 눈물로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미국에 인질 사태 책임 물어야

<조선일보>가 "반미세력"이라 부르는 이들은 미국을 향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고,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향해 "도와" 달라고 호소를 한다.

미국은 이미 제 역할을 잘하고 있으며, 한국 봉사단원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기 때문에 생긴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조선일보>의 사설, 하지만 정의의 사도, 슈퍼맨 미국이 나서서 도와주기를 눈물로 호소한다는 <조선만평>.

우리는 과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조선일보>를 따라 미국을 향해 눈물로 호소를 해야 하는 것일까? 미국은 슈퍼맨이 그러하듯 정의의 사도라서 억울하게 억류당하고 있는 한국 국민을 구해 줄까?

▲ 아프간 피랍자 가족들이 조속한 인질석방을 위해 미국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하기 위해 1일 오후 광화문 미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을 나선 피랍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아프가니스탄 피랍자들중에서 생존한 21명의 얼굴사진이 실린 신문을 든 한 시민이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미대사관앞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과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을 적대시하고 한국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거기에 미국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 정부를 세우고, 영원한 동맹국 한국의 파병을 요구하여 관철시킨 미국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인질 사태에 대해 미국의 도움을 호소하기보단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게 더 합당한 일이다.

<조선일보>에 되묻는다. 과연 누가 "정말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살려 내려는 측"인가? 당신들은 과연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에 관심이라도 있는 것인가?

태그:#피랍사태, #아프가니스탄, #조선일보, #미국,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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