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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고 평가를 받는 <거침없이 하이킥>이 13일 종영을 앞에 두고 있다. 장장 몇 개월 동안 극기훈련 하는 듯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낸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웃음과 눈물을 선사했다.

그를 입증하듯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던 시청률이 20%를 넘나들며 그 시간대엔 일일드라마만 방송돼야 한다는 공식을 깼다. 또 ‘거침없이’란 말이 예전부터 있었지만 <거침없이 하이킥> 방송 이후 눈에 띌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거침없이’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

시트콤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고공비행을 하며, CF, 영화 등을 섭렵했다. 미운 오리 새끼 신세였던 신지마저 후반부에 이르러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며 많은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트콤에 출연한 모든 연기자들은 새로운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병욱 스타일 또 한 번의 히트!

이처럼 전국민적인 인기(비록 시청률은 20%였지만)를 얻은 <거침없이 하이킥>이기에 종영을 목전에 두고 평가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

김병욱 감독는 고정 시청층이 두터운 감독으로 SBS < LA아리랑 >을 시작으로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미치거나>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진화된 시트콤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김병욱 감독의 고유 스타일에서 변주를 넓히면서 호응을 얻어왔다는 점이다.

즉, 가족시트콤을 주로 해온 그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가족 시트콤을 표방하며, 출연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그것은 이전에도 충분히 있어왔던 것으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다. 그는 박영규란 캐릭터를 ‘쪼잔함’으로 규정짓고 그러한 행동을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했다.

따라서 <거침없이 하이킥>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자신의 고유 특성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가령 이순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대표하지만 그 안에는 힘을 잃은 가장의 또 다른 모습이 숨어있었다. 그래서 극중 초반에는 실권을 잃고 며느리의 의사에 항거하지 못했다. 며느리로 등장한 박해미는 실권을 쥔 자로서의 면모를 반복적으로 보여주었다.

<거침없이 하이킥>도 캐릭터 중심의 인간군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실 시트콤의 재미는 매회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매회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띠면서 캐릭터들의 고유 특성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나온다. 그래서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필요가 없었다.

캐릭터의 진화로 인기를 지속!

그래서 여기까지 김병욱 감독의 고유 스타일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고스란히 들어나면서 인기 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자들이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만들었다. 헌데, <거침없이 하이킥>의 캐릭터는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는 다르다. 고유 특성의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전까지 <순풍산부인과> 박영규와 미달이는 고유 캐릭터의 특성을 재차 반복하면서 웃음을 주었지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들의 행동에 짜증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적잖이 많았다.

그러한 점을 인식한 덕분인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캐릭터는 재차 반복적으로 이용되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순재는 초반 실권을 잃은 가장으로서의 모습으로 재미를 유발하더니, 야동을 즐겨보는 ‘야동순재’로의 변화를 시작으로 꾸준히 캐릭터가 변화했다.

막내아들로 등장하는 이윤호도 마찬가지다. 귀엽고 철없는 막내아들에서 국정원과 대결하는 멋진 남성으로 진화했고, 늘 실수투성이에 넘어지는 것이 일쑤였던 서민정 선생도 어느새 멜로 주인공으로 변신해 이별을 겪어야만 했다.

이처럼 <거침없이 하이킥>의 캐릭터는 고유 캐릭터에 정체되어 있지 않고 자유자재로 변신을 꾀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모든 캐릭터의 애칭이 붙어 ‘야동순재’, ‘OK해미’, ‘하숙범’, ‘카리스마민호’ 등으로 이어졌다. 또 인터넷 UCC를 통해 끊임없이 동영상으로 제작되고, 게시판에 제작진들이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앞으로의 스토리에 대한 설명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인기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제까지 김병욱 감독 작품들은 캐릭터의 고유 특성을 후반부까지 재차 반복시켜 시청자들이 익숙해질 때쯤 힘도 사라졌다. 어쩌면 그것은 김병욱 감독이 극복해야 할 고질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끝내지 않고 복합적인 캐릭터로 발전시키면서 마지막까지 힘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김병욱 감독 스스로 고질병을 극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트콤에 탄탄한 스토리텔링 결합을 시도!

그런데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트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캐릭터 중심이었던 시트콤의 특성을 살려내면서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결합하고자 했던 시도 때문.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캐릭터에도 많은 의존을 했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극중 초반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체된 가족의 이야기가 스토리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가령 한 가정의 실권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뉘면서 며느리 박해미는 매사에 똑부러지며 시어머니의 잘못을 당당하게 지적해왔다. 반면 실권을 가지지 못한 시어머니 나문희는 며느리 해미가 무척 싫지만 앞에서는 티를 내지 못하고 뒤에서 복수하거나, 흉을 본다.

이처럼 <거침없이 하이킥> 가족들은 서열에 따라 캐릭터가 설정되어 그들의 관계에서 웃음을 유발했다. 그것은 <순풍산부인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해체된 가족과 가족 서열의 이동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순풍가족보다 리얼리티가 잘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 가운데 미스터리와 멜로를 넣어 변주를 넓히면서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트콤의 탈을 쓴 드라마로 영역을 확대하였다. 개성댁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서서히 유미네 가족의 정체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유미가족 정체의 베일이 벗겨지는 과정을 끊임없이 복선을 통해 보여주면서 가족의 이야기와 또 다른 미스터리 스토리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민용과 민정, 신지, 윤호의 러브스토리가 부각되면서 한 편의 멜로드라마가 연출돼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그러한 러브스토리는 캐릭터에 의존하면서 적절하게 드라마적인 내용으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가령 모든 것이 어설퍼 보이는 민정이 토끼 탈을 쓰고 돌아다니며 웃음을 유발하면서 동시에 그것은 민용과 민정의 사랑을 확인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무엇 하나 혼자 힘으로 못하는 신지가 이혼을 한 후 세상과 맞닥뜨리는 과정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하면서 민용의 존재와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

즉 전작 시트콤의 캐릭터는 단순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엉뚱한 캐릭터로 묘사되는 것에 그쳤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의 캐릭터는 스토리에 따라 캐릭터가 설정되어 조금씩 변화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자들이 주인공들의 미래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민용과 민정, 윤호와 신지의 러브스토리의 결말과 민호와 유미의 결말이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인 캐릭터의 변화와 다양한 스토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뤄내며 인기 행진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거침없는 새로움으로 시작해 어느덧 종영을 눈앞에두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 아마도 많은 시청자들은 당분간 <거침없이 하이킥>의 향수에 시달리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시트콤의 부활을 알린 만큼 김병욱표 시트콤의 다음이 더욱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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