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마운트사
난 결혼을 했다. 그것도 9년 전에. 결혼한 지 9년이 되는 여자에게 혹은 남자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로 남는 걸까.

최악의 경우, 연애시절과 같은 설렘은 없어지고 여자는 집안의 가구와 같은 존재가 되며, 말하지 않는 남자는 무슨 말이든 해야 할 이유가 있는 거냐는 표정만을 짓는다.

각자의 집에서 살다가 가끔 만나 연애만 한다 해도 세월이 흐르면 감정이 무뎌지기 마련인데, 제도란 것은 결혼을 만들어 내 남자와 여자를 지치는 현실 생활에 가두어 놓는 건지 모른다.

그늘진 현실이지만 남자나 여자나 결혼한 후의 사랑, 즉 불륜이라고 불리는 언짢은 단어 앞에 서게 되는 것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5년 차 이상의 기혼 남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쌍수를 들고 반대하진 못할 거라 여겨지고 아직 미혼이라면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는 말을 해두어야겠다.

오래 전 나에게 진한 여운을 남겨준 영화 <마지막 연인>은 사랑의 감정, 그 진심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사람에게 진심은 절대적일 수 없지만.

결혼16년 차인 빈센트(리처드 기어)는 일에 애착이 강한 아내 셀리(샤론 스톤)에게 성적으로 불만이 있다. 그러던 중 경매장에서 알게 된 잡지사 기자 올리비아(로리타 다비도비치)를 만나 열애에 빠진다.

그렇게 된 건 자신의 결혼 생활이 견딜 수 없이 불행하다고 여겨서도 아니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저 거기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바람이란 것을 피우는 남자 열에 아홉은 결혼 생활 자체를 깨기 위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 난 그렇게 확신한다. 건축가인 그는 그녀와 동거를 시작하고 새로운 사랑을 위해 집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우며 행복해 한다.

그렇게 사람은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건가 부다. 하지만 잘못된 행복 안에 머물기 위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잊어선 안 된다.

자신의 딸과 16년 동안 함께한 아내에 대한 미련 때문에 선뜻 새 출발을 하지 못하고 갈등과 고민을 하는 그는 과연 착한 사람인 걸까. 아마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거라고. 그러는 가운데 집을 짓겠다는 약속은 미뤄지고 올리비아 역시 그와의 관계 속에 힘겨워 한다.

빈센트는 결국 딸과 아내를 버리지 못한다는 이별 편지를 쓰지만 부치지 못한다. 때로는 누군가 상처받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동차 사고로 죽게 되고 그 사이 만나게 되는 우유배달을 하는 노인과 빨간 머리의 소녀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새롭게 확인하게 된다.

그는 죽지만 그의 마지막 여인이었던 그녀들은 자신이 마지막 사랑이었다고 믿게 된다. 이야기는 빈센트를 죽이고 말지만 그를 사랑한 두 여인에게는 그의 진심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의 진심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심을 지니고 산다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내게는 긴 여운과 생각을 남기게 하는 영화였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언제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상대의 마음이 진심으로 진심이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여러 번 찾아올 수 있다. 결혼 전에도 또 결혼 후에도. 매번 그것은 진심으로 한 번뿐인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 안에 있을 때 그것이 진정 마지막이라고 믿는다면 그 관계 안에서 노력해야 한다. 부족하지도 지나치지도 않는 관계로 이어지기란 참으로 쉽지 않지만.

가지고 있는 걸 잃지 않으려면,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2007-06-28 12:12 ⓒ 2007 OhmyNews
마지막 연인 리처드 기어 샤론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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