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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영국의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영국의 주요 박물관들이 2001년 12월 이후 법에 따라 시행해 온 무료입장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Why museums must stay free)는 내용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게 된 배경은 영국 보수당의 예비 내각에서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휴고 스와이어(Hugo Swire)가 "현재의 박물관 및 미술관 무료 관람 제도가 소장품의 추가적인 구매와 관리를 위한 재원 마련에 부적절하며,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원할 경우 유료화 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었다.

이 발언은 <인디펜던트지>는 물론 문화계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인디펜던트>지는 노동당과 상당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정책 특히 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한 무료입장 정책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주요 박물관·미술관장들 무료입장 지지

발언의 당사자인 휴고 스와이어가 추가적인 연구의 결과에 따라서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을 비롯한 영국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의 관장 17명은 21일 가디언(The Guardian)에 공개서한을 보내 영국의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들의 무료입장 정책의 유지를 지지하며, 추가적인 지원을 통한 활성화를 요구했다.

유료 관람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는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박물관과 미술관 관장들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보수당을 더욱 당혹스럽게 할 것임에 틀림 없다.

대처리즘에 뿌리박고 있는 보수당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무료입장 정책을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다른 복지 정책처럼 이를 손봐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이 널리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무료 개방을 일종의 복지 및 교육 정책으로 보고 있는 것은 공개서한을 발표한 관장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박물관의 입장객 수가 무료입장의 결과 3천만 명이 증가 했으며, 유료 입장에서 무료입장으로 전환한 박물관들의 연간 입장객수가 87%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저소득 소외 계층의 관람객 수가 2004~2005년간에 걸쳐(영국 박물관의 회계기간은 1월~12월 시스템이 아니다) 650만명 증가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1998년 이후 시행된 아동의 무료입장의 결과 아동의 박물관 방문자수가 1600만명 증가한 사실도 적시했다.

무료 개방을 지지하는 다른 논리는 국가가 소유한 재산을 납세자인 국민이 관람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위임받은 관리자의 잘못된 권한이라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혹은 정부 지원금으로 구입해 관리되는 물품을 해당 예술품 혹은 문화재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는 한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 수익 사업화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료입장 정책 유지하려면 정부 재정지원 뒤따라야

물론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런던에 위치한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 2005~2006년 기간에 328만1810명이 방문하였으며, 6142만4400파운드의 운영 예산 가운데 4147만 파운드를 정부의 지원으로 충당하였다. 우리 돈으로 연간 77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조금의 지원은 각 박물관과 미술관의 성취도를 통해 그 타당성이 평가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보조금이 증액 또는 삭감되고 있다. 자연사박물관의 홍보 책임자인 샤론 아멘트(Sharon Ament)는 '정부의 평가에 충족시키기 위해 박물관들은 치열한 학생 및 일반 관람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학생들의 현장 수업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현장 수업 유치는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람객 유입을 유발하기 때문에 박물관들은 학교 교육에 적절한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아멘트씨는 덧붙였다. 즉 무료입장 정책에 따른 정부의 재정지원 비중 증가는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박물관들의 선의의 경쟁을 유발한 셈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역시 이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코노미 런던스쿨(London School of Economy)의 토니 트레버(Tony Trevers) 등의 연구에 의하면(Tresurehouse & Power House: an assessment of the scientific, cultural and economic value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2003) 2002년 정부의 1파운드 보조금은 영국 관광 산업에서 3.24~4파운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위 투입 대 산출로 본다면 상당히 효율적인 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논리에 입각한 지원은 추가적인 미술품의 구매와 같은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하며, 그 재원 마련 차원에서의 유료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면도 부인할 수없다.

영국의 무료 관람 논란은 박물관 및 미술관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 요구와 함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궁을 포함하는 박물관의 입장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문화재 당국은 입장료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왔다.

태그:#런던, #영국,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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