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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과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VISIT KOREA(한국을 방문하세요)’ 전면광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가수 김장훈과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실린 ‘VISIT KOREA(한국을 방문하세요)’ 전면광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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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에 '동해/일본해' 병기 의견을 제출한 것에 대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북한 정부는 '동해' 단독 표기 의견을 제출했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52번 수역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수역이며 이를 이른바 'Japan Sea'로 표기하고 있다.
▲ <해양과 바다의 경계> 3판의 동북아 수역 52번 수역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수역이며 이를 이른바 'Japan Sea'로 표기하고 있다.
ⓒ 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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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보도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집중하는 단발성 기사들 중심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상당한 역사적 배경과 논란이 깔려 있다. 그래서 가까운 과거의 논란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앞으로 전개될 방향을 살피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2002년의 논란을 살피고 이어지는 기사에서 2007년의 논란과 함께 앞으로 진행될 방향을 살피고자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해양과 바다의 경계(The Limit  of Oceans and Sea)>의 제4차 개정판 출간을 위한 국제수로기구 산하 워킹그룹(의장 알렉산드로스 마라토스)에서 동해의 지명 표기를 위한 의견 제출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매우 얇은 팸플릿인 이 도서는 전 세계 해도 편찬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 도서의 초판은 1928년에 간행되었으며, 1937년 2차 개정판이, 1953년에 제3판이 출간된 바 있다.

해당 도서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수역은 물론 제주도 동북측 수역과 남해안의 동측 수역을 모두 소위 'Japan Sea(일본해)'로 표기하고 있다. 부산은 물론 창원, 남해 그리고 제주까지가 '일본해'의 연안 항구가 되는 셈이다. 일본 외무성은 이 도서를 근거로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유일한 명칭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2002년 '일본해' 대신 공백 표기 절충안 제시

국제수로기구는 어떻게 1953년에 만들어진 문서를 아직도 쓰고 있는지 질문이 나올 법하다. 해당 문서의 개정 필요성은 1977년부터 공식화되어 수차례 개정이 시도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번번이 좌절되었으며, 2002년과 2007년의 개정 논의 당시에는 동해의 명칭과 관련된 일본과 우리나라 그리고 북한의 의견 대립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2001년에는 '일본해' 명칭을 고수하자는 개정안이 나왔다가 남북한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었다. 우리 정부의 당시 노력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려우나, 북한은 당시 UN에 문서를 보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2001년 북한은 국제수로기구의 소위 'Japan Sea' 유지안에 대하여 문서를 보내 항의하고 그 부본을 유엔에 송부하도록 요구하였다.
▲ 북한이 UN에 보낸 항의문서 2001년 북한은 국제수로기구의 소위 'Japan Sea' 유지안에 대하여 문서를 보내 항의하고 그 부본을 유엔에 송부하도록 요구하였다.
ⓒ United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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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 1월 15일까지 관련국 간의 의사를 조정하여 합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2001년 12월 14일 관련 협의를 진행하였으나, 병기를 요구하는 한국의 입장과 기존의 표기만을 고집하는 일본의 입장이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연합뉴스> 2001년 12월 18일자).

이후 2002년 4월 개최된 제16차 국제수로회의에서는 양국이 격론을 벌이면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판의 발행시기를 2002년 10월로 일단 연기하였다(<연합뉴스> 2002년 4월 23일자).

이후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 6월 당사국들의 의견 조정이 되지 않는 수역의 경우 명칭을 표시하지 않고 공백으로 두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하여 회원국들의 찬반 의사를 묻는 회람을 실시하려 하였다. 국제수로기구가 이러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은 해당 문서의 개정 작업을 30년 이상 끌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심쩍은 절충안 철회... 일본 입김 때문?

그러나 일본은 소위 '일본해'라는 명칭이 삭제되는 것 자체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였다. 당시 언론에는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일본 정부는 국제수로기구(IHO)가 준비 중인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에서도 현행과 같이 '일본해' 표기를 그대로 유지하기위해 IHO 측과 교섭을 벌였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 6월 IHO 사무국이 개정판 가이드라인에서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표기 문제와 관련, "일본해, 동해 어느 쪽의 명칭을 기입하지 말고 공백상태로 남겨두자"는 절충안을 제시하자, 해상보안청과 외무성 담당자들을 모나코에 파견했다. 일본 관리들과 IHO 사무국 측의 교섭 결과, IHO 측은 절충안을 취소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연합뉴스> 2002년 8월 7일자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수역에 대해서 'Japan Sea' 명칭을 삭제하고 공란으로 두는 회람안을 만들어 회원국의 의사를 듣고자 했다.
▲ 국제수로기구가 발송한 투표용지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수역에 대해서 'Japan Sea' 명칭을 삭제하고 공란으로 두는 회람안을 만들어 회원국의 의사를 듣고자 했다.
ⓒ 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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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 8월 9일 다시 회람을 내고 각 회원국들에게 절충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2002년 11월 30일까지 표명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일본 정부는 역시나 매우 강하게 반응하였다. 일본 외무성은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즉시 IHO 이사회에 대하여 이러한 절차는 부당한 것임을 강하게 주장하는 동시에 회람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였다. 또한 9월 18일에는 다카하시 외무성 국제사회협력부장(당시)과 니시다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장(당시)을 IHO본부(모나코)로 파견하여 9월에 취임한 당시의 새로운 이사(그리스, 미국, 칠레)에 대하여 다시 한번 이 회람의 철회와 <대양과 바다의 경계> 1953년 판의 일본해 표기의 사용 등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 결과 9월 19일 IHO 이사회는 이 회람을 철회하기로 하였으며 이하의 내용을 전 가입국의 수로당국에 발표하였다."

결국 국제수로기구 사무국은 해당 투표를 철회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이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국제수로기구의 공식적인 입장은 특정국의 반대 때문이 아닌 다른 문제점들로 인하여 투표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설이 비등했다. 

국제수로기구는 'Japan Sea' 명칭을 삭제하고 공란으로 두는 투표를 그 투표의 부결 가능성 등을 이유로 철회하였다.
▲ 국제수로기구의 투표 철회 공지문 국제수로기구는 'Japan Sea' 명칭을 삭제하고 공란으로 두는 투표를 그 투표의 부결 가능성 등을 이유로 철회하였다.
ⓒ 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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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시에 투표가 진행되고 절충안이 통과되었다면, 아마도 지금 대부분의 세계지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국제수로기구라는 권위를 가진 국제기구가 '일본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 않게 됨으로써, 세계지도를 만들 때 '일본해'라는 일본 쪽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받아들일 명분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각국은 일본과 한국 중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일본의 주장과 한국의 주장을 동시에 수용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2편 곧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미국지명위원회서버에서의 독도영유권 삭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2009년에는 미국과 영국의 해외지명관리현황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냈으며, 동해 지명의 변경에 대한 국제기구의 활동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충북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글에 사용된 자료들 중 일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실이 주관한 연구과제 수행과정에서 수집된 것들입니다.



태그:#동해, #일본, #독도, #국제수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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